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의 세계 - 보이지 않는 숨, 질병, 그리고 생명의 역사
칼 짐머 지음, 이상훈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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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공기의 세계_보이지 않는 숨, 질병, 그리고 생명의 역사(칼 짐머, 다산초당, 2026, 초판 1쇄, 631쪽)

공기의 세계

오늘날 과학자들이 말하는 에어로바이옴(aerobiome), 곧 공기 생물군계는 우리가 호흡하는 대기가 단순히 빈 공간이 아니라 생명체가 이동하고 머무는 서식지임을 뜻한다.

추천사, 7쪽.



#과학 #역사 #에어로바이옴 #공중생물계 #칼_짐머 #생물학 #저술가

칼 짐머는 과학을 역사스럽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책의 제목만 보면 본명 '과학책'이지만, 이 책에는 '에어로바이옴', 공중 생물계의 역사가 담겨 있다. 고대에는 사람들이 공기를 어떻게 여겼는지, 중세와 근대를 거치며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바뀌지 않고 그대로 멈춰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짚어준다. 그래서 책을 쭉 따라가다보면 마치 에어로바이옴의 모든 것을 알게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631쪽의 두툼한 두께를 자랑한다. 쉽게 펼쳐들 수 없을 정도의 벽돌책이지만, 내용을 매우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다. 그의 이전 작품인 "웃음이 닮았다"(2023, 사이언스북스)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 책도 800쪽이 넘는 무지막지한 분량을 자랑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통해 쉽게 책 속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칼 짐머는 우리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https://blog.naver.com/hun371/223259978693


이 책은 소도시 마운트버넌에 있는 '스캐짓 밸리 합창단'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프롤로그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은 이 책의 출발점이 바로 코로나 19 팬데믹이어서다. 저자는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 그들이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그리고 빠져들 수 있는 소재로 우리의 이웃을 선택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에 왜 그토록 큰 혼란을 겪어야만 했는지를 차근차근 밝혀 나간다. 그 과정이 마치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을 보는 것만 같다. 놀라운 점은 우리가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은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스캐짓 밸리 합창단 속으로 들어가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공기를 다룬 인간의 역사'에 관해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1만 년 전 농경의 시작부터 도시의 성장과 산업 혁명을 지나 21세기의 거대 도시와 파괴된 야생에 이르기까지, 인간이라는 종의 급격한 부상 과정에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으로 적응해 온 공기 중 생명체의 심오한 역사에 귀속되는 사건이다."(31쪽)


#공기의역사 #파스퇴르 #콜레라 #결핵 #근대의망령


1부에서는 공중생물학의 탄생까지 공기의 역사를 다룬다.

고대부터 중세까지 사람들은 악취가 나는 공기가 질병을 유발한다고 믿었다. 미아즈마(Miasma)는 고대 그리스어로 '오염', '더러움'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로, 오염된 나쁜 공기를 흡입하면 질병에 걸린다는 의학 이론이다. 이 이론은 중세 흑사병 때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쳐 의사들이 새 부리 모양의 가면 속에 향료나 허브를 넣어 마스크처럼 썼던 모습이 나타났고, 19세기까지도 크게 유행했다. 우리가 잘 아는 '말라리아(Malaria)' 역시 이탈리아어로 '나쁜 공기'라는 뜻에서 유래한 단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을 크게 바꾸기 시작한 것은 파스퇴르였다. 파스퇴르는 세균을 발견했다.


"여러분, 이것이 바로 세균이라는 미세한 생명체입니다."(70쪽)


그 덕분에 우리는 질병의 원인이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질병이 어떻게 전염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식수로 전염된다는 존 스노의 주장, 공기로 전염된다는 페텐코퍼의 주장, 세균으로 감염되지만 세균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공기로 전염되 룻 없다는 찰스 채핀의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면 기존의 의견은 밀려났고, 그렇게 여러 세대를 거치며 다양한 견해들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까지 그대로 유지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찰스 채핀의 견해였다. 그는 공기로 감염이 전파된다는 것을 끝내 부정했다.

이 공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것을 부정한 채핀의 견해는 '근대의 망령'처럼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다.



#공중생물학 #마이어 #웰스 #전쟁 #편견


2부에서는 갓 탄생한 공중생물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워지는가를 밝혔다.

하지만 소수의 과학자들은 여전히 공기 감염 전파의 가능성을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공기 속에 무엇이 있는지 연구하기 시작했고, 결국 많은 사람의 노력 끝에 '공중 생물학'이라는 새로운 과학 분야가 탄생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했고, 잊혀갔다. 왜 그랬을까.

