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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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라는 것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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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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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그 각고의 대작을 선뜻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천사 같은 얼굴이었다. 나는 내 친구 아들의 일그러지고 그늘진 ‘병신’ 다움이 떠올라 가슴이 저렸다. 우리의 정박아가 천사 같지 못한 게 어찌 그 부모 탓만이랴. 우리 모두의, 정말 관심 있어야 할 곳에 대한 무관심, 인간다움보다는 물질적인 것에 대한, 내면보다는 외양에 대한 열광이 남은 능히 천사 같은 인간으로 가꿀 수 있는 장애자를 ‘병신’으로 방기한 게 아닐까. - P86

한마디 말이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지만 말의 토씨 하나만 바꿔도 세상이 달라지게 할 수도 있다. 손바닥의 앞과 뒤는 한 몸이요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뒤집지 않고는 볼 수 없는 가장 먼 사이이기도 하다. 사고의 전환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뒤집고 보면 이렇게 쉬운 걸 싶지만, 뒤집기 전엔 구하는 게 멀기만 하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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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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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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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우의 세금수업 - 당신의 세금이 우리 모두의 삶을 책임진다면
장제우 지음 / 사이드웨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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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 복지를 위한 조세 개혁을 얘기한다. 우리가 각자 쏟아붓는 돈이 허투루 쓰이고 있음을 논증한다. 200쪽 남짓의 얇은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이 거대해 한줄평을 쓰기가 어렵다. 굳이 적는다면,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음에 관하여.

이때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늘어난 세금으로 복지를 강화할 때는 방향과 짜임새가 중요하다. 수많은 복지 일자리와 모든 국민의 일상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구조를 조직해야 한다. 노동연령층에 대한 소득 지원을 소홀히 하지 않는 복지도 중요하다. 이러한 복지 체계에서 납세의 주 대상인 현역 세대는 그들의 삶에 미치는 세금과 복지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게 된다. 바로 이런 사회에서야말로 양질의 복지가 지속될 수 있고, 이는 곧 정치의 수준이 높아졌음을 의미할 것이다. - P159

그러나 복지 제도를 대표하고 규정하는 상징으로 본다면, 무상복지는 허점이 많은 표현이다. 무상이라는 속성을 부각시킨들 복지의 값어치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복지가 값진 것은 무상이라서가 아니라 세금이라는 무거운 대가를 치르기 때문이다. 복지의 한 단면에 불과한 ‘무상‘을 복지의 정수인 양 규정하는 것은 올바른 복지의 의미를 정립하는 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 P182

카를손에 따르면 복지는 단순히 어려운 이들의 생활보장을 넘어 자유·평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의 실현 수단이자 자아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필자의 언어로 다시 쓰면, 복지제도라는 사회계발‘이 성공적일 때 개인의 ‘자기계발‘도 한층 탄력을 받는다. 복지가 의도하는 바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없다는 게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노오력‘에 그치지 않고 개인과 사회 모두에 합당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바로 복지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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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우의 세금수업 - 당신의 세금이 우리 모두의 삶을 책임진다면
장제우 지음 / 사이드웨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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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제 명백하게 간접세의 비중이 국제적으로 낮은 나라이다. 그럼에도 여타보다 간접세 비중이 너무 높다는 ‘미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수십 년 전의 사실이 현재까지도 사실인 양 둔갑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가장 큰 원인은 낙후된 일본식 조세 분류 관행과 그 유산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보험료를 세금에서 배제한다거나 지방세를 뺀 국세 기준으로 직·간접세를 비교하는 등 과거 기재부와 국세청이 들여온 일본식 직·간접세 구분법이 현재까지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더해, 소비세처럼 실질적인 간접세와 재산 관련세의 거래세처럼 역진성과 무관한 간접세가 같은 간접세로 뒤섞인 것도 간접세 미신이 전승되는 주요한 원인이다. - P122

한국에서는 간접세의 인상을 곧 서민 부담의 증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간접세를 인상하지 않는 것과 서민을 위하는 것은 서로 다른 사안이다. 이를 등가관계로 놓으면 서민을 배려하고 있다는 ‘착각의 위안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착각일 따름이다. 한국은 지금껏 저소득층 복지를 소홀히 하면서 간접세를 억제하여 서민을 챙기겠다는 ‘가식’의 나라였다. 이제 그런 가식은 벗어던지고 진짜 서민 살리기를 해야 한다. 간접세를 올려서라도 강화해야 할 복지가 있다면 이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 국민을 위하는 길은 복지에 필요한 세금을 확보하는 것이지 간접세 증세를 배척하는 게 아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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