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누구의 것인가 -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원을 묻다
함익병.김범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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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국가는 누구의 것인가_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원을 묻다 (함익병, 김범준, 중앙books, 2026, 초판 1쇄, 270쪽)

국가는 누구의 것인가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 #권력 #정치위기 #시민 #민주주의


의학 전문성을 기반으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보수 성향의 논평가 함익병씨와 오랜 실무와 학술적 지식을 겸비한 보수 진영 정책 전문가이자 비평가인 김범준씨가 함께 쓴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두 보수 성향의 저자가 쓴 책이라는 점에서 약간 걱정이 앞섰다. 현재 우리 정치는 진영 갈등이 첨예하다.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논쟁보다는 감정적 말싸움에 더 가까운 공격을 주고 받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보수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책을 읽게 될까봐 걱정했던 것이다. 두 저자도 자신의 성향이 이 책에 끼칠 걱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책은 헌법과 법률, 판례와 국회 기록, 국가기록원과 민주화 운동 관련 공공기록을 가능한 한 함께 놓고 읽으려 했다."(269쪽)


하지만 역사는 단순한 공통의 사실만을 확인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와 '의미'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정치적 주요 사건을 성과와 한계를 함께 찾는다. 또한, 권력과 시민이라는 두 관점에서 동시에 역사적 의미를 찾아가려 노력한다.


추천대상 : 1945년 '해방'부터 2024년 '12.3 비상계엄'까지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 주요 장면의 의미를 이해하고 싶은 분


[특징 하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다.]


"이 책은 과거를 정리하기 위해 쓰였지만, 궁극적으로는 현재를 더 뚜렷하게 보기 위해 쓰였다."(266~7쪽)


이 책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발생한 시점부터 출발하고 대한민국이 탄생하기 직전, 1945년 해방과 1948년 분단에서 끝을 맺는다. 역사서이지만 현재로부터 출발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방식은 현재를 이해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나 정치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보면, 학생들은 먼 과거보다 현재,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보다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더욱 쉽게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12.3 비상계엄은 이 책을 접할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매우 익숙한 시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이를 토대로 한국 현대 정치사를 읽기 시작한다면, 매우 쉽게 그 원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두 저자는 이 중에서 주요 일곱 장면을 꼽았는데, 이 일곱 장면은 현재 정치 모습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원형이 제시된 시점이라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두 저자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특징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바로 '반복'이었다.


"이 책을 쓰며 가장 많이 떠올린 것은 '반복'이라는 말이었다. 권력은 반복해서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했다. ... 시민도 반복해서 권력의 한계를 다시 그었다."(268쪽)


권력이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통제하려 하면, 시민이 그 권력을 밀어내는 반복적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확고한 기준을 갖게 되었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그 순간, 수많은 시민이 위험을 무릅쓰고 국회로 달려가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그 확고한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80년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복원의 과정은 그 확고한 기준을 마련하는 경험이자 기억이 되었다.


[특징 둘, 당시 사고방식과 심리를 살피다.]


"그들에게(시민) 민주주의는 추상적인 교과서 개념이라기보다 훨씬 절박한 생활 문제였다. .... 1987년 시민에게는 민주주의의 가장 현실적인 얼굴이었다."(125쪽)


우리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 제9차 개헌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1987년 시민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결과 지향주의에 빠질 위험이 크다. 마치 1987년 거리로 쏟아져 나온 많은 시민들이 대통령 직선제를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는 것처럼 오해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당시 수많은 시민에게는 대통령 직선제보다 더 큰 동력이 있었다. 바로 분노였다. 국가 폭력에 의해 이유없이 억압받지 않을 자유, 권력이 마음대로 사람을 잡아가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우리는 아직 미래를 알지 못하는 당시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시위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는가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당시 권력자들의 의도와 함께 당시 시민들의 사고방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특징 셋, 한국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다.]


"한국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들은 대개 '완전한 승리'보다 '불완전하지만 결정적인 전진'의 형태로 나타난다."(130쪽)


두 저자는 주요 일곱 장면을 소개하면서 성과와 함께 한계를 제시한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경험과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는 동시에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점들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서술 방식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을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는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어떻게 보완해 나갈 것인지 숙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명확하다.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도 있었지만, 여러 차례 기회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기회들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는 해방 직후 한반도 상황을 가장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가능성이 열린 시대'. 지금이 딱 그런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드물게, 여러 길이 동시에 열려 있던 시간에 가까웠다. 그러나 바로 그만큼 충돌도 격렬했다. 모두가 새로운 나라를 말했지만,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합의가 없었다."(239쪽)


광장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진영간의 갈등이 격렬하게 발생하는 지금,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예전에는 다른 선진국의 제도와 방식을 따라가는 해법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가 그들보다 더 앞서 나가야 하는, 미지의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해방 직후, 어떤 나라를 세울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전무했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 때 우리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무엇이 우리의 노력을 좌절시켰는지 자세히 살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한계


두 저자가 대한민국 정치사 주요 장면의 성과와 한계를 살폈던 것처럼, 이 책의 성과를 살펴보았으니 한계도 이야기해보고 싶다.


일단, 대한민국 정치사의 출발점을 '해방과 분단'에 둔 것이 조금 아쉽다. 책에서도 밝혔던 것처럼, 미군정과 대한민국 정부는 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대다수를 끌어 안았다. 그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즉, 대한민국 정치사의 출발은 일제 강점기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려는 현상이나 권위주의적 정부가 시민을 억압하고 동원하는 모습은 일제 강점기 통치 방식을 닮았다. 우리 역사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성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둘, 보수와 진보 양 진영으로부터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공기록을 주로 읽으며 저술했다고 밝혔지만, 이 책에는 당대 사료나 원문을 인용한 부분은 거의 없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당대인이 남긴 기록이나 일기 자료같은 1차 사료를 활용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역사적 사건을 평가하고 의미를 밝히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게 평가한 근거를 1차 사료에서 찾아 제시한다면 두 저자의 주장이 훨씬 설득력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또한, 주장을 반복하여 서술하는 것보다 근거로 제시된 자료를 분석하고, 각 장에서 제시한 내용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장치를 둔다면 더 좋은 저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덧, 작년에 최강욱 전 의원과 동생 최강혁 씨가 쓴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를 읽었다.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으로 나뉘어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치 교양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보수'와 '진보'를 살폈고, 많은 사람이 그 의미를 이해한다면 지금과 같은 소모적인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었다.


반면에 함익병, 김범준씨의 책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살피고, 현재 상황을 이해하여,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결이 다르지만, 두 책 모두 현재 우리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고민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는 우리 곁에 매우 가까이 있지만, 쉽지 않은 주제다. 고향에 가 부모님과 대화를 나눌 때에도 지지하는 정당이 달라 말조심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책에서처럼 현대 정치사의 주요 장면들을 이해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제목에 답이 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정치적 입장은 달라도 우리나라의 주인은 바로 우리 모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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