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사회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국 사회를 괴롭히고 후진성을 탈출하지 못하게 하는많은 현상의 원인이 정치에 있는 것 같아도 사실 깊이 들여다보면 비극을 거세해 버린 개인의 삶에 그 원인이 있다. 예쁘게 단장한 얼굴로 쉴 새 없이 겉모습만 과시하는일상, 마치 기쁜 일만 있고 오직 성공만이 있는 듯 가식적인 말의 홍수 속에 진실은 질식하고 동행의 길은 메말라버린다. 진지한 삶은 언제나 인간의 본질, 바로 슬픔과 비극 위에 존재한다. 누군가와 사랑과 우정이 담긴 진정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즐거운 내용이 아니라 우울한 내용의대화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상대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는 것이다. "요즘 혹시 힘든 일 있어요?"
슬픔과 비극은 분명 피하고 싶은 그 무엇이지만 이상하게도 이 슬픔과 비극이 없는 삶은 가볍고 공허하다. 어쩌면 천박하다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삶이누군가와 같이 걸어가는 것이라면 이해와 공감이야말로필수 아미노산인데 슬픔과 비극을 진지하게 나누는 기회가 없다면 껍질만의 이해와 공감으로 우리의 삶을 치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슬픔과 비극을 담은 대화야말로 우리가 타인과 교감하는 진정한 신호이며 우정과 사랑을 찾으려 가슴 깊은 곳에서 속삭이며 흘러나오는 샘물과도 같다. 오랜 친구에게든, 새로이 사귀는 사람에게든 어떤 슬픔을 갖고 있는지, 내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관심을 갖는 게 진정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닐까.
돌이켜 보면 우리들의 삶이란 언제나 과도한 감정, 지나친 언사, 불필요한 동작으로 점철되어 자신이 원하는바를 깔끔하게 이루지 못하니 이런 것들로부터 해방되어있다면 도사라 칭해도 과하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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