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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ㅣ 365일 2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2월
평점 :
나만의 글쓰기 – 오늘(365일 시리즈2) (블란카 리핀스카, 다산책방, 2021, 초판 1쇄)
블란카 리핀스카의 3부작 중 “365일”을 읽었을 때 느꼈던 그 충격이 쉽게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두 번째 장편 소설이 나왔다. 이번에는 어떤 충격을 줄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서평단을 신청하였다. 1편 “365일” 표지에는 남성의 얼굴과 함께 ‘202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영화 원작 소설’이라는 문구가 있어서 그 내용을 쉽게 짐작할 수 없었는데, 2편 “오늘”은 빨간 띠 안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는 선명한 문구가 나와 있어 대강 그 내용 수위를 짐작할 수 있게 바뀌었다. 1편과 마찬가지로 2편 “오늘”도 목차가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 목차를 통한 내용을 짐작할 수 없게 한다. 이 3부작은 모두 그냥 처음부터 정주행해야 한다.
‘오늘’
2편의 제목은 왜 “오늘”일까. 1편 “365일”과 마찬가지로 그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1편에서는 남자 주인공 돈 마시모가 여자 주인공 라우라에게 제안한 시간이 365일이라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서둘러 읽어서인지 2편에서는 왜 “오늘”을 제목으로 선택했는지를 찾지 못했다. 다만 그 1, 2편의 내용으로 짐작해보면, 라우라가 결혼 후 임신을 하게 되면서 미래(365일)보다는 현재(오늘)에 더 집중하게 되었기 때문에 “오늘”을 제목으로 선택한 것 같다. 1편에서는 마시모와 라우라의 관계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었다면, 2편에서는 마시모의 동생, 라우라의 친구와 부모 등으로 내용이 더욱 확대되었다. 아마도 남녀 주인공의 관계가 안정되면서 현재 그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해나갔기 때문에 제목이 두 주인공의 미래보다는 그 둘을 둘러싼 현재 인물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었다. 아니, 더 바라기로는 엄마와 함께 있고 싶었다. 엄마는 이 사람들과 온 세상에서 나를 보호해줄 텐데, 눈물이 차올랐다. 부모님이 알면 대체 뭐라고 생각하실까?”(102쪽)
여자 주인공 라우라는 남자 주인공 마시모와의 미래를 꿈꿔 나가는 것보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것에 갈등한다. 그리고 마시모와의 관계 이외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갈등-해결 구조’
1편에서는 마시모가 라우라를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이 주를 이루었다면, 2편에서는 더 많은 사람의 갈등 관계가 등장한다. 마시모와 라우라의 오해, 도메니코와 올가의 사랑과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의 수준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갈등이 해결되는 구조는 간단하다. 돈과 신뢰다. 돈은 시공간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최고의 수단이며, 신뢰는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 열쇠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믿음을 가진 관계는 쉽게 끝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수많은 갈등이 이 신뢰라는 장치로 해결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약간 허술한 내용 전개 같다는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 온전히 믿음으로 이어지고 그 어떤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면 매우 이상적이겠지만, 어디 현실이 그러한가. 갈등의 상황이 매우 극적으로 전개되는 것만큼, 해결 구조도 극적으로 제시될 수 있었다면,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갈등도 있을 수 있다는 상황으로 제시하였다면 조금 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하나 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라우라의 가족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부모나 오빠는 왜 그녀의 상황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나서지 않고, 마시모가 제시하는 상황으로 그대로 믿어버리는 모습을 보일까. 특히 마시모와 그 경호원들을 보며 전혀 그들의 거짓말에 대해서 생각해보지도 않는다는 설정은 조금 아쉬웠다. 마피아 간의 경쟁과 총격전이 더 영화적으로 짜릿한 느낌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2편의 제목이 “오늘”인 만큼, 라우라의 가족들이 갈등의 전면에서 활약(?)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다만 연휴를 보내고 있는 이 저택을 무장한 마피아 수십 명이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님이 몰라서 다행일 따름이다. 남편이 몇 달 전에 저택 진입로에서 사람을 총으로 쏴 죽였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시겠지.”(416쪽)
부모님은 왜 그 정도의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일까. 라우라의 부모가 마시모와 라우라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묘사되는 부분은 조금 아쉽다.
‘또 다른 365일’
3부작의 마지막 편은 “또 다른 365일”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1편의 파격적인 “365일”이 또 다른 파격적인 내용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하는 제목이다. 제목만 보면 여자 주인공 라우라가 1편에서 납치되었던 상황이 다시 재연될 것만 같다. 하지만 그 반복적인 상황이 오히려 2편 “오늘”에서 재연된다. 라우라는 자신을 처음 납치했던 현재의 남편보다 더 매력적인 새로운 킬러에게 납치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1편에서보다 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이런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처음 납치당하고 사랑에 빠져 결혼한 여성이 다시 납치당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설정이 내게는 너무 당혹스러웠다.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까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쉽게 기존의 관계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한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어차피 납치라는 불법에 의해 형성된 관계이기 때문에 새로운 관계를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일까?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 라우라가 경험하게 될 “또 다른 365일”은 어떤 상황일까. 라우라가 아닌 다른 여자 주인공이 나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1, 2편에서 보았던 놀랍고 파격적인 내용보다 더 자극적인 상황이 제시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마피아와 아름다운 여성, 사랑과 배신, 납치와 살인 등 내가 상상할 수 없을 그 3부작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