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류현 옮김, 한순구 감수 / 김영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판단이 오류였음을 알게되는 지적 모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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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부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지 않고, 노동을 규제하지 않으며, 상인들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란 말인가? 스미스는 정부의 ‘보이는 손visible hand’에 채운 수갑을 언제 풀어줄 것인가? 스미스가 정부의 역할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소홀하게 다룬 것은 아니다. 그는 정부의 역할은 첫째 국방, 둘째 법치를 통한 사회 질서 유지, 셋째 도로, 수로, 교량, 교육 제도 같은 공공시설 및 자원의 관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군주의 존엄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 P98

다음 두 가지 억제 요인이 인구 증가를 저지한다. 하나는 ‘적극적positive’ 억제이고, 다른 하나는 ‘예방적preventative’ 억제다. 맬서스에게 적극적 억제는 낙관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에게 억제 개념checks은 사망률을 높이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하급수적인 인구 증가에 따른 위기에서 우리를 ‘구해’줄 수 있는 적극적인 힘들positive forces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전쟁, 기아, 역병이다. 흑사병은 이미 도처에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 기회가 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유아 사망률은 과잉 인구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킨다. 그리고 기근은 항상 물귀신처럼 우리를 졸졸 따라다닌다. - P116

이상의 내용으로 맬서스를 하층 계급을 멸시하거나 증오하는 사람으로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멜서스의 《인구론》은 예방적인 억제가 실패해 적극적인 억제, 즉 전쟁이 일어나고 기근이 난무하며, 역병이 창궐할 경우 가장 큰 피해와 고통을 입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그들에 대한 온정어린 시선으로 가득하다. 후일 케인스가 주장한 것처럼, 맬서스가 인구 성장에 대해 비관적인 결론을 내린 것은 사실 그의 진리에 대한 사랑과 인류애 때문이다. - P119

무엇보다 맬서스는 노동자 계급이 자신들의 생활 습관을 바꿀 수 있고, ‘도덕적 자제력moral restraint’을 통해 출산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그들의 인식이나 태도를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빈민구제법에 대해서도 이전과 달리 비판의 수위를 나주첬다. 즉,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폐지를 주장하기보다는 지금 막 태어났거나 앞으로 2년 이내에 태어날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고 점진적인 폐지’를 제안했다. 그리고 장애인들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빈민구제수당을 계속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식량 공급을 늘리기 위해 맬서스는 식량의 수출입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촉구했다. 이런 엄격한 규제가 국내의 식량 가격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국내 식량 생산을 자극하리라는 생각이었다. 비록 맬서스가 자유무역을 지지하기는 했지만, 식량에 대해서는 예외를 둘 것을 제안했다. - P121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종말 모델은 인류의 구원을 하늘에만 맡겨두고 있다. 즉, 비관주의자들은 고갈되어 가는 자원이나 기술을 대체할 어떤 신성한 것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상 그것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내가 누차 강조하는 시장 신호나 인간의 노력은 간과하고 있다. - P135

문제는 더 높은 또는 더 낮은 기회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우리의 귀중한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느냐다. 교역을 허용함으로써 각 국가는 자국의 국민들에게 한정된 자원을 생산성이 낮은 산업에서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옮겨가도록 강제한다. 이렇게 각 나라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각 나라의 국민들은 적은 희생으로 더 많은 재화를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 P166

리카도의 분석이 우리 시대에 가장 크게 시사하는 것은 부유한 국가들이 채택하는 보호무역주의가 저개발 국가들에게는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개발 국가들에 대한 해외 원조와 융자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씩 제공하면서 동시에 이들 국가에 대해 무역 장벽을 두는 것은 일견 모순처럼 보인다. - P169

관세 정책이 경제성장을 막는 경향이 있고, 그리고 따라서 국내 소비자를 돕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또는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다는 논리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실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애덤 스미스를 다루며 이야기했지만, 각 나라는 국방이라든가 불확실한 시기에 정치적 안정을 꾀할 목적으로 신중하게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사용할 수도 있다. - P171

벤담은 야만적인 영국의 감옥 제도를 공공연히 비난했는데, 그는 형벌은 범죄 에방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벤담은 범죄자도 알고 보면 자신의 범행이 수지맞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결국 벤담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범죄자의 인권이나 법 정의가 아니라 바로 비용이다. - P205

