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1
정재영 지음 / 풀빛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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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1, 2편

철학사를 다룬 이 책이 비엔나부터 시작하는 하는 것이 영 이상했다. 보통 그리스, 이태리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나? 연대기에 따른 순서의 서양철학사에 익숙한 나에게 어색할 수 밖에 없는데 더구나 비엔나라니? 이런 의문은 1. 2편 책을 다 읽으면서 점차 이해가 된다.

저자는 이 책의 여러 군데에서 지금, 여기의 눈으로 철학하기를 강조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철학은 시대의 산물이다. 따라서 현재의 철학적 이해를 먼저 통해서 근대와 중세를 이해하는 것이 순서가 될 듯 하다.
근대를 지나 살고 있는 우리가 저자의 차에 동승하고 유럽의 주요 도시를 돌아 다니면서 저자의 친절한 안내와 소개를 따라 그 도시에서 치열하게 일어났던 철학적 논쟁들과 이론들을 듣다 보면 저절로 스스로 자신과 세상에 대해 “철학하기”를 하게 된다.
대학시절 교과 과정에서 배운 러셀의 서양철학사는 어려운 용어와 사람 이름 외우기에 질려서 지겨운 시간으로 남았던 기억이 있다. 대학에 갓 들어가서 세상에 대해 불안해 하던 당시의 젊은 나에게 필요한 것은 철학하기 였지만, 철학의 역사와 방법에 대한 공부에 집중하면서 정작 자신과 세상에 대해 철학할 기회를 잃어 버린 듯 하다.

1권에서 비엔나에서 과학적 세계관이 어떻게 꽃피웠고 또 어떤 한계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이후 포스트모던주의는 이와 대척점에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설명하면서 역시 그 이론은 상세한 설명에도 쉽게 책장을 넘기게 되진 않는다.
2권에 들어오면 근대철학 그리고 오히려 마지막에는 그리스와 로마로 이어지는 중세철학으로 역순으로 찾아 들어간다. 2권은 이야기를 듣고 있듯 술술 넘어가진다. 대학시절 그때 또래들이 그랬듯 니체와 사르트르, 카뮈로 이어지던 허주주의, 실존철학 등에 심취한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인가 2권의 바젤 부분은 흥미롭기도 했고 그 연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삶이 어떤 의미도 없고 그래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했던가? 삶과 죽음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주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물러섬 없이 사색했던 철학자들의 여정을 따라가는 길에서 자신에 대해 오랜 만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저자가 말하듯 철학적 지식을 확충하거나 역사를 이해하기 보단 철학하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2권을 마치고 다시 1권으로 넘어가서 재차 읽으면서 좀 더 이해가 되었다. 나처럼 철학적 기본 소양이나 정보가 없이 이 책을 본다면 아마 계속 앞뒤로 넘어가면서 다시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철학과 관련된 책을 이렇게 집중해서 재미나게 읽기가 오랜 만이다. 읽고 난 후에는 오래 여운이 남는다. 책을 읽고 삶의 본질을, 자신을 내면을 생각하게 되어서 일까? 그렇다면 저자의 의도대로 참 잘 쓰여진 책이다.

읽은책 : 정재영 저,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1, 2권,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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