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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자 1 ㅣ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두 권에 7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엄청난 분량의 이 책을 다 읽기까지 말이다.
생전 처음 보는 작가에 게다가 이탈리아 소설이라니.. 움베르토 에코 말고는 처음인 것 같다.
에코가 이탈리아 작가라는 것은 알았지만 에코는 세계적인 대작가로서의 에코일뿐 '이탈리아 작가' 에코가 아니니깐 말이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또다른 이탈리아 소설이 더 읽고 싶어진다.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지만 국가의 음모를 다룬 스케일이 큰 소설이나 개인적인 불행을 다룬 너무 잔인한 소설에 지쳐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남의 나라의 음모에 빠진 개인을 다룬 스릴러 소설은 그리 궁금하지 않고
점점더 잔인해지는 유럽 특히 프랑스 소설에 염증이 나 있었는데,
에코의 나라에서 건너온 이 소설은 그 두 문제점을 가볍게 뛰어넘어
재미에 충실하다는 스릴러 소설의 미덕과 함께 개인적인 관심사-사이코패스-에 대한 심도 있고 현실적이며 아주 새로운 생각거리를 제시하고 있다.
'속삭이는 자'를 읽으면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무엇보다 범인 앨버트(수사관들이 붙여준 '예명'이지 진짜 이름이 아니다. 즉 스포일러가 아니니 안심하길)의 정체였다.
어린 소녀들의 왼손을 잘라 산속에 묻고, 심지어 한 명은 손을 떼어낸 채 살아 있도록 하는 앨버트.
그는 왜 아이들에게 그런 잔인한 짓을 하며, 궁극적으로 그가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는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으며, 그의 악행의 근원은 무엇일까.
하지만 이런 모든 기본적인 의문들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얼마나 어리석은 질문들인지 알게 되었다.
정말 이런 질문들이 범인을 잡기 위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한동안 멍해질 수밖에 없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어찌나 소름이 돋는지 마지막 페이지만 몇번 읽었을 정도니까.
이 소설이 첫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설정이 놀라웠고
무엇보다 강렬하고 설득력이 있는 결말이 대단하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앞으로 이탈리아 소설도 앞으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