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 - 중국 간신 19인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역사의 경고
김영수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간신 19명을 선정해서 그들의 악행의 내용과 그 결과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재밌고 흥미롭게 쓰고 있다. 역사 속의 간신을 통해서 현실의 간신을 비춰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저자는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을 그저 중국 역사 가운데 하나로 여겨 재미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위정자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모골이 송연하고 등골이 오싹하는 느낌을 받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간신이 권력을 회득하는 과정에 공통점이 있다. 먼저 수단과 방법을 다해 최고 권력자, 즉 봉건시대에서의 군주에게 접근한다. 그 다음 그 권력자의 의중을 파악해 비위를 잘 맞춰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이렇게 해서 권력자의 신망과 총애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권력을 획득한다.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휘하에 모으고, 덕망이나 명망, 능력있는 자들을 음모와 술수를 이용해서 살해하거나 축출하고, 대신 자신의 똘마니를 요직에 앉혀 바야흐로 국정을 자신의 손아귀에 올려놓는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최고 권력자의 이목을 막아 국정에 관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간신들의 공통점은 일반적으로 머리와 능력이 비상하고 기막힌 위장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발호하기 전에는 그 기미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능력있고 현명하며, 명망이 있는 사람들도 처음에는 그들의 능력을 무시하거나 얕잡아 보아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은 간신의 역사를 통찰할 때 매우 중요한 점이다. 결코 그들을 무시하거나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된다. 간신들은 기회가 왔을 때 제거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발본색원(拔本塞源)해서 철저하게 없애야 한다.

또한 간신들은 대체로 일시적인 실패와 좌절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재기를 시도한다. 일단 재기에 성공하여 권력을 획득하면 자신의 재기에 도움을 준 사람들은 더 이상 필요가 없고 오히려 자신이 행동하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하나 하나 제거해 버린다. 이들에게 은혜나 의리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고, 심지어는 가족도 그 희생물 속에 들어가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향락과 사치를 누리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혹 가능하다할지라도 타인의 이목을 생각해서 차마 다 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봉건시대의 군주들도 이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간신들은 바로 이 허점을 노리고 파고들어 군주가 향락과 사치에 빠져들게 만든다. 군주가 사치와 향락, 주색에 빠져들면 골치가 아픈 정치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간신이 횡행하는 데는 공통적으로 반드시 어리석은 군주가 뒤에 있었다. 즉 어리석은 군주는 간신이 생겨나는 토양이고 자라게 하는 자양분인 것이다.




간신들은 공사의 구분이 없다. 자신의 이익이라면 나라와 민족, 인민의 생활을 돌아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기풍과 국가의 기강이 무너져 국가와 사회 시스템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이어서 국력이 쇠락하고 민생이 파탄하며 심하게는 국가가 멸망하게 된다.




비록 역사 속에서 간신들의 횡포를 보지만, 현실에서 간신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도 많은 간신들이 활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모두 자각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우리 사회도 온갖 간신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정치판의 간신 정간(政奸)은 기본이고, 이들에 빌붙어 알랑거리는 언론계의 언간(言奸), 배운 것을 왜곡하여 학문적 양심은 물론 자신의 영혼마저 저당 잡히길 서슴지 않는 학간(學奸), 권력마저 돈으로 살수 있다며 열심히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는 상간(商奸), 심지어 무인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기마저 망각한 채 더러운 권력의 쓰레기 더미를 향해 킁킁거리며 달려가는 무간(武奸), 종교라는 권위에 빌붙어 세상을 밝히기는커녕 악취만 풍기고 다니는 가증스러운 목간(牧奸), 여기에 대중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하던 딴따라가 하루아침에 권력자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아양을 떠는 뭐라 이름 붙이기조차 민망한 간신들까지.”(p.111)




저자는 이 책 곳곳에서 간신의 발호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모두 투철한 역사의식과 명철한 현실인식을 가져야 하고, 비겁함과 나약함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저자의 주장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는 민주주의 시대를 살기 때문에 과거 봉건시대처럼 절대권력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형식적 민주주의를 다했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민주주의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히틀러도 국민의 투표라는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서 집권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간신이 생겨나고 횡행하는 바탕에는 어리석은 통치자가 있었다. 지금에 있어서는 그 어리석은 통치자의 자리에 바로 ‘어리석은 국민’이 앉아 있다. 국민이 어리석으면 반드시 간신이 나타나게 된다. 반대로 국민이 똑똑하면 햇볕 속에서 곰팡이가 자랄 수 없듯이 어둠의 자식인 간신은 생겨날 수 없다. 왜 우리 국민 모두가 투철한 역사의식과 명철한 현실인식, 덧붙여 엄격한 법질서와 수준높은 도덕의식이 필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말미에 ‘간신 지수 측정’이 부록으로 붙어 있다. 30개의 문항에 대답하는 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겨 측정하는 방식인데, 정확성의 여부는 차치하고 이것을 통하여 자신이 얼마나 간신의 소질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간신의 소질이란 단적으로 ‘협소한 국량(局量)’이라고 할 수 있다. 속된 말로 ‘속이 좁다’라고 하는 것이다. 국량이 큰 사람은 결코 간신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간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량을 키워야 한다. 어떻게 하면 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인가? 율곡 이이 선생은 <성학집요>에서 ‘앎이 넓어지고 깊어지면 저절로 국량이 커진다.’고 했다. 즉 지식을 넓고 깊게 하는 것이 간신이 되지 않는 방책인데, 지식을 넓고 깊게 하는 것으로는 ‘독서’만큼 좋은 것이 없다. 우리가 질좋고 다양한 책을 읽어야만 하는 소이(所以)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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