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 조상들이 가장 크게 가치를 두었던 학문 정진과 그 학문의 표현이 詩 書 畵라 하였다는데.....

이 책은 열면 지금은 찾기도 어려운 어느 한적한 교외에 있던 고풍스런 한옥, 나무 창살이 가로세로로 잘 짜여진 풀먹인 한지를 붙여진 사랑방문을 열고 들어선 기분이 든다.

이 방에서 저자는 옛 선비들의 마음이 담겨진 11편의 서화를 추려내어 독자를 화판 앞에 앉게 하고 비단과 한지를 옆에 놓아 천천히 그 옛 그림들의 체본을 뜨듯이 손가락 붓을 들어 그리게 한다.

이미 현대라는 이름으로 금전적인 것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분위기에서 가치가 폄하된 그림들에서는 다시금 옛 선비들의 마음 읽기로 잃었던 제자리의 가치를 찾아가고 그림 구석구석마다에 숨겨진 우리들이 잃어버렸던 옛 보석들이 영롱한 빛을 드러낸다.

이 책에는 11개의 그림이 도판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도판마다의 영롱한 빛은 그 빛을 보여주기에 앞서 우리에게 먼저 마음의 한적함과 조금은 여유로운 멈추어진 시간을 요구한다.

디지털시대를 외치며 시초를 다투는 조급한 마음에게는 고루하고 답답하게 보일 수 있는 그림 읽기.

그림들은 그 앞에 멈추어 독자에게 얼굴을 고정시키고 숨겨진 옛 선비들의 고고한 숨결과 그림속에 숨어있는 옛 선비들의 마음속을 가득 채웠던 偶然欲畵(문득 그리고 싶어 그린 그림)뒤에 숨어있는 원숙한 덕성들을 보도록 권하고 있다.
이것은 한 세기 동안 급변하는 세계에서 살아 남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오며 모든 것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헐떡거리는 숨을 고르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수백년 묵은 술은 조금씩 입에 축이며 그 향을 즐기는 것이니 벌컥벌컥 마시기 위한것이라면 값싼 현란한 색깔의 천박한 술을 찾으라 하는 것처럼....

우리 민족이 본시 가지고 있던 원숙했던 모습이 어떠했던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 추스름이 있어야 함이며, 온통 반짝거리는 것들로 현란함에 익숙한 현세대들에게는, 마음속에 잔잔히 흐를 수 있는 참 즐거움이 어떠한 것인지를 배우는 데에 필수적이라 말하는 듯하다.

그림을 하나씩을 드려다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조상들이 얼마나 역사를 두려워하며 고심하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관조하며 살았던가하는 것을 읽게되고, 그와 대비하여 지금의 나는 일상에서 얼마나 조그만 이익을 찾아 자아를 잃어버리며 뛰어다니고 있는가 하는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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