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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눈의 여자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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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혹은 미네르바)와 항상 함께 다니는 올빼미는 서양에서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세상이 어둠에 휩싸이고 인간성이 사라져가는 황혼과 밤에 활동하는 올빼미는 '올빼미눈의 여자' 속에서 기성을 더불어 모든 인물을 조종하고 사건을 계획하는 치효성모를 표현하기에 딱 알맞은 동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듯한 매서운 호박색 눈과 날카로운 눈동자. 상상만으로도 섬뜩해지는 모습의 치효성모는 오직 한국에만 있는 민속신앙의 주역인 '무속인'이다. 신석기 시대 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어 고조선 건국신화로 그 위상을 알린 한국 민속신앙과 샤머니즘은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 '문지방을 밟으면 안된다'와 같은 민속 신앙에 기반한 미신은 매우 유명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을 것이다. 저자 박해로는 민속신앙에 소설가다운 상상력으로 살을 붙여 잘 짜여진 이야기를 만들었다. 독자들은 미신이라고 생각했던 샤머니즘 주술로 주인공 기성을 압박하는 치효성모 무리의 방식에 오소소 소름이 돋기도, 그 신비하고 잔인한 방법에 경악하기도 하며 한 층 몰입해서 이야기를 읽게 된다.

'올빼미눈의 여자'에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후 전에 없던 전 국민의 생활고 속에서 이기적으로 변한 인간 군상을 표현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람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이익을 얻기 위해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내키는대로 분노를 발산한다. 어떤 인물은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행동에 구역질을 하면서도 애써 인간성을 죽이고 목표를 향해 부나방처럼 달려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마침내 타인의 희생을 발판삼아 원하던 욕망을 이뤘을 때 그 욕망이 자신을 얼마나 아프게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한국형 신비주의 미스테리 소설은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끝맺는다. "지상의 문제를 신에게서 답 구하지 마라" 신의 힘을 위시한 운명적 우연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신의 능력과 신비적인 힘으로 마무리 된 극의 흐름의 끝 말로서는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신은 개인을 떠났고, 대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 작은 희망들을 나눠주겠다고 한다. 참으로 한국 민속신앙답다. 본디 우리의 민속신앙은 저주와 악보다는 수호와 정화와 친하다. 현대에 와서는 가진자들이 더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상업적인 속성이 강해졌지만 말이다.

민속신앙과 미스테리를 한국에서 가장 잘 버무리는 박해로의 신작 '올빼미 눈의 여자' 무더위 속에서도 오싹하게 소름이 돋는 재미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가장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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