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방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꼭 한 번은 이모와 내가 잠들어 있는 아랫목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어쩌다 내가 눈을 뜨고있음을 알아차렸을 때는 더 자라는 표시로 오른손을 들어 가만히위아래로 흔들었다. 마치 허공에 누워 있는 아기를 토닥이는 것같은 몸짓이었다. 그러면 나는 살그머니 방문을 열고 할머니의뒷모습이 빠져나간 뒤 그 문틈으로 스르르 들어와서 방안을 한 바퀴 휘둘러보는 여명을 어렴풋이 느끼며, 아침 준비를 끝낸 할머니가 깨우러 올 때까지 다시 잠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나에게 있어이 모든 것은 아침을 시작하는 평화로운 습관이었다. 

늘 나는 세상일은 우연한 행운이 쥐고 흔드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 생각은 행운을 가질 기회를 얻기까지는 스스로가 노력을해야 한다는 꽤 건전한 정강으로 보완돼왔다. 그러므로 장군이가변소에 빠지고 안 빠지고는 이제 내 손을 떠난 문제였다. 그때 변소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 행운은 순진한 장군이보다는 간교한 나의 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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