생산을 지배하는 것은 불변적인, 즉 보편적인 법칙이다. "그런 법칙에는 예외, 또는 임의적인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따라서 생산에 대해서는 연역적 추론을 적용한다. 그러나 "국부의 분배는 이와 다르다. 그것은 전적으로 관례의 문제다. 그래서 분배에 있어서 인간은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어떤 법칙을 따르기보다는 기존의 사회적 관례나 개인적 선호를 따른다." 다시 말해, 분배에 있어서는 보편적인 법칙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귀납적인 추론을 적용한다. - P217

마르크스는 역사가 노예제 사회에서 봉건제, 자본주의, 그리고 사회주의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역사적 경로는 하늘에 떠 잇는 별들이나 어떤 불변적인 법칙 사이에 나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에 놓여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그것은 인간과 생산(수단)의 관계(생산 양식 또는 생산제관계)에 놓여 있다. 각각의 생산 양식은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을 만들어낸다. 각각의 시대는 지배 계급이 수익을 수취해 가는 특별한 방식으로 특징지어진다. - P252

"물질적 생활의 생산 양식이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지적 생활을 조건 짓는다. (···) 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조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의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결정한다." - P253

마르크스는 지배 계급이 상부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여 공모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생산 수단의 소유자들도 그들의 종교를 수단이 아닌 진심으로 믿고 섬길 수 있다. 상부구조는 생산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생산 과정이 사람들의 인식을 왜곡하고 틀 지우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창조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는 못한다. 즉, 인간은 자신이 직접 선택한 환경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주어진 환경에서 역사를 창조한다. 모든 앞선 세대의 전통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악몽처럼 자리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 P254

공산주의가 진정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온갖 추측과 논의가 무성했지만,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마르크스는 ‘미래의 식당’을 위한 자신만의 ‘조리법’을 일부러 남기지 않았다. 이렇게 조리법이 없이 요리되어 나온 지배 체제로서 마르크스주의는 ‘정치적 짬뽕 또는 소시지’나 다름없었다. 즉, 그것은 중앙위원회의 여러 목표들을 한데 쑤셔 넣고 인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형태로 찍어내는 값싼 방식이었다. - P275

절대적 빈곤에서 상대적 빈곤으로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선 마르크스는 더 이상 노동자들의 비참한 처지에 대해 절망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가난한 자가 계속해서 부유해질 수 있다는 이런 상대적 빈곤 개념은 가난한 자도 이득을 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부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는 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의 사회 정의social justice로 발전한다.
따라서 현대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노동자들의 정신적 빈곤과 소외를 강조한다. 물론 틀린 지적은 아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하는 반복적이고 지루한 노동을 싫어하거나 혐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르크스 역시 사회주의에서 단순한 쓰레기를 줍는 노동이 어떻게 흥미로운 노동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적어도 우리는 자본주의에서, 만약 행복한 노동자가 더 열심히 일한다면, 고용주는 그런 고용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 P282

요약하면,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자본주의 분석을 위한 과학적인 체계를 고안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발전 경로를 자신 있게 예측했다. 몇 가지 불충분한 점을 인정하고 관대한 해석을 내릴 경우, 마르크스의 예측은 그런대로 옳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음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즉, 항상 옳고 그름이 분명했던 마르크스는 종교적 감상주의자들을 몹시 경멸했다. 따라서 이런 식의 지적 관용에 대해 그는 불쾧감을 나타내며 거부감을 표시했을 것이다. - P284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마르크스가 상기시키는 것은 경제 변화는 상당한 고충을 수반한다는 것, 권력은 언제든 압제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피착취 계급이 착취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런 마르크스의 경고는 오히려 공산주의 국가들에 더 적합한 것처럼 보인다. - P292

