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많은 사람이 대부분 나쁜 건 아니지만 나쁜 사람들은 대부분 겁이 많다. 그들의 나쁨을 파헤쳐보면,
그러니까 그 끝의 끝까지 추적해보면 결국 겁이 나타난다. 돈 때문에 나빠진 사람은 가난을 겁내고, 사랑 때문에 나빠진 사람은 이별을 겁내고, 권력을 손에 쥐고 나빠진 사람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걸 겁낸다. 그리고 누군가를 미워하다 나빠진 사람은 누군가에게 자신도 미움을 당할까봐 겁낸다.
어른들은 내가 크느라 아픈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내생각에 어른들의 걱정은 ‘성가심‘으로 인해 촉발한다. 걱정이 먼저가 아니라 성가심이 먼저라는 얘기다. 얘가 아프면, 애에게 문제가 생기면 내가 할 일이 많아질 텐데,
하는 생각. 그렇지 않은 어른들에 둘러싸여 자라는 아이들도 많겠지만 나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