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고조선으로 - 고조선을 딛고서 - '한단고기' 우리 역사 되짚기 프로젝트
박병섭 지음 / 창과거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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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으로 애석한 것 중 하나가 우리는 반만 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는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상고와 고대에 관한 역사서가 너무 적다는 점이다. 특히 삼국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는 대부분 <삼국지>나 <후한서> 등 중국의 역사서를 참고해서 짐작할 뿐이다. 또한 삼국에 대해 정사로 인정되는 <삼국사기>도 삼국이 끝난지 200여 년이나 지난 후에 쓰여진 것이고, <삼국유사>는 그보다도 더 후대에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기술을 했을 것인가에 대한 의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등장한 <한단고기>는 가뭄에 단비와 같다고 할 것이다. 또한 그 동안 단군이 처음 우리나라를 개창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보다 무려 5000년 전부터 한민족이 중심이 된 나라가 존재했다고 하는 놀라운 사실이 쓰여있었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가장 오래되었다는 수메르 문명보다도 수 천년이나 앞선 나라이다. 그리고 그 강역이 무려 남북 5만리, 동서 2만이라고 하니 입이 딱벌어질 일이다.

 

<포스트고조선으로>는 <한단고기>의 내용을 기본으로 하여 <산해경>, <후한서>, <삼국지>,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의 내용과 비교하여 한웅 시대를 조명하고, 자오지 한웅이 곧 치우천왕이며, 우리 한민족의 조상이라는 것을 증명하였고, 단군 시대, 즉 고조선 시대를 조명하면서 중국의 은나라가 망하고 주 무왕이 기자를 조선에 봉하였다는 '기자조선설'에 관한 사서의 내용이 조작되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또한 단군의 역년이 <삼국유사>, <제왕운기> 등에서 각기 다른데, 그 이유를 밝히고 있으며, <삼국사기>에 따르면 광개토대왕이 13세손인데 <호태왕비문>에 의하면 17세손이라 하여 서로 다른데,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우리가 우리 고대사를 공부하면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의문점들을 문헌적 근거를 가지고 해소시켜 주고 있다. 또한 세계사를 보면 기원전 7세기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스키타인이 동아시아에 끼친 영향을 서술하는 내용에서는 매우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실제 문헌적 근거는 없기 때문에 당시 정황을 들어 설명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대부분이 추측으로 마무리한 것에 대해서는 미흡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현재 중국이 강행하고 있는 '동북공정'의 내용을 보면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를 중국의 역사에 포함하고 있다. 이것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역사는 신라, 백제, 고려, 조선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계가 힘이 좌우한다고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분명히 우리는 적어도 고조선 때부터 유구하게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포스트고조선'이란 고조선 이후의 역사를 분명하게 우리 역사로 기술하고 소유한다는 의미이며, 또한 고조선, 부여의 일파일 수밖에 없는 거란의 요, 선비의 북위, 여진의 금과 청도 '포스트고조선'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며, 이것이 또 중국과의 역사 분쟁의 주제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한단고기>는 매우 논란이 많은 책이다. 더구나 그 내용이 너무나 엄청나서 상식적으로는 믿을 수 없는 것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위서 논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내 자신이 어떤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이 책을 엮었다는 계연수라는 인물이 미상이고, 이 책의 원본을 분실한 후 암기해서 복원하고 발간했다는 이유립이라는 인물의 석연치 않은 과거 행적을 비춰보았을 때 이 책이 위서라는 측으로 내 맘이 기울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역사란 사실 자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라는 관점하에서 역사적 사실이 형성'된다고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실(史實)을 무시하고 역사를 기술할 수는 없다. 사실(史實)을 무시하면 그것은  역사라는 학문에서 벗어난 '판타지 소설'일 뿐이다. 만약 판타지 소설을 가지고 자신의 역사를 기술한다면 전 세계인의 비웃음거리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진위가 완전히 해명되지 않은 <한단고기>와 같은 책을 저본으로 해서 역사를 기술하는 것은 매우 성급하고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저자도 '<한단고기>는 개인의 사상적인 경향에 편향하여 진실된 옛 사서라고 주장되기 이전에 앞으로 발견되고 해석될 유물과 유적, 비문 등과 그 내용이 부합되느냐가 따져져야 하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일일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또한 '따라서 <한단고기>는 위서이다, 아니다를 두고 감정적인 논쟁을 벌리기 이전에 바로 세워야 할 우리의 역사의 한 부분을 다룬 책으로서 먼저 세밀하게 검증, 연구되어야 할 저작이다'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감정적인 논쟁'이 아니라 '학문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을 통하여 진위를 먼저 판가름해야 한다고 생각한는데, 저자는 그 이전에 우리 역사를 연구하는 자료로써 연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인가 앞뒤가 도치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잘못하면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며 벽에 낙서하는 노력을 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한단고기>는 매우 정밀하게 쓰인 책이기 때문에 그  진위를 쉽게 판별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많은 관련 학자들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단지 내 생각을 한가지 제시하자면, <한단고기>가 몇 사람의 저작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하는데, 사람은 각각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단고기>의 문체를 분석해서 한 사람이 저작한 것인가, 정말 여러 사람의 저작을 모아놓은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고학적으로 갑골문과 은주대의 금문을 분석해서 당시 조선에 대해 기술한 내용을 밝혀 증명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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