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왕 ㅣ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8
너새니얼 레소어 지음, 신선해 옮김 / 폭스코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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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왕_King of nothing(너새니얼 레소어, 폭스코너, 2026, 1판1쇄, 334쪽)

#아무것도아닌왕 #너새니얼_레소어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앤톤 #매튜 #로셸

아무것도 아닌 왕

#연극 #생생함 #리어왕


읽는 내내 연극을 보는 듯했다. 주인공 앤톤이 바로 눈앞의 무대에 서서 나를 향해 대사를 하고, 노래를 하며, 연기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래서일까, 앤톤의 삶을 따라 몰입하고 공감하며 함께 울고 웃으며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뻔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진심으로 앤톤의 미래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이 연극의 발단과 같은 시작 부분은 앤톤의 현재 상황과 인물 간 관계가 소개된다.

주인공 앤톤은 학교의 왕이다. 케힌데, 케일럽, 마커스는 그의 왕좌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무리의 일원이다.


"아무도 감히 우리에게 맞설 수 없는 이곳 복도가 내 왕국이다. 나는 이곳을 마음껏 어슬렁댄다. 내가 보이면 애들은 마치 물가의 초식동물처럼 뿔뿔이 도망친다. 내가 두렵지 않으면 어찌 날 존중하겠는가."(10쪽)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떠오른다. 나이가 든 리어왕은 자신의 왕국을 딸들에게 물려주면서 누가 가장 자신을 사랑하는지 시험한다. 딸들은 아첨을 떨며 아버지에게 절대적 충성을 맹세한다. 앤톤이 학교에서 아첨하는 무리들에 둘러싸인 모습과 다르지 않다. 앤톤은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관객들로부터 확인하고자 한다.


"대중이 구경거리를 원하고 난 기대를 저버리는 인간이 아니니까. 나의 충성스러운 관객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없고, 그들의 존중에 대한 보답으로 재미도 선사해줘야 한다."(14~15쪽)


하지만 리어왕은 딸의 진실한 사랑과 아첨을 구분하지 못한다. 앤톤이 딱 그런 상황이다. 앤톤은 케힌데를 보며 의리를 지키는 진정한 친구라고 오해한다. 매튜의 진정성은 물렁하다고 표현하고, 로셸의 진심어린 충고는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가로막는다.



#매튜 #숲속캠프 #성장

앤톤은 결국 사고를 치고, 엄마의 반강제적 제안에 의해 해피 캠퍼스에 참여하게 된다. 앤톤은 엄마의 벌칙(?)과 무리와의 관계 속에서 본격적으로 갈등 상황에 접어든다. 학교에서 어울리는 케힌데, 케일럽, 마커스 무리와는 전혀 다른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롭과 제스, 그리고 매튜다. 앤톤은 이들과 숲속 캠핑을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왕국과는 다른 낯선 공간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난 늙은 사자처럼 외따로이 앉아 그 질척한 걸 입에 퍼 넣는다. 난 운동장이 익숙하다. 사람들이 날 존중하는 곳, 내가 나타나면 다들 얼른 비켜 가는 그런 곳 말이다. ... ... 하지만 여기서는 왠지 다들 날 피한다기보다 따돌리는 느낌이다. 날 싫어하거나 무시하는 것 같다. 기분 나쁘다."(106쪽)


낯선 공간에서 살아남으려면 인간은 적응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앤톤도 마찬가지. 케힌데 무리로부터 강제로 떨어지게 된 앤톤은 매튜에게 의존하는 법을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학교에서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학교에서는 왕이고, 매튜는 루저였지만, 이곳 숲속 캠핑장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앤톤은 매튜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물론 그 배움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말이다. 나는 매튜의 그 순수한 마음이야말로 앤톤을 달라지게 하는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앤톤은 자신이 그토록 무시하던 매튜에 의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성장한다.


"우리, 같이 공포를 극복해 보지 않을래?"(127쪽)


앤톤은 그런 매튜의 마음에 조금씩 동화한다. 스스로 케힌데보다도 매튜에게 끌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려 노력해야 할만큼 그에게 매력을 느낀다.



