"중학교 시절 매일 학교를 오가던 집 앞 해저 터널은 바깥 세상과는 전혀다른 공간이었다. 바닷속이라 한여름에도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했다. 굽이도는 터널 길을 걸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면 울려 퍼지는 소리가 황홀감을주었다. 시원찮은 전기 사정으로 정전이라도 되면 정말 새까만 어둠을 경험했다. 밤길에는 별빛이라도 있을 테지만.…. 그럴 때는 차라리 눈을 감고 걷는게 더 편하다는 걸 그 때 터득했다. 그러다 순간 전등이 켜지면, 터널 안은온통 기쁨의 탄성으로 채워졌다."
아빠는 방학 때 내려온 손주들을 해서 터널로 데려가 특별한 경험을 나누고싶어하셨다. 하지만 아이들은 무심했다. 시원하다고 기뻐하지도 않고목소리가 울려 퍼져도 신기하다며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문명이 바닷속의즐거움을 가져가 버렸다. 어쩌면 해저 터널이 아빠를 마지막으로 추억할지모른다. 아빠가 유튜브에서 ‘Line and Wash‘ 장르를 처음 접했을 때는일종의 만화 정도로 생각하셨단다. 그래도 생활 주변의 재미있는 모습을자유롭게 그릴 수 있겠다 싶으셨다고. 바로 펜과 중성 잉크를 장만하고 제일먼저 그리신 게 집 근처 해저 터널이다. 에어컨도 노래방도 없던 시절, 요즘아이들은 모르는 환상적인 바닷속 공간의 추억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