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도감 - 학교생활 잘하는 법
김원아 지음, 주쓰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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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내 친구 도감]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도감: 동물이나 식물의 사진이나 그림을 모아서 실물 대신 볼 수 있도록 엮은 책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1학년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학급(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잘하는 방법을 (즐겁고 유쾌한) 그림과 함께 설명하는 친절한 안내서입니다.^^

이 책에서는 학교생활을 잘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지만, 책 제목에 나와 있는 '도감'이라는 낱말에서 짐작했듯이 여러 가지 다양한 교실 상황에서 만나볼 수 있는 친구들을 (그림으로 보면서) 찾아보는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무엇보다 저는 '기발한 똥 닦기 연습'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내년이면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다양한 문제 상황을 겪을 것이고, 똑같은 문제 상황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하게) 반응하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시름 놓게 되었어요. 그림책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요? 여러 문장으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한 편의 그림이 아이에게 더 친숙하고, 이해하기 쉽게 다가온다는 걸 김원아 선생님은 너무나 잘 알고 계신 것 같아요.^^

아~~우리 반에도 이런 친구가 있어. 어쩜~~ 우리 반 친구들을 보는 것 같아. 이 장면은 누구인 것 같아. 나와 같은 친구도 여기에 나오네.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하고, 깔깔깔 웃으며 장면별 해당하는 친구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습니다. 또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들의 다양성(성격, 행동 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까지 함께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책이 교실에도 한 권, 가정에도 한 권씩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책 내용이 아주 새롭지 않지만, 적어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예비 초등학생이 될 어린이들과 이미 초등학교 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생활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는 학생들도 장면별 그림을 보며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정말 멋지게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다짐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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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선으로 - 해방된 조국, 돌아온 자들과 무너진 공동체
이연식 지음 / 역사비평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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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80 여 년 전의 이야기. 나라를 잃은 슬픔과 차별, 배고픔과 생명의 위태로움까지 견뎌내며 해방을 맞이했지만, 어떤 이들에게 해방은 더 큰 좌절과 슬픔, 한탄만을 안겨주었다.

권력을 가지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던 미군정과 주요 요직자들은 전재민들(귀국 동포, 월남민)에게 관심을 두고 따스한 손길로 도와주지 않았다. 올바르지 못한 체제 유지와 권력 획득(유지), 개인적 부의 축재에만 관심을 가진 자들이 분열된 조국을 안정시키고, 양극화를 해소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 피해는 언제나 고스란히 힘없고, 연줄 없고, 돈 없고, 정보력 없는 다수 민간인의 몫이었다.

P56 해외에 가서 고생하다가 고국이 해방되었다고 기쁘게 돌아오니 기다려주었으리라고 믿었던 고국에서 주는 선물은 주택 대신에 길 위의 거적과 방공호요, 따뜻한 음식 대신에 추위와 (굶)주림뿐이요, 따스한 동정 대신에 얼음 같은 학대와 멸시뿐이오. 그 말로가 참혹한 죽음이라는 오늘의 이 현실은 참으로 통한할 일

P78 국공내전 속에서 농토마저 빼앗긴 채 살기 위해 돌아와야만 했던 자, 위험천만한 밀선에 올라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의탁할 가족이나 친족이 없던 자, 강제 동원지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왔으나 귀환과 동시에 실업에 직면한 자, 그리고 초기 월남민 가운데 이른바 `생계형 남하 집단`등이 바로 해방 공간의 `전재민` 집단이었다.

P94 1945년 8월 24일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조선인 3,735명, 일본인 255명 탑승. 사망 조선인 524명, 일본인 25명(비공식 5천여 명). 미군이 투하한 항공 기뢰 때문인가? 패망에 대한 일본의 조선인에 대한 '분풀이'이자 '계획적인 범죄'로 봐야 할까?

