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많은 사람이 대부분 나쁜 건 아니지만 나쁜 사람들은 대부분 겁이 많다. 그들의 나쁨을 파헤쳐보면,
그러니까 그 끝의 끝까지 추적해보면 결국 겁이 나타난다. 돈 때문에 나빠진 사람은 가난을 겁내고, 사랑 때문에 나빠진 사람은 이별을 겁내고, 권력을 손에 쥐고 나빠진 사람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걸 겁낸다. 그리고 누군가를 미워하다 나빠진 사람은 누군가에게 자신도 미움을 당할까봐 겁낸다.

이야기를 탐하는 사람은 상처를 재배열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자다. 당신의 피를 내 쪽에 묻혀 희석하려는욕망. 만약 내게 저들이 앉은 테이블에 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먼저 내 인생의 찢어진 페이지 몇장에 대해 들려줄 것이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지켜볼 테다. 사람들이 이야기에 상처받는 순간을. 기억과 기억이 만나 상처를 조율해나가는 동안 얼굴에 드리워지는 무늬들을 보고 싶다

어른들은 내가 크느라 아픈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내생각에 어른들의 걱정은 ‘성가심‘으로 인해 촉발한다. 걱정이 먼저가 아니라 성가심이 먼저라는 얘기다. 얘가 아프면, 애에게 문제가 생기면 내가 할 일이 많아질 텐데,
하는 생각. 그렇지 않은 어른들에 둘러싸여 자라는 아이들도 많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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