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23년 4월
평점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인류의 여정을 장대한 서사로 그려낸 책이다. 그러나 동양적 시선에서 바라보면, 이 책은 단지 진화와 문명의 연대기를 넘어 **‘인간 마음의 변천사’**를 기록한 경전처럼 보인다.
하라리가 말하는 ‘인지혁명’은 장자의 “만물제동(萬物齊同)”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존재를 하나의 맥락에서 바라보는 깨달음 대신, 사피엔스는 자신들만의 신화와 개념을 만들어 세상을 나누고 질서를 세웠다. 그것이 곧 협력의 힘이 되었지만, 동시에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
‘농업혁명’은 동양에서 말하는 집착(執着)의 시작과도 닮았다. 떠돌던 발걸음이 땅에 뿌리내리자, 인간은 안정 대신 소유를 갈망했고, 번영 속에서도 마음의 자유를 잃어갔다. 노자의 말처럼, “만족을 알면 욕되지 않는다(知足不辱)”는 가르침은 여기서 멀어졌다.
하라리가 강조하는 ‘허구와 상상의 힘’은 불교의 공(空)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가 믿는 국경, 돈, 종교, 제도는 실체가 아니라 마음이 만든 그림자다. 이 허상을 꿰뚫어 보지 못하면, 사피엔스는 끝없이 스스로의 그물에 걸려들 것이다.
동양적 독법으로 본 『사피엔스』는,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류는 진화를 통해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그 길은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길인가.”
하라리의 서술은 과학과 역사로 이 질문을 던지고, 동양의 사유는 고요하게 대답한다. “길은 밖에 있지 않다. 마음이 곧 길이다(心卽是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