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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리 생추어리
장윤미 지음 / 아미가 / 2025년 9월
평점 :
“어미개..... 여기 두어도 괜찮은 거 맞는 거죠?”
인진의 말에 남자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생추어리에 들어온 이상 안전해요. 걱정마요.
동물해방을 꿈꾸는 나는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생추어리(sanctuary)는 공장식 축산업에서 도축장 등에서 구조한 동물이 평생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생추어리는 외부의 혹시 모를 공격을 피해 아무도 모르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숨길리 생추어리에서 숨길리는 숨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숨어야 숨 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생추어리는 학대와 폭력을 당한 동물들이 평생 자신의 수명대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자 상처받는 인간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그리고 돌봄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두 주인공 인진과 해유의 변화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해피 초원 돼지들이 산 채로 묻힐 때 인진은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까 봐 두려웠던’ 그가 돼지를 구출하고 생추어리에서 동물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가는 모습이 그러하다.
해유 역시 ‘그 잘난 연민을 가지고 쓸모없는 것들을 돌보았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인진의 품이 아빠의 등처럼 깊었고 새벽이 품처럼 따뜻했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로드킬당한 고라니를 본 적이 있던 나로서는 동찬의 죽음도 울컥한 부분이었다.
이 책의 형식에서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쪽수를 나타나는 하단에 왼쪽에는 쪽수를 오른쪽에는 돼지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저 돼지가 앉아 있는 부분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다리를 펴고 걸어가는 모습이다.
옴싹달싹 못하게 스톨에 갇혀 있던 돼지가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은 동물해방을 상징하는 장치로 느껴졌다.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자본주의 산업구조 속에서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 패스트 산업의 문제가 고스란히 이 작품에 녹여져 있다.
책을 내주신 작가님, 책을 내주신 작가님, 책을 만들어주신 출판사, 그리고 적어도 타인에 의해 사라지지 않도록 생추어리를 만들고 있고 지켜가는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