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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숲을 기억해요 - 멕시코 ‘바람의 끝에서 상’ 수상 ㅣ 노란상상 그림책 10
로시오 마르티네스 글.그림, 김정하 옮김 / 노란상상 / 2013년 1월
평점 :
좋은 그림책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그림책은 '나무'와 사람의 교감이 느껴져 마음이 포근해진다. 그리고 내 손때 묻은 앉은뱅이 책상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이야기는 나무의 기억을 따라간다. 그 기억은 숲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이어져 있다.
아주 오래 전 숲을 사랑하는 나무꾼이 있었는데, 그는 나무 한 그루를 심어 정성껏 가꾸었다. 그리고 잘 자란 나무를 손질해 소박한 탁자를 하나 만들었다. 여기서 탁자가 된 나무의 '여행'이 시작된다. 나무꾼은 이 나무 탁자 위에서 소박한 일생을 살다 돌아가시고, 그 아들은 소중한 이웃에게 추억이 깃든 이 나무 탁자를 선물하게 된다. 빵가게 주인에게, 우유 짜는 아저씨네로.. 이웃들에게 전해진 이 나무 탁자는 주인과 소중한 추억을 쌓게 된다.
그러나 위기가 찾아온다. 어느 날 집에 불이 나서 낡은 나무 탁자는 불에 까맣게 그을리게 된다. 우리의 나무 탁자는 쓰레기 신세가 되어 버려졌다. 물론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어느 알뜰한 신혼부부에게 발견되어 새단장을 하게 된다. 색깔까지 말끔하게 칠해진 탁자는 그 집에서 새주인 부부와 소박한 즐거움을 맛보며 가족처럼 살아간다. 시간이 흘러 부부의 딸이 나무꾼의 숲 근처에 살게 되었다. 낡은 탁자는 산들바람과 땅의 향기를 맡고 아주 조그마한 싹을 틔웠다. 부부의 딸은 옛날 나무꾼이 했듯 정성껏 가꾸었다. 그리고 그녀는 알게 되었다. '오직 사람만이 숲을 사라지게 하고 또 숲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그림책 속엔 만화처럼 촘촘하게 나무의 기억이 담겨 있다. 이야기에 나오는 이들의 생생하고 유쾌한 표정이 미소 짓게 만든다. 또한 그림을 통해 전달하는 나머지 얘기 거리들도 풍부하다. 특히 나무 탁자가 이웃에게 전해져 각자의 사연 담긴 흔적이 남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어떻게 생긴 흔적인지 같이 얘기하다보면 결국 이런 게 추억 아닌가? 즉 손때 묻은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만들어 쓰는 것이 어디서 오는지, 그게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나무'의 기억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오직 인간만이 숲(자연)을 사라지게 하고,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