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 - 돌봄과 상실 너머, 다시 시작된 사랑의 모험
천희란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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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김영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우리 집 똥글이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자꾸만 책 속의 고양이가 아니라 우리 집 똥글이를 떠올렸다.

루아꼼, 테오 디오 형제의 이야기를 읽으며 웃다가도
마음이 무거워졌고,
어느 순간에는 책 속 문장보다 소파 위에서 잠든 똥글이의 모습이 먼저 생각났다.

아마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모두 비슷할 것이다.
반려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 우리는 결국 자기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똥글이를 처음 만난 때를 떠올랐다.
처음에는 그저 낯설지만 귀엽고 마냥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함께 놀고, 사진을 찍고, 맛있는 간식을 주고, 가끔 사고를 치면 웃으며 치워 주는 정도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함께 살아갈수록 알게 되었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귀여운 동물과 사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프면 걱정하고, 밥을 안 먹으면 이유를 찾고,
평소와 다르게 잠만 자도 혹시 어디가 아픈 건 아닐까 불안해진다.

『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 속 보호자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도 그래서였다.
병원 검사 결과를 받아 들고 인터넷을 뒤지며 밤을 새우는 마음.
수의사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혹시 내가 놓치는 게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
그리고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마음.
그 감정들을 나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 속 루이의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며 가장 두려운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언젠가 똥글이도 떠나겠지.'
평소에는 애써 외면하는 생각이다.

똥글이가 창가에 앉아 새를 구경할 때,
장난감을 물고 뛰어다닐 때,
잠결에 발라당 누워 배를 보여 줄 때는
영원히 지금처럼 곁에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안다.
반려동물의 시간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그래서 『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는
단순히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문득 생각해 보았다.
나는 똥글이와 보내는 오늘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가.

바쁘다는 이유로 놀아 달라는 신호를 지나친 적은 없었는지, 사진은 많이 찍으면서 정작 눈을 마주치는 시간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아플 때만 건강을 걱정하고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은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책을 읽을수록 이런 질문들이 마음 속에 차올랐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고양이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기록하는 모습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고양이 한 마리일 수 있다.
하지만 보호자에게는 아니다.
똥글이가 물 마시는 방식, 잠들기 전 자세, 좋아하는 간식, 기분 좋을 때 내는 작은 소리, 새벽마다 깨우는 버릇.
이런 것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똥글이만의 역사다.
우리는 그 작은 습관들을 기억하며 사랑한다.

그래서 반려동물이 떠난 뒤에도 사람들은
이름을 부르고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한다.
잊지 않기 위해서다.
아니,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는 결국 기억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살아온 시간을 기억하는 일.
사랑했던 존재를 기억하는 일.
그리고 그 기억을 통해 계속 사랑하는 일.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자연스럽게 똥글이에게 다가갔다.

아무것도 모른 채 편안하게 잠든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똥글이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꼬리를 한 번 툭 움직였을 뿐이다.
그 모습이 괜히 눈물 나게 사랑스러웠다.

우리는 언젠가 이별할 것이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를 읽으며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이별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날이 오기 전까지 얼마나 많이 사랑했는가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똥글이에게 말해 주고 싶다.
"똥글아, 네가 내 삶에 들어온 이후로 평범한 하루들이 특별해졌어."
"아무 이유 없이 웃게 해 줘서 고맙고, 힘든 날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그리고 무엇보다, 내 가족이 되어 줘서 고마워."

『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는 나에게 슬픈 책이면서도 따뜻한 책이었다.
다섯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지만,
책장을 덮고 남은 것은 똥글이에 대한 사랑이었다.

오늘 밤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똥글이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언젠가 추억이 될 오늘을,
후회 없이 사랑하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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