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탄생 - 우리가 찍은 낙인의 역사
수레카 데이비스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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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괴물의탄생 #수레카_데이비스 #현암사

괴물의 탄생_우리가 찍은 낙인의 역사(수레카 데이비스, 현암사, 2026, 초판1쇄, 383쪽)

괴물의 탄생


추천대상: 현대 사회의 문제를 인문학적으로 사유하고 싶은 사람. 분류하기, 낙인찍기가 우리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한 사람.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현대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


#괴물 #인간 #분류 #낙인


괴물이란 무엇인가. 괴상하게 생긴 생명체?, 인간다운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존재?.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렇다면 위 그림 속 인물은 인간인가 괴물인가. 분명 인간의 모습을 하고 문명의 옷을 입고 있지만, 얼굴이 털에 덮여 있는 모습은 매우 낯설다.


"사람들은 '인간'의 영역이 끝나는 지점을 괴물의 영역으로 규정함으로써 인간을 정의한다."(16쪽, 1장 괴물의 생태학)


저자는 괴물이 인간의 영역이 끝나는 경계에서 탄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매우 분명한 경계가 있고, 인간과 괴물의 범주를 정확히 나눌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간과 괴물은 위 그림에서처럼 쉽게 나눌 수 없다. 인간인듯 보이지만 낯선 위 그림 속의 존재는 인간과 괴물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즉, 괴물은 인간의 경계가 변화함에 따라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는 존재다. 명확히 정해진 범주따위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괴물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영역이 끝나고, 괴물의 범주가 시작되는 경계는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움직였다. 인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따라 괴물이 만들어졌고, 이 '괴물 만들기'의 결과에 따라 사람들이 주변 세계를 대하는 방식이 결정되었다. 그리스 인들이 그들을 둘러싼 문명을 '야만(바르바로이)'으로 규정하면서 괴물을 만들어냈고, 기독교가 여타 종교인들을 '비기독교인'으로 규정하면서 괴물을 만들어냈다. 유럽인들이 대서양을 건너 새로운 문명과 조우하였을 때에도 그들은 '인디언'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 괴물은 인간이 아닌 존재가 아니다. 그 괴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의해 '비인간화'된 모든 존재다.



#동물 #인종 #민족 #젠더 #섹스 #전시 #박람회 #종교 #우주론 #기계 #AI #외계인

인간의 경계와 범주는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그 경계를 인식하는 방식도 문명마다 제각각이었다. 멕시카 인들에게 인간과 나머지 모든 존재의 경계는 매우 느슨했다. 그들은 '변신'의 개념을 인정했다. 인간이 돌맹이가 될 수도 있고, 동물로 변신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톨릭(기독교)은 자신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계속해왔다. 자신들로부터 먼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분명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다른'을 '비정상적'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는 자신과 타인을 분류하고, 그들을 비정상으로 낙인 찍었다. 그런 기독교적 문명관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어떻게 괴물을 낳았는지 매우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2장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보여준다. 기독교적 영혼관은 인간만이 유일한 영혼을 가진 존재로 생각하고,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과 구분하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자면 칼 폰 린네의 종 분류법을 들 수 있다. 이 분류법은 인간을 최상위 지위에 올려두고, 나머지 생명을 식별 가능한 특성을 사용해 분류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유럽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자 유럽은 다시 혼란에 빠진다. 인간은 우리를 둘러싼 주변 생명체와 명확히 구분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예전에 읽었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떠올랐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인간이 인위적으로 범주화하는 것은 크나큰 오류라는 것을 밝힌 매우 훌륭한 책이다. 과학적 소재를 바탕으로 인문학적 성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책과 유사한 책이다. )


3장과 4장에서는 인종과 민족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이것이 많은 사람을 어떻게 비인간화하고, 그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정당화했는지 살핀다. 레콩퀴스타와 스페인의 종교재판처럼 평범한 인간을 괴물(마녀)로 낙인찍고 그들에게 끔찍한 고문과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를 담았다. 놀라운 점은 소외되고 낙인찍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 약자들이라는 사실과 그들을 낙인찍는 사람은 백인, 유럽인, 남성, 귀족과 권력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매우 유사하지 않은가!