저자는 공중 생물학을 이끄는 저명한 과학자의 죽음이 연구 유산의 소멸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갓 탄생한 공중 생물학 분야가 두 분파로 쪼개지는 상황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공중 생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의 개인적 연구 성향이다. 특히 웰스는 자기 가족과도 잘 지내지 못할 정도로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매우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과학자의 성향이 이토록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과학자들의 상황 만큼이나 더욱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전쟁이었다. 공기로 전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나치 독일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연합국의 공포는 오히려 공기로 전염병을 일으키는 무기를 개발하고, 방어하는 쪽으로 크게 발달하게 되었다. 전쟁은 모든 것을 기밀로 만들었다. 그래서 공중 생물학은 더욱 더 정치화되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전쟁이 끝나도 상황은 계속되었다. 바로 냉전이 그 배경이다. 미국과 소련은 생물학 무기라는 망령을 끝끝내 포기할 수 없었다. 그 흔적은 2003년 부시 대통령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까지 이어진다.



#웰스 #웰스의후계자들


3부에서는 웰스의 끈질긴 연구와 그의 허망한 죽음을 묘사한다. 그리고 4부에서는 그의 연구를 이어받은 후계자들이 어떻게 공기 전파 감염이 이루어지는지 밝혀내는 과정을 그렸다.

웰스와 그의 후계자들은 연구를 통해 많은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 공기 속에는 수많은 생명이 존재하며, 특히 공기로 전염병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공기는 마치 거대한 동물원과 같았다."(412쪽)


하지만 문제는 이 연구 결과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중의 관심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공기 속에 수많은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도 결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이고, 너무도 쉽게 잊힐 수 있는 '공기(空氣)'다. 비어있는 것처럼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에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없었다. 그래서 몇몇 과학자들은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했다. 바로 전쟁과도 같은 '공포'를 이용하는 것이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감염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쟁과 다르지 않았다. 증명되지 않는 과장된 공포가 오히려 그들의 과학적 연구 성과를 애써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인플루엔자를 생물무기처럼 취급하면서 미국의 공중보건 시스템에도 악영향이 미쳤다. .... 수십 년 동안 방치된 상태에서 겪어온 문제를 무시했다. 심지어 팬데믹 대비 계획을 세우는 와중에....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주었다.(455쪽)


그래서 세계는 여전히 공기 감염 전파에 취약한 상태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직시 #공기감염전파 #해법


작가는 이 문제의 해법으로 문제를 '직시'할 것을 주문한다. 마치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에 대비한 것처럼 말이다.


"결국 에볼라는 영화에 나오듯 세균 구름처럼 떠다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공포)이 아니라 지구상에서 실제로 전파되는 방식을 '직시'함으로써 멈출 수 있었다."(478쪽)


작가는 공기 감염 전파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주문한다. 깨끗한 물을 국가가 제공하는 것처럼 깨끗한 공기도 공공재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염병은 깨끗한 공기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상류층보다 어쩔 수 없이 머물러야 하는 가난한 이에게 더 가혹하다. 공기 전파 감염이 경제적 불평등의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내기에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이있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책은 멀리 돌고 돌아 다시 '스캐짓 밸리 합창단'의 현재로 되돌아온다. 그들이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오랜 시간을 고통받고 난 후에 일상으로 복귀하는 순간을 묘사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불완전하나마 일상으로 복귀하는 그 시점에야 WHO는 공식적으로 공기 감염 전파를 인정한다. 작가는 이런 장치들을 통해 그 전부터 이를 인정하고 대비했다면 우리 이웃의 일상이 안전하게 지켜졌을 수도 있을 것이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이렇게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공기 감염 전파를 통해 공기와 '싸우려'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공기는 늘 존재해왔고, 우리는 그것과 싸우는 것보다 '공존'하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기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자유롭다. 그리고 인류는 때로 그 나쁜 면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했을 때 더 큰 재앙을 자초했다."(570쪽)



탁월한 견해다. 공기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그리고 그것을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공기 속에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우리 몸 속에도 수많은 미생물계가 존재한다. 공기를 통해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이런 미생물들을 들이마실 수 있다면 어떨까. 도시에 숲이나 공원을 조성하는 것처럼, 치유의 공기를 도심 곳곳에서 제공할 수 있다면 우리의 몸은 더욱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시의적절한 구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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