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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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 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그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눈을 생각해˝ -본문 중에서-

처음 광주민주화운동묘지를 간 날을 기억한다 묘비에 새겨져있던 놀랄만큼 앳된 얼굴들을 기억한다. 너무나 앳되어 묘비 뒤로 돌아가 나이를 확인해봤다 15,16.... 수 많은 묘비들이 그 나이를 기록하고 있었고 그 앳된 얼굴과 눈동자들이 그 나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한강의 소설은 내가 묘비에서 만나야 했던 혹은 묘비에서 만날수 조차 없었던 1980년 5월 그해 소년들의 이야기이다.

묘비의 소년은 내나이의 절반 밖에 되지 않고 나는 두배를 더 살았음에도 아직 삶이 세상이 무섭고 버거운데 그 해 그들이라고 무섭고 버겁지 않았을까... 죽을 줄 알면서 도청에 왜 남아있었냐는 질문에 광주 생존자들은 말한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고...죽어간 친구를 모른체 했던 소설 속 동호도 그래서 그 자리에 있었다

˝열다섯살 동호가 건너지 못하는 나이의 훤칠한 고등학생들이 내 어깨를 스쳐지나간다 아무도 내 동생을 더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야합니다˝ -에필로그 중에서-

광주민주화 운동이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광주 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6.25전쟁 다음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간 비극이며 여전히 실종된 사람이 많은 현재 진행중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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