P116 1945년 10월 들어 일본 군부대원과 경찰의 송환이 끝나고 '민간인' 차례가 다가오자, 미군정 당국은 한일 간의 모든 재산 반출을 금지할 것이며 송환 예정자에게는 '현금 1,000엔(원)'과 '손에 든 수화물'만 허용하겠다고 발표. 천황의 항복 방송을 듣자마자 눈치 빠른 총독부의 고관대작과 의사, 변호사, 기업가와 대기업 간부들은 몰래 재산을 처분하고 이것을 귀금속과 문화재로 바꾼 뒤 밀항단을 이루어 미군이 진주하기 전에 기어코 빠져나가는 모습. . .

인간 본연의 '악'과 극도의 이기심이 느껴졌다. 살려고 발버둥 치는 그것 자체를 무조건 죄악으로 여길 순 없지만 불법과 편법, 돈, 인맥 등을 이용하여 자신의 부와 기득권을 놓지 않는 모습에선 그 누군가가 떠올려지기도 했고,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급품(식량)과 의약품들을 횡령하거나 중간에 가로채기해서 되파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거나, 적산가옥 등을 부당하게 편법과 불법(공사문서 위조)으로 여러 채 사들여 재산을 늘리려고 했던 자들. . . 땅에서도 모자라 배 위에서도 해적질로 물품을 빼앗기까지. . .

P152 과거의 기록 속에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볼 때면, '역사란 결국 시공간을 넘나드는 도플갱어들의 재현'이 아 ·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로 선한 사람들보다는 역사 속의 악인들이 마치 오래된 유럽 건물 꼭대기의 빙글빙글 도는 시계탑 인형들처럼 주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P226 관유지나 국유지는 결국 조선 왕가의 땅이거나 선조들의 능, 원, 묘역이었는데, 일본인들은 이것들을 맘대로 유곽, 골프장, 공원 녹지 등으로 바꾸어 버렸다. 일본인들은 조선왕조의 전통적인 능, 원, 묘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분묘 또한 이장비도 없이 맘대로 처분했다.

P288 해방 후 약 250만 명이 남한으로 돌아온 가운데 타지에는 여전히 '남은 자, 남겨진 자, 돌아오지 못한 자'들이 있었다. 우리는 해방 후 돌아온 사람에게도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타지에 남은 이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또한 살피지 못했다. 그 결과 해방 후 조국으로 돌아온 자에게는 '사회적 소외'가, 미처 돌아오지 못한 자에게는 '비정한 기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듯 해방과 분단은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재편'이 등시에 이루어진 시공간이기도 했다.

'연구서' 같기도 하고 '대중서' 같기도 한 이 책은 내게 흥미와 부담을 동시에 안겨준다.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부담과 후회가 조금씩 밀려오고 있었다.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 상식을 초월하는 부의 증식과 이와는 정반대의 상황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1945년 해방 이후 (안타깝게도) 계속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쉽사리 책을 덮기 쉽지 않았고, 다시 책을 펼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광복의 그 시대를 내가 살고 있었다면 나의 삶은 어떠했을까? 머리가 무겁고,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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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천재들 -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
빌 프랑수아 지음, 발랑틴 플레시 그림,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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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사진이나 그림이 있지 않아서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를 위해 실물에 가까운 그림 자료를 함께 제공하고 있어 글의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의 모든 내용을 100% 이해할 순 없었기에 구글, ChatGPT, Perplexity, 유튜브의 도움을 받았다.

1.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학자는 지구를 지구(地球)가 아닌 해구(海球)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할 정도로 땅을 밟고 살아가는 우리가 모르고 살아가는 영역이 바로 바다이다.

2. 인간이 아는 해양 생물은 10% 정도도 되지 않는다고 볼 때, 여전히 지구의 바다는 지구에 있으나 지구가 아닌 또 다른 행성이자, 우주이다.

3. 잘라도 잘라도 다시 재생되는 플라나리아. 한 개체를 276토막으로 잘라본 사람도 대단하고, 새로운 276마리의 개체가 새로 생겨나는 플라나리아는 더 대단하다.

4. 해면 속에 갇혀서 일평생 함께 한 공간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해로새우(동혈새우). 유리해면은 `비너스의 바구니`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는 데, 1만 1000년 이상 사는 해면도 있다니. . .
무엇보다 불사의 존재인 홍해파리, 작은보호탑해파리. 얘네들은 어린 상태로 되돌아가 처음부터 삶을 다시 시작하듯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 수 있는가?