앨프리드 마셜의 한계주의는 경제학에 접목된 진화론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가와 소비자는 비약할 수 없지만, 차근차근 자신들의 주어진 상황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개인, 기업, 정부 모두 가격 변화에 적응한다. 기업에게도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된다. 계속 적자를 보는 기업은 업계에서 퇴출되고 만다.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 압력 때문에 역으로 비용 절감의 압박을 받는다. 비록 최종 결과는 애덤 스미스의 뉴턴적 경제학을 닮기는 했지만, 마셜은 우리에게 그 과정에서 개인의 의사 결정을 면밀히 조사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한계주의는 미시경제학의 발전을 위해 길을 열어 놓았다. 그리고 미시경제학은 경제 행위자들이 자신들의 처지나 위치를 재고하고, 만일 이익이 비용을 초과하면 새로운 의사 결정 단계를 밟는 현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익과 비용은 항상 변화하게 마련이다. 즉, 우리는 이익과 비용이 불변적인 경우에만 현실에서 뉴턴적인 행태를 가정할 수 있다. - P308

마셜은 기업들이 영원히 생존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그의 경제생물학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즉, 그는 여기에서 다시 생물학에 의지해 유기적 은유organic metaphor를 빌려다 쓴다. 기업가들은 신생 기업을 잉태하고 낳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기업에 양분을 공급하고, 때에 따라 어르고 달래 성인으로 키운다. 그러나 얼마 뒤에 이들 기업가들은 늙어 죽는다. 이들의 대를 잇는 관리자들은 흔히 그렇듯이 전임자들보다 능력이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다른 기업가들이 낳은 새로운 기업들이 이 기업의 경쟁 업체로 성장할 것이다. - P320

탄력성은 모든 경제학적 논재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마셜은 항상 경제학자들이 이론의 세계가 아닌 현실의 세계를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교한 이론적 모델이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 탄력성 문제가 고려되면 전혀 설득력이 없을 수도 있다. 탄력성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가다듬으면서 마셜은 경제학자들에게 이론과 현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직접 보여주었다. - P338

그는 제자들에게 간청하듯이 경제학을 인간의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갈고 연마하라고 부탁했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빈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는 것에 몸서리를 쳤지만, 그렇다고 이런 개인적인 감정에서 경제학 논리를 전개하지는 않았다. 생물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연이 하루아침에 비약하지 않듯이 빈곤도 일순간에 해결될 수 있는 성지르이 것이 아니다. - P341

그는 답을 기다리는 대신, 답을 찾아 다녔다. 그는 자신이 찾은 답이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다리는 대신, 그것을 각종 왕립위원회나 의회에 출석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섰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고전파 경제학과 한계주의 경제학marginalist economics을 통합하고 싶어 했다. 그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경기 순환, 변화와 균형, 발전과 안정을 이해하고 싶어 했다. 결국 그는 유연한 황금 같은 마음과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 예리하고, 투명한 정신을 조화시켜 이 모든 것을 다 이뤄냈다. - P342

베블런은 수요와 공급이 점진적이고 순조롭게 균형점에 도달한다고 가정한 한계주의자들의 주장을 공격했다. 구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은 균형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경제는 항상 변화한다고 항변한다. 균형이란 현실 세계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경제학자들의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들이 보기에 균형이란 바람일 뿐이지 현실은 아니다. - P346

개인은 하나의 독립적인 구슬이 아니다. 각각의 구슬은 어디로 굴러갈지 결정하기 전에 다른 구슬을 이미 바라보고 있다. 일부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과 반 사회적인 인물들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허세를 부리거나 적어도 남들이 집안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해 한다. 어떤 한 상품이 갖는 효용에 대한 개개인의 평가는 이웃들이 그 상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도 한 몫 한다. - P351

물론 자기 보존self-preservation은 모든 생물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이다. 그러나 진화 과정에서 인간은 침팬지에게서 떨어져 나오자마자 사유 재산을 통해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판단하기 시작했다. 동족을 약탈한 사람이 부와 사회적 명성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결국, 어떻게 재산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피땀을 흘려 재산을 모으는 자는 존경받지 못했다. 베블런에 따르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냥 앉아서 부와 재산을 늘리는 사람이 사회에서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렇게 해서 유한계급이 태어났다. - P352

베블런은 인간이 창조적 욕구, 다시 말해 인간이 솜씨나 기량을 뽐내고 싶어 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시적 여가와 현시적 소비가 사회에 파고들면서 이런 창조적 욕구가 사라지고 있다. - P357