5장에서는 젠더, 섹스, 괴물 아기(출산)에서 괴물 만들기를 살핀다. 지금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개념인 '남성'과 '여성'이라는 범주가 어떻게 소수의 사람을 괴물로 낙인찍을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인간을 '남성'과 '여성'의 범주로만 분류한다면, 자신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은 누구나 괴물이 되고 만다."(180쪽, 5장 젠더, 섹스, 괴물아기)


교회와 성경의 영향력은 특히 아담과 이브라는 두 성의 정체성을 전파하고, 이를 규범화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 내용은 예전에 제래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책을 통해 접한 바 있다. 혼인 풍습에서 일부다처제가 원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일부일처제는 기독교에 의해 강요된 질서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이런 젠더(사회적 성), 섹스(생물학적 성)에 관한 우리의 편견이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리고 그 편견이 만들어내는 괴물들(소수자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배척되고, 당연시되는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도 그 폭력에 가담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6장에서는 프릭 쇼(괴물 쇼)와 박람회가 어떻게 사람을 전시하고 공연하는 폭력을 저질렀는지 보여준다. 나는 이 부분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훈을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 생각없이 타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인이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는 것은 결국 자신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 부분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내가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며 이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사람들은 박람회나 쇼에 몰려가 인간과 동물이 겹치는 것처럼 보이는 신비로운 사례들에 경탄했다."(191쪽, 6장 괴물들의 공연과 전시)

"일부 사람들의 인간성과 개성을 지우고 그들을 비정상인 혹은 병자로 규정해 '기형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197쪽, 6장 괴물들의 공연과 전시)


7장에서는 종교와 우주론이, 8장에서는 기계와 인공지능(AI)가 어떻게 괴물을 만들어내는지 살핀다. 나는 이 부분이 우리의 현재 문명을 살피는데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대다수 전쟁과 갈등은 종교와 문화적 차이에서 출발하며, 자본주의 기업과 인공지능 거대 기업이 인간을 노동력으로만 바라보고 그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괴물화'가 '비인간화'라는 모습으로 현대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9장에서는 우주의 외계인에 대해 살핀다.



#괴물미래주의 #해결책 #SF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괴물화(비인간화)'를 멈출 것인가?" 저자는 제10장 괴물 미래주의에서 두 가지 방법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하나, 낯선 대상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회피(배척)하지 말고 환영해야 한다.

내게 낯선 대상은 항상 불안과 두려움을 야기한다. 그리고 그 감정이 상대를 분류하고 낙인찍는 '괴물 만들기'로 이어진다. 우리는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내 불편한 감정을 직면하고 그 감정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그 불편한 감정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인가. 그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저자가 예를 들어 설명한 영화 <머펫쇼>에서는 모두가 괴물이다. 나도 상대방에게 괴물(낯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가 다른 사람을 배척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행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배척보다는 관용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괴물이라면, 더 이상 괴물은 존재하지 않는다."(339쪽, 10장 괴물 미래주의)

둘, SF 소설, 영화 등 허구적 세계에서 대안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특히 소설과 영화를 많이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내가 꼭 읽어보고 싶은 작가는 '어설러 K. 르 귄'이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외계 문명이나 판타지 세계만을 가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여 이를 인류학적으로 탐구하는 시선을 담고 있다. 페미니즘과 젠더, 유토피아와 아나키즘 등 현실에서는 쉽게 상상해볼 수 없는 일들을 허구라는 대안적 세계에서 마음껏 펼쳐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작가의 작품을 다음으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또한, 저자가 제시하는 영화는 스타트렉 시리즈다. 물론 나는 이런 우주 시리즈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상상이 가능하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다양한 행성 출신, 다양한 인종과 생명종이 어우러져 하나의 공통된 우주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모습이다. 생소하고 낯설지만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과학과 철학, 역사와 인문학을 넘나드는 이런 책을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다. '괴물'이라는 아주 익숙한 소재를 활용하여 깊이 있는 인문학적 통찰이 가능한 '사유의 틈'을 만들어내는 저자의 역량에 깊이 감사한다. 엄청난 양의 사례와 학술적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되어 있기에 쉽고도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다음에 읽고 싶은 책까지 만들었으니, 이 책은 최근에 접한 것들 중에 단연코 최고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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