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여주가 언니의 남친을 찾게 되는 사연이 스토리의 줄기입니다. 술김에 언니의 남자로 공공연하게 알려진 남주와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무슨 막장이냐 싶지만 알고 보면 애초 여주에게 마음을 둔 남주의 계략이 작용한 것이고 남주와 여주도 처음부터 온리유였으니 두 사람이 사랑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여주가 초반 심하게 자책을 하고 언니의 새로운 남친을 찾기에 이르니. 캐릭터나 스토리의 초반 설정은 재밌었는데 뒤로 갈수록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스토리가 흘러가 약간 당황했습니다. 마무리가 약간 흐지부지 정리된 거 같아 아쉽습니다.
'겨울연인'은 잔에 담긴 붉은 와인이 그려진 단순한 것 같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는 표지처럼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어느 정도 예상되면서도 글의 강렬함에 빨려들며 읽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실력있는 소믈리에인 성준과 재벌가의 딸인 백희의 뜨겁고 강렬한 사랑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기적인 어머니의 손에 좌우되며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던 백희가 성준을 만나게 되면서 강렬한 사랑을 경험하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면서 누구에 의한 삶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겨울연인'은 재벌과 소믈리에, 특수한 계층간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소설입니다. 재벌들간의 사랑은 로맨스소설에서 자주 등장했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여주가 재벌이라는 점, 여주의 집안이 남주와의 사랑을 방해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일 수도 있지만 스토리만을 봤을 때는 여느 재벌이 등장하는 소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약혼자인 병호와 사촌인 선화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목격하면서 충격을 받았던 백희지만 병호에 대한 별다른 애정이 없었기에 그닥 상처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식으로 무시하는 병호와 자신을 얕잡아 보는 선화에게 복수 비슷한 것을 하기 위해 선화가 거절당한 와인바의 소믈리에인 성준에게 계약적인 관계를 갖자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수동적이고 내성적으로 살아왔던 그녀가 당돌하게 말입니다. 복수심리 비슷한 것도 있었지만 성준에게 남자로서의 매력을 느꼈던 백희와 백희의 그런 제안에 어이없어 했었지만 백희에게 알 수 없는 관심과 감정을 느끼게 된 성준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거래에서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처음부터 그들은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백희를 대하는 성준의 태도만 봐도 백희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자신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들여 놓고, 여자들과의 관계를 즐기긴 했지만 소위 있는 집의 여자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그가 백희만은 예외로 뒀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이 거래가 사랑으로 발전하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어머니로 인해 감정을 죽이며 살아왔던 백희가 성준으로 인해 인간다워지고 여자로서의 행복을 깨달아가게 됩니다. 조금씩 서로의 삶에 상대를 들여 놓으며 가까워지고 뜨거운 사랑을 나눌 뿐 아니라 그 마음 또한 깊어집니다. 그들의 그런 관계를 지켜보기만할 백희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이 이들 앞에 시련으로 다가옵니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그 여자에게서 아들까지 본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치기어린 사랑으로 실망을 안겨준 백희 언니인 이화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고 자신과 회사를 위해 백희를 자신의 방식으로 키워왔던 백희의 어머니는 백희와 성준의 사랑을 용납하지 못하고 방해하고 위협합니다. 어머니의 잔인함을 잘 아는 백희는 성준이 다칠 거라는 두려움에 뒷걸음치기도 하지만 성준을 믿고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합니다. 성준 또한 백희와 함께 하기 위해 백희의 어머니와 맞서기로 마음 먹습니다. 어떻게든 백희의 어머니를 흔들어 백희와 당당하게 사랑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성준의 품안에서 그만 의지했던 백희는 화신과 선화를 보면서 달라지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수동적인 여자에서 조금씩 능동적으로 변해갑니다. 그리고 잠시 이별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들이 함께 했던 그 때로부터 세번째 겨울이 찾아오면서 성숙해진 백희와 성준의 재회가 이루어집니다. 평범하고 잔잔한 사랑이 아닌 드라마틱하고 강렬한 백희와 성준의 사랑은 여러번 접해본 소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필력과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잘 어울려져 나름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만 백희가 성준이나 조연들에 비해 약했던 것 같습니다. 백희의 변화가 좀 더 빨랐더라면 더 재밌게 다가오지 않았을 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작지만 탄탄한 가사도우미 업체를 운영하는 지현은 절친한 친구인 서영의 웨딩촬영장에서 서영의 남편 동욱의 친구인 변호사 태민을 만나게 됩니다. 첫인상에서 끌림을 느꼈지만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고 마음에 잠시 담았던 태민을 아쉽게 지우며 여느 때처럼 모자가정들과 함께 회사를 꾸려갑니다. 그러던 중 태민의 전화 한 통화를 받게 됩니다. 출장을 다녀와 보게 된 집안 광경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어지러운 집안 풍경은 그렇다치고 방에 웅크려 자고 있는 아들 건우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가사도우미의 모습에 화가 난 건우는 가사도우미를 쫓아냅니다. 가사도우미가 떠나고 나서 불안한 눈빛으로 안도하며 건네는 아들의 말에 충격받은 태민은 새로운 입주 가정부를 구하려던 중 가사도우미 업체를 운영한다던 지현을 떠올리게 되고 그녀에게 의뢰를 합니다. 아버지의 빚보증으로 자신의 전셋집을 빼게 된 지현은 태민이 의뢰한 입주가정부에 자신이 들어가는 게 여러 가지를 따져봤을 때 좋다는 생각에 태민의 입주가정부로 들어가게 됩니다. 태민이 이혼남인 것을 알게 되면서 애써 마음을 붙잡고 사랑에 굶주린 건우를 정성과 애정으로 돌보는 지현과 건우를 대하는 지현의 진실된 마음과 예쁜 모습에 마음이 빼앗긴 태민. 두 사람은 조금씩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벗어나 연인이 되어갑니다. 회사를 꾸려가는 모습이나 건우를 자신의 아이처럼 대하는 지현의 모습이 예뻤고, 엄마의 사랑을 알지도 받지도 못하고 자라왔던 건우가 지현을 통해서 여느 아이들처럼 밝아져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어느새 따뜻한 한 가정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지현과 태민, 건우 세 사람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아무리 태민이 이혼남에 아이가 있다고는 하나 집안만을 보면 확실히 기우는 지현임에도 지현의 모습에 반해 자신의 며느리로 삼겠다 말하는 태민의 어머니도 좋았고, 아무 욕심 없이 살아오며 딸아이의 행복만을 바랬던 지현의 부모님의 인간적인 모습도 좋았습니다. 태민이 이혼남에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반대하긴 했지만 딸과 태민의 진심을 믿고 결국 허락하는 모습,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현에게 건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건 더할 수 없는 기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당신이 필요해'를 읽고서 말입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글이었습니다. 예쁜 마음과 예쁜 사랑을 만날 수 있었고 등장인물 또한 악역 없는 매력적인 인물들이어서 읽으면서 편안했습니다. 너무 밝고 따뜻한 글이었고 예쁘고 단란한 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에필로그 또한 참 마음에 드는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