우리가 문명이라 부르는 것은 주로 우리 뇌의 관심과 애정을 받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외적 요소들의 산물이다. - P369

사람들은 여러 이유에서 서로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신뢰감 있는 존재로 비춰지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즈니스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세상에 종말이 다가오고 있고, 새로운 세상에서는 평판이라고 하는 것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할 때, 일부 사람들은 약속을 어기고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 들 것이다. 건강한 시장경제는 일정 정도 약속을 존중하고 신성시할 것을 요구한다.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사회는 경제적 붕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 P397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경기가 후퇴하면 기업은 투자를 줄인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저축은 결국 투자와 일치하게 된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될까? 그것은 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저축할 여력도 동시에 잃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금과 물가가 서로 조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경기 침체나 공황은 상당 기간 오래 지속될 수 있다. - P420

또한 케인스는 자신이 인식론적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상 케인스의 충고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곧 시장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방임 전통의 기본 인식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그러나 마르크스를 비웃고, 스탈린에 의해 농락당한 그의 추종자들을 조롱했던 케인스는 자신이 자본주의를 생매장시키려고 그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구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P429

여기에서 좀 더 놀라운 것은, 케인스가 시간이 흐를수록 인류가 유순해지면서 성품 또한 부드러워질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점이다. 케인스는 인류가 경제학적으로 진화하기 위해 이기적인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가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질적 욕구를 충족함으로써 인류는 그들의 욕구를 친절이나 사랑과 같은 고차원적인 것으로 고양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P438

보통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겸손함을 가지고 있던 프리드먼은 경제학자들은 화폐 공급량을 적절히 조작할 수 있는 통화 정책에 대해 아직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말한다. 즉, 경기 침체 기미가 보인다고 해서 무턱대로 화폐 공급량을 늘리고, 반대로 경기 과열 현상을 보인다고 해서 무작정 화폐 공급량을 줄이는 것이 통화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화 정책이 명목 GDP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어떤 때는 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간혹 경기 침체기나 경기 과열기에 FRB가 성급히 시장에 개입해 경기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FRB의 토오하 정책이 언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 정확한 시간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 P470

즉, 인간은 항상 실수를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 대신 컴퓨터를 믿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록 프리드먼이 옳고, 화폐의 유통 속도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불안정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만약 화폐의 유통 속도가 몇 달째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데 화폐 공급량을 원래대로 계속 유지한다면, 경기는 그대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높이지 않기 위해서는 FRB의 개입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앞서 프리드먼이 지적했던 것처럼 FRB가 개입한다고 해서 그것이 경제 전반에 바로 영향을 미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 FRB가 화폐의 유통 속도가 일정치 않고 기복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인지 시차recognition lag)? 그리고 FRB의 정책이 시행되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효과 시차impct lag)? 이런 상황에서 FRB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을까? - P473

정부가 어떤 경제 정책을 시행할 경우,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사전에 예측하는 일이다. 레이건 행정부처럼 인플레이션 하나를 잡기 위해 무작정 통화 정책을 펴는 일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다. - P475

윈스턴 처칠이 했던 말을 조금 바꿔서 말하면, 화폐의 유통 속도는 수수께끼의 신비 속에 감춰져 있는 불가사의가 되었다. 어쩌면 최후에 웃는 자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밀턴 프리드먼도 아닌 화폐의 유통 속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 P478

공공선택학파 경제학자들은 정치를 경제학의 도구를 이용해 연구 분석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 다시 말해, 그들은 정치를 일종의 경제적 행위로 간주한다. 경제학자들은 정치를 보면서 자포자기가 되거나 불쾌감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관료들과 입법자들이 왜 좋은 정책을 무시하거나 채택하지 않는지 물어야 한다. 정치도 넓게 보면 비즈니스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 P487

이런 문제는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이미 만성화된 문제다. 어떤 하나의 동기에서 똘똘 뭉친 이익 집단들은 국가 차원의 경제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른 결과에서 사소한 몫을 가져가는 개별 소비자들의 이해관계는 철저히 짓밟는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개별 소비자들은 이득은커녕 국가적 효율성과 소득의 하락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분명한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개개 특수 이익 집단들은 공공의 복리에서 아주 적은 몫만을 챙겨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몫이 하나로 뭉치면 무시 못할 크기이지만. - P493