5. 민어과 블랙드럼이 짝짓기 철에 내는 소리가 미국에서 불가사의한 소음 문제의 원인이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더 심한 경우에는 거의 배 위에서도 물고기의 소리가 들린다는데. . . 프랑스 아르카숑 지역에서 `귀`를 사용하는 전통방식의 물고기(미거) 잡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긴 관(대나무, 파이프)을 이용하여 선상에서 민어를 잡는 방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5-1. 해면 같은 생물이 다른 생물보다 진화가 덜 되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해면은 지구의 역사에서 일찍 나타난 생명의 가지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의 해면은 오늘날의 사람과 앨버트로스와 갯가재와 마찬가지로 약 38억 년 전에 생명이 출현하면서 시작된 진화 과정을 동일하게 거친 결과물이다. 즉, 모든 종은 각자 자신의 환경에 잘 적응한 결과물이며, 가장 `오래된 종`은 겉모습만 `살아 있는 화석`처럼 보일 뿐이다_P290

6. 미소 조류에 해당하는 야광충(녹틸루카 신틸란스). 물 한 방울 속에 들어 있는 야광충이 1000마리 이상이나 되다니. . . 포식자가 접근하면 그 영향으로 물이 움직이는데, 이 미소 조류의 외피에 가해지는 물의 힘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그 결과로 빛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것이 캄캄한 밤에 태평양에서 길 잃은 비행기 조종사에게 빛의 길이 되어줄 수 있었다는 것.

7. 실러캔스는 원시적인 생김새를 지녔고, 아주 오래전에 살았던 과(科)의 후손이지만, 그동안 진화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도 진화를 피할 수 없다. 우연히 조상의 겉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 내부와 생활 방식은 깊은 바다의 삶에 적응해 변했다. 매우 원시적인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실러캔스는 여러분과 나, 그리고 오늘날 살아 있는 모든 종과 마찬가지로 `진화`를 했다_P333쪽. 물론 바퀴벌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8. 천재(天才):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 바다라는 공간에서 자기 생존을 위해 (물리학의 법칙을 당연히 알고 있진 않겠지만) 물리학의 법칙 속에서 때론 물리학의 법칙의 한계까지 도전하며 살아가는 듯한 신비롭고, 놀라우며,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들. 인간의 관심 밖에 있지만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기에. . . 인류의 기원과 생존과 번영을 위해선 바다의 연구와 바다 생물 자체의 연구는 앞으로 계속되어져야 함이 분명하다. 그리고 다른 생물들과의 적절한 공생과 보호도 함께 진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표지 그림이 너무 예뻐~~~^^

#빌프랑수아
#발랑틴플레시
#해나무
#바다의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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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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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

일본에서 한자와 나오키(2013 TBS 드라마, 최종화 간사이지구 시청률 최고 45.5% 기록) 원작 소설로 유명한 작가이지요. 2019년 이전에는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하늘을 나는 타이어등 단 몇 권의 책으로만 우리나라에서 접해볼 수 있었지만 이 두 권은 현재 절판된 상태였지요. 그런데 작년 6월을 기점으로 근 9년 만에 이케이도 준의 소설을 우리말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1~ 3) 그리고 올 1,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일곱 개의 회의가 한글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토록 유명한 일본 소설 작가의 책이 왜 우리나라에선 번역이 되지 않고 있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들었습니다만 작년부터 그의 소설이 계속 우리말로 번역 출간되고 있기에 독자로서 상당히 기쁘고, 기대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책 뒤 표지를 장식하는 띠지의 문구처럼 정말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단숨에 읽되, 자신의 이야기 같다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대목은 더욱 즐겨주시길.” 이라는 작가 인터뷰 대목처럼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물론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한글 제목 : 내부고발자들:월급쟁이의 전쟁, 202018일 개봉)도 우리나라에서 개봉됐지만,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한 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기 힘든 자신을 보게 될 겁니다. 가히 일본 최고의 스토리텔러 & 페이지 터너(책장 넘기기가 바쁠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대기업 소닉의 자회사이자 중견기업인 도쿄겐덴에서 벌어진 비뚤어지고 잘못된 기업 윤리 의식이 만들어 낸 부품(나사) 원가 후려치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영업 실적 강요 및 하달식 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부정과 군상을 소설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의 이전 소설 하늘을 나는 타이어에서도 보이고 있는 중소기업을 향한 대기업의 횡포 그리고 그 불합리하고 온전치 못한 갑과 을의 경쟁 구도에서 흥망성쇠의 운명 가도를 달리고 있는 하청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스토리는 자영업과 회사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 제가 보기에도 한숨과 탄식, 안타까움이 빚어지는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도 했는데요. 기업과 그 기업의 부품 역할을 감당하는 구성원들이 오로지 성장을 목표로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운명 공동체로서 부정을 항거하지 못하고 그 부정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담하는 모습들이 소설 속 여기저기에서 나타납니다.

