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스토리 한국사 - 시공간을 초월한 33번의 역사 여행
이기환 지음 / 김영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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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글쓰기 – 하이(Hi), 스토리(Story) 한국사 (이기환, 김영사, 2024, 1판 1쇄)

우리 역사 속 다양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역사 스토리텔러이자 문화유산 전문기자인 저자를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은 아주 선명한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를 처음 접했던 때, 나는 초임 교사였다. 수업을 이끌어갈 충분한 역량이 부족했던 시절, 교과서 속 지식만으로는 학생의 집중을 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꼈고, 열심히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니던 중 그의 기사를 만났다. 수많은 ‘~카더라’의 홍수 속에서 그의 기사는 단연 돋보이는 자료였다. 새로운 사실이나 최신 문화유산을 소재로 엄청난 양의 사료를 뒤져 기사를 완성해냈기 때문이다. 흥미와 역사적 사실을 모두 완비하고 있는 그의 기사는 내게 완벽한 수업자료였다. 다만 수업 내용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과서 내용에 맞춰 적절히 가공해 활용해야 했기 때문에 연재된 기사를 모두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그의 기사를 모두 모아 목록을 만들고, 그것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해보겠다는 목표를 품었다. 물론 아직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데, 아마도 그가 연재한 기사 내용을 정리해 책을 내 줄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소개되자마자 얼른 서평단을 신청했다.

 

 

-저자의 놀라운 깜냥-

 

저자는 자신의 직업이었던‘기자(記者)’가 이런 존재라고 설명한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는 늘 낮은 곳에서, ‘놈(者)’의 자세와 신분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6쪽, 들어가며)

 

나도 학생의 수준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역사를 가르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학생의 눈높이와 관심에 맞게 교과서의 내용을 핵심 개념으로 최소화했다. 또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는 방법이나, 학생이 흥미를 느낄 만한 소재를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곳에서 발생했다. 학생들이 수업을 재미있어하는 듯 보였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게 없다고 했다. 내 수업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것만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정작 전달해야 할 핵심 내용을 전하지 못했다.

공대생이었던 저자가 문화유산 전문기자가 되기까지, 기자로서 어떤 글을 쓰는지는 인사 발령에 따라 달라졌다. 그는 자신이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기사를 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 방법이 나와 정반대였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엄청난 양의 1차 사료를 뒤지며 스스로 공부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전문가를 찾아가 끊임없이 질문하고 유적지를 답사했다. 심지어 그는 문화인류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받는다. 그래서 그의 기사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재미도 있지만, 전하고자 하는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이런 진정성을 갖춘 노력이 그가 말하는 ‘깜냥’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는 겸손하기까지 하다.

 

“나의 수고로 읽는 이들이 상식의 폭을 조금이나마 넓히고 시쳇말로 ‘아는 척’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11쪽, 들어가며)

 

 

-역사 스토리텔러, 문화유산 전문기자-

 

이 책에는 저자가 꼽은 흥미로운 사실이 33가지나 들어 있다. 현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박물관에서 특별히 전시되거나, 최근 주목받는 문화유산까지 기존에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들이다. 그래서 내가 저자를 대학생 때 만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상상했다. 그가 소개한 것들을 더 공부해서 졸업논문으로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비교한 글은 역사 전공자로서 1차 사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참신한 글들은 분명 저자의 엄청난 노력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그 덕분에 그는 충분히 ‘역사스토리텔러’, ‘문화유산 전문기자’라는 간판을 충분히 가질만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문화유산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박물관 특별 전시를 가끔이라도 검색해 정리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역사 관련 DB를 종종 활용하여 글을 써야겠다고도 다짐했다. 사실 온라인으로 언제 어디서든 1차 사료에 접근할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1차 사료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최근 답사를 다녀오면 꼭 기록으로 사진과 자료를 정리해두려고 노력한다. 답사를 다녀오기도 어렵지만, 그것을 사진과 글로 정리해두는 것도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조금씩 노력을 기울여서 나도 저자처럼 흥미로우면서도 깊이 있는 자료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사, 현실에 기반한 역사-

 

저자 단순히 문화유산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소개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모두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낙랑의 역사를 다루면서 한국, 중국, 일본의 복잡한 속내를 비교하는 것부터 군주들의 재난 대처법을 통해 통치자가 갖춰야 할 지도력까지, 대부분 내용이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글이 더욱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글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읽는 거울’(11쪽)이 되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바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현실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뉴스를 1면, 2면, 3면 이런 식으로 ‘중요도’와 ‘가치’에 따라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사료’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 측면에서 종이신문이야말로 ‘현대판 실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11쪽, 들어가며)

 

이 얼마나 놀라운 시각인가! 종이 신문이나 인터넷 신문을 보면서 그저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스쳐 지나갈 하나의 사실일 뿐이라고 봤다. 그래서 근현대사를 가르치면서도 신문을 1차 사료로 찾아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1880년대 근대적 의미의 신문이 발행되면서부터 그 당시를 가장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료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이 가진 엄청난 역사적 가치를 생각할 때, 신문도 그 정도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그 현재성이야말로 이 책에 생생함을 부여하는 큰 요소다. “오희문의 ≪쇄미록≫”(183쪽)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백성들의 참담한 현실을 볼 수 있었고, “신라인의 줄임말 ‘답(沓)’”(271쪽)을 통해서는 현재 우리가 쓰는 이모티콘과 줄임말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지금뿐만 아니라 역사 속의 현재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

 

저자의 글은 참 매력적이다. 수업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게 한다. 그런데 이 책이 조금 아쉬운 것은 기사와는 달리 자료의 상세한 출처나 원전의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공부하고 활용하기 좋은 책은 활용된 자료와 참고 문헌이 상세하게 소개된 것들이었다. 나는 이 책이 영상이나 관련 자료들을 품고 있었다면 더 좋은 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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