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 - 번영과 낙관은 어떻게 파국으로 치달았는가
앤드루 로스 소킨 지음, 조용빈 옮김, 신현호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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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_번영과 낙관은 어떻게 파국으로 치달았는가

(앤드루 로스 소킨, 웅진지식하우스, 2026, 초판 1쇄, 629쪽)

 

#1929 #앤드루_로스_소킨 #웅진지식하우스 #대공황 #저널리스트 #월스트리트 #금융논픽션

 

“결국, 1929년의 이야기는 금리나 규제에 대한 것도 아니고, 공매도꾼의 영리함이나 은행가의 실패에 대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훨씬 더 영속적인 것, 즉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다.”(514쪽, 후기)

 

저자는 저널리스트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다룬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저자로 유명하다. 금융 논픽션의 대가인 저자가 이번에는 1929년 대공황을 현장감 있게 그려냈다. 그는 수많은 기사, 인터뷰, 일기, 편지 등을 오랜 세월 발굴하고 정리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전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은 결국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과거의 교훈을 쉽게 잊어버리며, 믿고자 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완전하고 합리적이라 생각하면서 깊고 고통스럽게 추락하는 일을 반복한다. 어떻게 하면 이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시스템도, 어떤 시장도, 어떤 인간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그 겸손 말이다.

 

“오늘은 미국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입니다.”(282쪽, 1929년 10월 27일)

 

이 책을 읽으면 1929년 당시로 빨려 들어간다. 모든 인간이 그렇듯, 100년 전 인간들도 과거를 잘 안다고 착각하면서 미래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 상황 속에서 가장 자신답게 행동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공황이었다. 저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 대공황이 ‘왜’ 일어났는가이지 ‘누구’ 때문에 일어났는지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믿고 싶어 한다. 누군가 한 사람 때문에 이 모든 사달이 났다고. 하지만 저자는 냉정하게 말한다. 누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며, 그들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재평가와 교훈-

#미첼 #글라스 #후버 #루즈벨트 #공황

 

“미첼은 과연 개인이 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경제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은 주범이었을까? 아니면 … 편리한 희생양에 불과했을까?”(500쪽, 에필로그)

 

저자는 1929년 미국 경제를 움직였던 거의 모든 사람을 이 책에서 다룬다. 그러면서 대공황이 어떤 과정에서 왜 일어났는가를 구체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그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행위를 최대한 당시 상황에 맞게 객관적으로 서술하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아마도 위 질문에 답하고자 한 것이리라. 저자는 ‘과연 대공황은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모든 이의 관심이 쏠린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우리가 대공황이라는 사건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길 바란 것일까.

 

“그러나 비극은 반복된다. 1929년에도 정확히 그런 일이 일어났다.”(45쪽, 프롤로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으려면 일단 알아야 한다. 대공황이 벌어지기 전후의 상황과 그 원인, 경과 등을 세세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당시의 광기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로부터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제3자의 위치에서 그것을 바라보아야 한다. 마치 ‘천만 관객 영화’의 참모습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흥행이 모두 끝나고 사람들의 열기가 식어 내린 후에 찬찬히 음미해야만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정확하지만 객관적인 답을 찾고 싶었던 저자의 열정이 이 책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다름과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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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첼은 미국 소비자가 신용 대출을 이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확신했다.”(75쪽, 1929년 2월 14일)

“(글라스) 그의 관점에서 볼 때 연방준비제도가 월스트리트의 하인이 되어 국가의 자원을 뉴욕의 은행가들에게 퍼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이는 도둑질이나 다름없었고, 반드시 막아야만 하는 것이었다.”(147쪽, 1929년 4월 5일)

 

같은 현상을 두고 서로 다르게 생각한다. 저자는 그들의 출신 배경과 성장 과정에 따라 그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들이 왜 서로 다른 지점에 서 있어야만 했는지, 그리고 그들의 행위가 왜 그토록 다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우리가 잘 알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단순히 ‘대공황’이라는 결과를 기준으로 하여 미첼을 부정적으로, 글라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큰 잘못이다. 당시 그들에게 ‘대공황’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래였으며, 아무도 그런 결과를 원하고 행동할 리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사후 결과를 기준으로 과거를 평가하면 우리는 제대로 된 교훈을 얻을 수 없다.

 

나는 미첼과 글라스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맞서는 장면을 읽으면서 아주 훌륭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 견제하고 협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항상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 특히나 ‘대공황’과 같은 큰 충격이 발생했을 때, 자기변명에만 급급하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은행가나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과거에만 집착하는 보수적인 사람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목표를 위해 노력한 인물들은 결국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여준 대표적 인물은 후버 대통령이나, 발 빠르게 금융 개혁에 앞장선 JP모건같은 금융계 인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신뢰와 공포-

#신뢰 #공포 #대공황

 

“신뢰가 사라지는 순간, 공포가 지배했다.”(32쪽, 프롤로그)

 

1929년의 미국은 제1차 세계 대전이 가져다 준 결실을 맛보고 있었다. 미국의 각종 산업은 호황을 맞이했고, 엄청난 양의 돈이 미국으로 흘러들어왔다. 전기와 기계의 발명, 다우 지수와 주식 시장의 확대는 그 많은 현금이 맨해튼의 월스트리트로 모여들도록 만든 기반이었다. 이제 세계 금융의 중심은 월스트리트였고, 이를 움직이는 것은 금융계의 거물들이었다.

 

그들의 영향력은 미국 내 도시와 농촌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제1차 세계 대전의 패전국 독일의 배상금 협상도 이들이 고안한 방법에 따라 타결되었으며, 영국의 처칠도 미국의 활력에 매료되었다. 빚과 신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미국의 번영은 전 세계를 집어삼켰고, 모두를 그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미국의 주식 시장은 영원히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 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 그 믿음을 전파했던 미첼마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미첼은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었으나 이 순간만큼은 공포를 느꼈다. 평생 일궈온 모든 것이 위태로웠다.”(272쪽, 1929년 10월 27일)

 

결국,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대안이 없는 늪에 발을 들인 사람들은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미첼과 같은 금융가의 거물들은 더 많은 대중에 주식을 판매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겠지만, 더 많은 대중이 주식을 구매할수록, 주식 시장은 그들의 통제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이 신뢰를 잃고 공포를 느끼는 순간, 주식 시장은 순식간에 폭락했다. 실체가 없고 대안이 없는 주식 투자는 소문만으로도 쉽게 무너져 내렸다. 그래서 대공황은 누군가 한 사람의 행위에 의해 발생했다기보다 우리 인간의 본성 때문에 찾아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본성-

#인간 #본성

 

주식 시장이 대폭락한 그 날 이후에도 낙관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생각한 많은 사람이 주식을 사 모으다 파산했다. 반대로 비관론도 여전했다. 공매도를 선택한 이들도 많았다. 그들은 대중의 적이 되었지만, 순식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엄청난 격변의 시기를 거치면서도 인간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행가들은 파산을 숨기면서 이전의 삶을 영위하려 애썼다. 주식 투기꾼들은 여전히 투기를 통해 많은 돈을 벌고 또 잃었다. 저자는 당시 주요 인물의 대공황 이후 삶을 추적하여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우리 중 상당수가 쉽고 피상적인 방법으로 자기 정당화를 꾀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대단히 훌륭한 일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영리한 핑계를 꾸며내지요. 그래야만 자신의 비도덕적 행위를 묵인할 수 있고, 스스로를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라 여기며 좋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477~8쪽, 1933년 6월 21일)

 

이 책의 부제 ‘번영과 낙관은 어떻게 파국으로 치달았는가’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이 결국 공황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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