기업들은 정부나 정부 산하 기관들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학계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경제 잡지나 법률 잡지에 자신들의 전문 연구 성과를 게재함으로써 어떤 기업을 간접 대변하기도 한다. 정보의 우위나 전문성에 의존하는 것이다. 규제 당국은 종종 기업들의 이런 전략에 속아 넘어가 그들의 설득이나 로비에 넘어간다. 더구나 국민들은 이런 일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보다 좀 더 냉소적인 경우도 있다. 규제하는 자들이 규제받는 자들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있다. 정부 산하의 각종 기관과 위원회의 소속 위원들은 대다수가 민간 부문 출신들로 임기가 끝나면 다시 민간 부문으로 되돌아간다. 눈살을 찌푸리는 것보다 친구가 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상부상조하는 길이다. - P498

우리는 세금을 낮추거나 정부 지출을 늘려 적자 에산을 편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함으로써 납세자들과 적자 예산에 따른 수헤자들은 얼굴에 희색을 띌 것이다. 적자 예산은 경제를 위축시키지만, 그에 따른 효과는 간접적이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흑자 예산과 적자 예산의 경우에 각각 어떤 영향을 받을지 자문해봐야 한다. - P504

공공선택학파 이론가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정부는 실제로 주어진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가, 아니면 정치적 압력과 유인들로 인해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는가?" 시장이 불완전할 수 있는 것처럼, 정부도 불완전할 수 있다. 시장경제의 현실적 결과들은 정부의 개입이나 조치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결과들에 대한 현실적 예측과 비교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경제학 교과서들은 민간 경제를 추잡한 것으로, 정부는 깨끗한 것으로 그려왔다. 결국 우리는 워싱턴의 정치인들이 도시의 지하철 바닥보다 깨끗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 P519

보통은 유권자가 뽑은 후보가 유권자가 원하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시행하지만, 반드시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사실, 유권자는 자신이 무엇을 얻을지 확신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슈퍼마켓 선반과 복주머니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무엇이다. - P535

정치적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케인스의 맹목적인 가정에서 비롯한 이런 한계는 미시 경제적 측면과 거시 경제적 측면에서 각각 비판할 수 있다. 미시 경제적 측면에서 관료드른 유권자들이 정부 프로그램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들어야 한느 정보 비용이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높다고 판단될 때 정치적 사리사욕을 위해 각종 정부 프로그램과 규제들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확대수록 이런 비용도 상승한다는 것이다. - P536

거시 경제적 측면에서 공공 재정은, 유권자들이 정부의 재정 및 통화 정책의 간접 비용과 이득을 과소평가하는 한, 세금 인하와 정부 지출 증대 쪽으로 편파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치 권력의 남용과 관련한 논의에서 거시 경제적 남용보다는 미시 경제적 남용이 더 중차대한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미시 경제적 남용이 국민들의 비합리성 또는 환상보다는 합리적 무시에 더 의존하기 때문이다. - P537

지금의 위상을 떠나 케인스의 경제학, 즉 대공황에 대한 그의 경제학적 처방이 옳았던 만큼, 그는 경제적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충분한 물을 공급해주었다. 그러나 그는 당장의 화재 진압에만 그치지 않고 또 다른 화재가 언제든 다른 곳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경종을 울렸어야 했다. - P538

그러나 합리적 기대이론가들에 따르면 사정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경제 행위자들은 경기 침체 시기에 정부는 항상 수요 진작을 통해 어떻게든 그것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경기 침체 시기에 제품 가격을 낮추거나 생산량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제품의 가격을 올릴 것이다. - P563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사람들이 뭔가를 잃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고, 때로는 사소한 데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혀냈다. 주식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이 약간 손실을 입었다고 해서 바로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다. 이런 반응은 주식 전문가들이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더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서적으로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 주택, 직장에 집착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 P575

극단주의자들의 외로운 외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부가 필요악이나 선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비록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구원적 또는 사탄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정부의 본질은 구세주도 사탄도 아니다. - P587