 

출세하려 하고 회사나 상사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니까 괴로운 거지. 월급쟁이의 삶은 한 가지가 아니야.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이 있는 게 좋지. 출세라는 인센티브를 외면해버리면 이렇게 편안한 장사도 없지.” 도쿄겐덴의 영업 1과 만년 계장 핫카구의 말 속에서 조직사회의 구성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핫카쿠라는 캐릭터가 한편으론 한없이 부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쓰면서도 달콤하고 한 번 빠지게 되면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승진과 출세라는 강력한 프레임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일이란 말이지, 돈을 버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거야. 사람들이 기뻐하는 얼굴을 부면 즐겁거든. 그렇게 하면 돈은 나중에 따라와. 손님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장사는 망해.” 고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행위, 고객을 배신하는 행위는 결국 자기 목을 조르게 된다고 말한 도쿄겐덴 부사장 무라니시 교스케의 말에서 저는 제대로 된 기업윤리 의식을 가진 경영자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수익 지상주의와 기업의 목표치 달성에 급급해서 원래의 잊어버린 그 장사의 의미를 상실한 채 하청기업의 목을 (원가 절감) 경합이라는 단어로 죄고 누르는 기업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영업 1과 계장 야스미 다미오(핫카구)가 과장 사카도 노부히코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발하면서 예상치 못한 대기 발령 조치를 받은 사카도 노부히코의 이면에 숨겨진 인사 배경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는 중견기업 도쿄겐덴의 추악함을 이 소설을 통해 충분히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

 

겉치레의 번영인가, 진실한 청빈인가. (나사) 강도 조작을 눈치챘을 때 핫카쿠는 후자를 선택했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어떤 길에도 미래를 열어줄 문은 분명 있을 테니까.

 

불공정과 부조리, 양심과 어긋나며 반대의 길을 가는 썩어 문드러져 가는 속마음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승진과 출세 가도를 달리는 패망에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는 브레이크 없는 겉치레의 번영이 상당히 유혹적으로 느껴질 때가 가끔 있지만, 저는 만년 계장으로 때론 다른 구성원들에게 민폐처럼 느껴지는 사람으로 보일지라도 조직의 부정과 비리에 눈감거나 편승하지 않고, 진실한 청빈으로 살아가는 핫카쿠가 더 멋있는 인생처럼 느껴집니다. 저 또한 그런 모습을 닮아가야겠지만, 현실 세계에선 막상 용기가 잘 나지 않네요. 저 또한 거대한 기어 부품에 맞물려 더 열심히 뛰며 움직여야 하는 작은 부품에 지나지 않는 구성품에 불과한 것뿐일까요?

 

이케이도 준의 다음 작품이 또 기대됩니다. ‘하늘을 나는 타이어에 이어서 역시 이케이도 준은 기업과 경제, 금융 소설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출판사 리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케이도 준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거침없는 속도감과 미야베 미유키의 통렬한 사회적 시선을 한데 지닌 작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은 출판사 비채에서 제공해 주신 책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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