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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미리 보는 의대 신경학 강의
안승철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0년 9월
평점 :
현직 의대 교수가 직접 만화를 그려 중고등학생과 일반인이 볼 수 있는 의학 입문서를 냈다. '만화로 미리 보는 의대 신경학 강의', 바로 이 책이다. 요즘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가 신경학이다. 그런데 똑똑하기로는 따라갈 자가 없다는 의대생마저 어려워하는 분야가 신경학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전달하는 방식으로 만화를 택했다. 재미있고 쉬운데다 지루하지 않기로는 만화가 제격이었다. 생각만 해도 즐거워지는 게 만화니까.
하지만 아무리 만화가 쉽게 전해줘도 신경학이 어려운 건 사실이기에 조심스레 첫발을 디뎠다. 어떤 학문이든 과거로부터 오늘로 이어지고 오늘을 통해 내일을 보게 된다. 뇌가 심장을 제치고 오늘의 자리를 차지하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어떤 관심과 노력이 있었는지 의학자들의 연구 과정을 보여주며 차례차례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왜냐고? 아까 말했듯이 신경학은 어려우니까. 현직 의사들도 안개 속에 있는 듯 이상하고 낯선 증상과 사인으로 의사들을 괴롭힌다고 할 정도니 무슨 말을 더할까.
그렇다면 신경학에 대한 연구는 언제부터 하게 됐을까? 인간의 뇌를 알고 싶은 의학자들의 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적잖은 시행착오와 수많은 생명체의 희생 속에서 오늘과 같은 성과를 이루기까지 때로 척박하고 지지부진한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러다 17세기 영국에서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당시 인간의 뇌를 연구하던 토마스 윌리스가 책을 출간하면서 신경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본격적인 현대 신경학은 19세기 중후반 프랑스의 브로카에 의해 시작되는데, 이후 많은 정신적인 기능이 뇌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에 대한 연구가 계속 될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더해졌고, 인공지능이 급부상하며 신경학에 대한 수요와 관심은 폭발적이 되었다. 과학기술 기반사회에서 이 세상을 제대로 보고 달라진 환경 속에 살기 위해서도 이제 최소한의 과학과 의학에 대한 지식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구글 딥마인드 설립자이자 알파고를 만든 인지신경과학자 데미스 허사비스는 더 나은 AI를 구축하기 위해 인간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내적 활동을 면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니, 후기가 왜 이리 어려워? 설마 책도 이렇게 재미없어?” 그럴 리가! 보다 보면 은근히 웃기고 은근히 시간 잘 간다. 책에는 저자의 분신인 뇌 박사가 있는데, 처음 보는데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친근감을 준다. 뇌 박사를 믿고 졸랑졸랑 따라가 신경학을 여행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문에 와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게다가 간간이 혼자 장단을 맞추고 있는 자신까지 보게 된다.
"오잇, 마취도 안 하고 뇌수술을 했다고?", "피가 돈다는 개념이 17세기 초까지 없었다네!", "허걱, 돈을 받고 자신의 뇌를 만지게 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