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공포 #교육 #사례 #교훈
"교사의 힘으로 전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_ 블라디미르 푸틴(23쪽)
충격이었다.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권위주의자들이 역사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한다는 것은 아주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 구체적인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런 시도들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권위주의가 교육을 어떻게 그들의 도구로 활용하는지 깨닫게 된 충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로 다가왔다.
저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철학자다. 그래서 이 책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권위주의 세력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주로 사례로 제시한다. 그래서 권위주의가 역사를 지우는 행위를 '현재 진행형'으로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미국 밖의 다양한 역사적 사례도 함께 제시하기 때문에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사례 분석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책을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권위주의자들의 속내를 정확히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자유'를 외치는 현재의 극우 세력이 '아리아 인종의 우월성'을 외치던 과거 나치 세력들과 어떤 점이 닮았는지 저자는 분명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이 현재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려 시도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은 매우 '교훈적'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를 매우 분명하게 제시한다.
"민주주의가 공격받는 매커니즘, 전쟁이나 집단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신화와 거짓말을 사용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러한 공격을 막을 수 있고 심지어 그 흐름을 되돌릴 수도 있다. 이러한 투쟁은 민주주의 활동 그 자체의 일부다."(238쪽)
우리는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권위주의 #정치 #교육 #역사지우기
"권위주의 정부는 역사를 되찾는 일이 민주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역사 되찾기를 괴롭히고 위협하는 것은 권위주의 정부와 이를 지지하는 정치운동의 특징이다."(221쪽)
역사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역사를 어떻게 지켜나가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사'라는 교과를 학생들에게 '필수'로 가르친다. 수능에서도 '필수'로 선택해서 응시해야만 하는 과목으로 그 위상이 매우 높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권위주의 정부가 역사를 지우는 정치적 움직임과 그 맥락이 유사하다. '필수'로 배워야 하는 한국사는 '정답'이 정해진 암기 과목일 뿐이다. 그 정답은 권위주의 정부가 정한다. 그 정답을 제외한 다른 가능성은 원천 배제된다. 우리 역사의 시작은 반드시 고조선의 단군왕검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일제의 식민 통치에 조선인들은 모두 저항했어야만 한다.
우리도 '역사 되찾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집단과 지역의 역사가 발굴되어야 한다. 중앙 정부의 권위적인 정답만 암기할 것이 아니라 지역 백성들의 자연스러운 삶도 학습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다양화해야 한다.
"(파시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배 집단의 지위 상승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조작의 결과가 아니라 역사의 정당한 결과임을 입증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26쪽)
"무지(無知) 역시 자유롭고 정보에 입각한 행동을 방해한다. 지식이 없으면 행동할 수 없다. 교육을 둘러싼 싸움은 자유를 둘러싼 싸움이다."(237쪽)
교육은 이토록 중요하다. 파시즘에서 지배 집단의 권력을 유지하는데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시민들이 민주주의적인 정치 투쟁을 하기 위해서도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은 양쪽에서 모두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도구다. 그러면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지배 집단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기여해야 하는가, 민주주의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저항해야 하는가. 교육이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인정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법적으로 정해진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과연 민주주의를 위한 장치일 것인지,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교육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장치인지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조지 워싱턴을 신화적 인물, 뛰어난 덕을 갖춘 건국 인물로 표현하는 것은 동료 인간을 노예로 삼는 데 그가 했던 역할을 지우는 것이다. 권위주의적인 역사 '재현'은 사실상 필연적으로 한 국가의 과거를 이해하는 데 절대 필요한 역사적 정보를 지우는 것이기도 하다."(212쪽)
어릴 적 위인전을 많이 읽었다. 그리곤 반감이 들었다. 위대한 인간이 위대한 탄생부터 위대한 죽음까지 살았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고, 나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는 막연한 열등감이 들어서였다. 우리 역사에는 이런 위인들이 참 많다. 세종대왕이 그렇고 이순신이 그렇다. 한글 창제는 반박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이며, 이순신은 국난을 극복하는데 기여한 위대한 인물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과연 정말로 그러했을까. 왕이 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왕위에 오른 세종이 처음부터 위대한 왕일 수 있었을까. 32세까지 무과에 급제하지 못하고 장인의 후원을 받아야만 했던 이순신은 처음부터 위대한 장군이었을까.
#실천적지식인 #교사의역할 #시민적연민
나는 과연 저자처럼 전쟁의 최전선인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그는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권위주의적 정부가 역사를 지우려는 행위에 저항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적인 러시아를 막아내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교사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상황이 있을까. 저자가 제시한 길은 다음과 같다.
"민주주의는 진실을 향한 개방적인 탐색을 장려하고,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오래된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새로운 관점, 서사, 데이터를 포함하려고 노력한다."(224쪽)
내 수업은 이런 모습을 지향할 수 있을까. 역사적 지식을 전달하고 문제를 풀이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인 양 가르쳐 왔는데, 개방적인 탐색과 새로운 관점의 제시를 장려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3학년 동아시아사에서는 이런 시도를 거의 할 수 없었지만, 1학년 한국사 수업에서는 이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교과서와 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하는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신석기 혁명'을 다르게 해석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병자호란을 전염병의 관점에서 분석한 구범진의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 등을 제시한 경험이 있다. 학생들이 이런 사례에 흥미를 느끼고 탐구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다양한 사례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연민 #소통
"우리 사회의 계급 구조의 양 극단들 사이, 여러 민족 및 인종 집단 사이, 그리고 상당수의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상호 소외와 고정 관념적인 환상이 존재한다. ... ... 개인적인 삶의 경험이 전혀 없는 집단의 객관적인 역사적, 현실적 조건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연민은 특별히 예리하고 정보에 입각한 어떤 방식으로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능력을 전제로 한다."(226~7쪽)
저자는 '시민적 연민'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런데 읽다보면 우리가 잘 아는 그 어떤 개념이 떠오른다. 파시즘이 우리와 적을 구분하여 적대시하는 구분짓기가 특징이라면,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민족과 인종, 집단과 젠더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한다. 이른바 '역지사지'가 다. 저자는 이 역지사지의 역량을 '연민'에서 찾는다.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감정이 나와 다른 존재와의 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정서교육이 왜 중요한지, 대입 과정에서 배려와 협력이라는 인성적 요소를 강조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