좋은 경제 정책이란 철수에게 돌아갈 몫을 빼앗아 영희에게 주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비록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훌륭한 경제 정책을 다수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정책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 P587

현대 세계는 우리에게 정말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 넘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기회 때문에 자식들의 삶은 둘째 치고 자기 자신의 삶을 제대로 보살피지도 예측하지도 못하고 있을 수 있다. 현재 우리의 아이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보살핌과안내를 받고 있지 못하다. 그것은 부모들이 무능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 세계가 너무 거대해져 더 이상 그것을 한눈에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확실성을 보장하는 방법이 아닌 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도록 스스로 배워야 한다. - P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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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노동자는 분업을 통해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둘째, 노동자들의 작업 전환이 필요한 경우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작업 전환 과정에서 작업복, 공구, 또는 위치까지 바꿔야 할 경우에 더 효율적이다. 마지막으로 전문화된 노동자들은 매일 같은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구나 기계를 발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미스는 분업화된 노동자들이 전문적인 기술자들engineers보다도 더 많은 발명을 내놓는다고 생각했다. - P74

시장 신호(시장가격 체계 또는 가격 신호)가 나타나지 않으면, 사회는 희소 자원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능력을 상실한다. - P82

비록 스미스가 부를 증가시키는 비밀을 밝혀냈다고 자신했지만, 그것이 보편타당한 진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비용과 이익보다 이 결함에 더 주의를 기울였다. 그의 첫사랑이 도덕철학이었다는 것을 상기하자. 물리적 환경이 인간의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스미스는 일관 작업이 노동자들의 지능과 정신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 P85

이렇게 노동자들에게 온정적이었던 스미스는 노동분업에 따른 대중의 우둔화 경향을 치료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교육public education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이 교육을 받음으로써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정신을 수양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85

애덤 스미스는 다른 나라의 보호주의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관세 정책을 사용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보복 관세는 세상의 잠재적인 부를 잠식할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보복 관세로 처음에 문제를 일으킨 나라의 보호주의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켜 상대방이 또 다른 보복 조치를 들고 나올지 어떻게 알겠는가?
(···)
미국은 자국의 특정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보호 정책을 펴고 있는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치가들과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주저 없이 일본을 지목한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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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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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를 지키는 한, 인생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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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쪽에서 회색 빛이 처음 밝아올 때까지 컬럼비아의 적막한 거리를 걷다가 캠퍼스로 향했다. 그는 제시 홀 앞의 돌계단에 앉아 동쪽에서 떠오른 빛이 안뜰 한복판의 커다란 돌기둥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 낡은 건물을 안에서부터 망가뜨린 화재가 생각났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들을 보고 있자니 아련한 슬픔이 밀려왔다. 사방이 환해졌을 때 그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연구실로 가서 첫 번째 강의시간을 기다렸다. - P302

그때까지 한 번도 열정을 주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 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 - P350

이제는 그녀를 바라보아도 후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늦은 오후의 부드러운 햇빛을 받은 그녀의 얼굴이 주름 없는 젊은 얼굴처럼 보였다.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무정한 생각을 했다. 내가 저 사람을 좀 더 사랑했더라면. 아주 먼 거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그의 손이 이불 위를 움직여 그녀의 손에 가닿았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 뒤 그는 스르르 선잠이 들었다. - P381

그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남들 눈에 틀림없이 실패작으로 보일 자신의 삶을 관조했다. 그는 우정을 원했다. 자신을 인류의 일원으로 붙잡아줄 친밀한 우정. 그에게는 두 친구가 있었지만 한 명은 그 존재가 알려지기도 전에 무의미한 죽음을 맞았고, 다른 한 명은 이제 저 멀리 산 자들의 세상으로 물러나서······. 그는 혼자 있기를 원하면서도 결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된 열정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열정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열정이 죽어버렸다. 그는 사랑을 원했으며, 실제로 사랑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랑을 포기하고, 가능성이라는 혼돈 속으로 보내버렸다. 캐서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캐서린." - P384

이 책이 망각 속에 묻혔다는 사실,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는 사실은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 책의 가치에 대한 의문은 거의 하찮게 보였다. 흐릿하게 바랜 그 활자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될 것이라는 환상은 없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그의 작은 일부가 정말로 그 안에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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