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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읽는 동남아 - 동남아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이끈 16인의 발자취
강희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평점 :
나만의 글쓰기 – 인물로 읽는 동남아 (강희정 외, 한겨레출판, 2024, 초판 1쇄)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의 동남아 연작, 그 두 번째 이야기”이다. 동남아시아는 가깝지만 낯선 곳이다. 세계사, 동아시아사 수업에서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하지만 그곳의 역사는 우리와 많이 닮았다. 그래서 이들을 통해 우리가 배울 점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또한, 동남아시아의 오늘을 만든 근현대사의 주요 인물 16명을 읽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한국 근현대사의 인물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내가 익숙하게 아는 한국사의 인물들과 이 책의 인물들이 비슷한 시대, 상황, 문화 속에서 살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우리와 비슷한 선택을 하기도 했고, 어떤 경우에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근현대사를 조망하다 보면 오랜 식민지 역사를 만나게 된다. 제국주의 식민지가 곳곳에 건설되면서 현지인들을 착취했고, 이에 반제국, 반식민을 표방하는 저항이 다양한 사상적 배경하에 각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민족의 영웅’들이 떠오르면서 민족주의 열풍을 주도했다. 이들은 식민지를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전통을 계승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스스로 국가 및 민족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174~175쪽)
식민지배를 받고, 그에 저항하면서 독립 국가를 건설했던 우리의 아픈 역사와 겹친다. 그래서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다. 그들의 성공을 통해 우리의 실패를 반성하고, 그들의 실패를 통해 우리의 성공을 위한 노력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동남아, 다양한 문화의 교차점-
동남아시아는 다양한 문화가 만나는 교차점이다. 그래서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기도 하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게다가 풍부한 자원 덕분에 전 세계의 침략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동남아시아는 토착 민족뿐만 아니라 공통으로 유럽, 중국의 이민자들이 큰 발자취를 남긴 곳이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 중 많은 이들이 이민자의 혈통을 가진 이들이다. 혼혈이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상징하는 ‘민족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점과 공동체로서의 국가를 이끌 수 있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반면에 우리는 상대적으로 문화적 다양성이 부족한 편이다. 대륙과 해양 세력의 틈새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유의 문화를 고집하고 다른 문화에 대해 배타적 태도를 견지한 덕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민족적 상징이나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외세에 의존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지한다. 중국인 또는 일본인과 피가 섞인 혼혈이 국가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래서 우리보다는 동남아시아가 더 다문화 사회와 세계화에 적합한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최소한 혈통과 민족, 언어에 대한 다양성을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통해 이런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학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 속에서 다른 문화와의 관계를 제대로 설정할 수 있는 태도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배타적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나라가 세계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다. 그리고 현재 동아시아의 갈등과 대립은 배타적 역사 교육과 대외 인식에 기인하는 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낯선 땅, 동남아시아-
일단 이 책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동남아시아의 지리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서 발생했다. 일단 각 국가의 위치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이 책에는 인물들이 태어난 도시나 활동한 공간을 언급한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동남아시아의 주요 도시가 표시된 지도를 구해 그것을 보면서 하나하나 대입해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어디가 어딘지 모르면 인물이 어떤 경로로 이동을 했으며, 그것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면 그 문제가 조금은 해소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도를 참고해 책을 읽으면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동남아시아는 아프리카와 달리 현재 국경이 유럽 열강의 영향도 있지만, 지형과 민족, 주변 세력과의 갈등 덕분에 그려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네덜란드가 식민지배를 하던 공간을 물려받은 경우라 예외일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민족 운동을 통해 독립하거나,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독립 국가가 된 경우들이 있었다. 특히 싱가포르와 동티모르의 경우가 매우 놀라웠다. 동티모르는 21세기에 독립했다는 점이 놀라웠는데, 실제로 비슷한 이탈리아의 사례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2020)이란 영화다. 누구든 국가를 세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국제 사회가 인정하면 독립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학생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수업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독립 국가의 요건 같은 것들을 학습한다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세계 주요 제국의 변방이었다. 그들의 침략을 받았지만, 다양한 제국의 충돌 속에서 오히려 민족의 운명을 지킬 수 있었다. 또한, 식민지배를 받았지만, 우리와 달리 열강을 선택할 가능성도 존재했었다. 그래서 동남아시아는 한반도와 달리 강대국의 영향력이 오히려 적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동남아시아에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지리적 이점과 자원이 있지 않은가. 비좁고 내세울 것 없는 한반도에 비해 조건이 더 좋아 보였다. 물론 한반도에 사는 약소국 국민의 푸념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도 그들처럼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 역사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이주자들에게도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민족 문화의 전통을 지켜나가며, 보편적 종교의 정신을 세계에 전파하는 운동을 해 나갈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기만 하면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16명의 인물은 모두 동남아시아를 이끈 인물들이다. 그들에 대한 후손들의 평가가 어떤지, 지금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보고 느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