#어른 #성장

앤톤의 성장을 돕는 것은 친구 매튜뿐만이 아니다. 그는 해피 캠퍼스에 참여하며 다양한 어른들을 만난다. 앤톤의 성역할 편견을 바로잡는데 도움을 준 것은 성평등 전문가 조슈아 니코스다. 여태껏 학교의 왕으로 군림하면서 앤톤의 머릿 속을 가득 채웠던 것은 '남자다움'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으며, 편견이었다는 것을 조슈아를 통해 처음 깨닫게 된다. 그 덕분에 자신의 남자다움의 원천이라 생각했던 아빠를 만났을 때, 앤톤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또한, 그가 학교에서 케힌데 무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 도움을 준 선생님들도 있었다. 벤저민 선생님은 앤톤이 곤란하지 않도록 자신이 욕을 먹어가면서 무리로부터 앤톤을 떨어져 앉도록 도움을 주었고, 월 교장 선생님은 방황하는 앤톤을 기다려주고 진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진심으로 상담을 해준다.


무엇보다도 앤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와 할머니의 존재 덕분이다. 앤톤에게 진정한 사랑을 가르쳐준 할머니, 올바른 방향을 잡도록 적극적으로 가르쳐준 엄마. 그 둘의 존재가 있었기에 앤톤의 집안 분위기가 그토록 좋을 수 있었다. 매튜는 그런 분위기를 정확히 인지하고 그걸 부러워한다. 나도 그런 애정이야말로 매우 든든한 바탕이라 믿는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니까.


"할머니는 참 잘 들어 준다. 내가 실컷 쏟아내게 두고, 다 끝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렸다가 답을 준다."(281쪽)


나도 이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내 아이들에게 묵묵히 기다려주는 존재가 되어주고 싶다.



#친구 #연인 #친해지는법 #드러내기 #우정 #사랑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학교에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우정을 만들어가는지, 친해지는지를 알고 싶어서다. 특히 학교의 왕 앤톤과 루저인 매튜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그래서 나는 둘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그 과정을 주변 어른들이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책을 손에 들었다.


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 아주 흥미로운 점을 알게 되었는데, 자신의 내밀한 정보를 드러내면 상대는 나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호감을 갖는다고 한다.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전형적인 내향인은 없고,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없어 겁먹은 것이라고 한다. 딱 내가 그렇다. 전형적인 겁쟁이. 그래서 나는 매튜가 정말 용기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겁쟁이인지도 잘 모르는 앤톤을 위해 매튜는 자신을 드러낸다.


"아이, 말해줘. 누군지 말해 주면 나도 창피한 얘기 하나 들려줄게."(231쪽)


주변에 매튜처럼 솔직한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쉽게 속내를 털어내주는 친구가 있으면 나도 그 친구를 믿고 내 속내를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주변을 믿지 못하는, 오히려 경계만하는 나같은 사람은 관계에서도 잼병이며, 행복지수도 낮을 수밖에 없다. 학교의 왕 앤톤과 루저인 매튜는 '자기 드러내기'를 통해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 기반은 역시 매튜의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그 매력을 주변 친구들도 모두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우정을 느끼는 청소년은 앤톤처럼 이런 감정을 경험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최고조의 긴장과 흥분이다. 적어도 이거 하나만은 나랑 매튜가 똑같다."(253쪽)


물론 앤톤을 변화시킨 힘은 매튜의 솔직함만은 아니다. 매튜의 솔직함을 알아본 로셸이라는 여학생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앤톤이 로셸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당연한 설정. 중요한 것은 로셸이 매튜 다음으로 앤톤을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래라는 점이다.


"변하길 원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어. 참고로 말하자면, 난 네가 꽤 괜찮은 애라고 생각해."(272쪽)


내가 호감을 가진 여자애가 이렇게 말해준다면, 나는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ㅋㅋㅋ 물론 연애 감정만으로 앤톤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누군가 로셸처럼 나를 믿고 변화를 기다려주는 친구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비난하기보다 바로잡는 것을 지켜봐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정말로 행복한 일이다.


진정한 친구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사이다. 나도 죽기 전에 이런 배움을 주는 친구를 만나고 싶다. 아니, 내가 이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용감해지는 법이랑 나 자신을 위해 맞서는 법, 좀 더 자신감 갖는 법까지 다 너한테 배웠는걸. ... ... 신기하다. 나도 그것들 다 이녀석한테 배웠는데."(324~325쪽)



#아무것도아닌왕 #폐허 #자기파괴

광기에서 벗어난 리어왕은 모든 것을 잃고 극심한 슬픔 속에서 죽는다. 하지만 앤톤은 폐허를 딛고 일어선다.


"난 어릿광대들에 둘러싸인 폭군으로 남느니 진짜 친구들을 곁에 둔 채 아무것도 아닌 왕이 되는 쪽을 택하겠다."(297쪽)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청소년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앤톤이 더 늦기 전에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그를 둘러싼 친구들은 이제 더 이상 아첨하는 어릿광대들이 아니다. 앤톤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이다. 아버지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었던 앤톤은 이제 좋은 친구들 사이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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