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이 참 구차하고 비루하다. 남을 배려하는 내 행동이 남들 눈에 참 구차하고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 뒷짐 지고 서서 당당하게 윗분 행세하면 폼이 나는데 허리 굽혀 떨어뜨린 물건 주워주고, 지저분해 보이는 일 대신 치닥꺼리 하다 보면 배려해준 상대로부터도 하찮은 사람 대접 받는 듯한 느낌은 참 초라하고 서글프다. 스스로를 권위있어 보이게 하는 것도 능력인 것은 분명하다. 권위를 세우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성격상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먼저 허리를 구부려 쓸고 닦고 주울 수밖에 없는 성격인 것은 겸손, 또는 배려라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한계일 뿐이다 싶다. 다 큰 대학생들 영어 학습 캠프 데리고 가서 하루 세 끼 밥 하고 뒤치닥거리 해주면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기보다는 프로그램 불평해대는 학생들 보고 있을 그이 마음이 참 안됐다.

누구에게 무엇을 얼만큼 해주기 보다는 그 누가 스스로 움직여 일을 성취해내도록 하는 것이 훨씬 그를 위한 일이다. 과하게 애쓰고, 애쓴 만큼 유익을 주엇다는 느낌을 못 받을 그이가 참 안타깝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마음에 바탕을 두고 일을 해야 할 필요를 그가 좀 심각하게 느끼고, 그리고 그렇게 해내면 참 좋겠다. 상대방의 감정 이해가 섬세하긴 하지만 막상 일을 앞에 두게 되면 사람 마음보다 일에 더 치우쳐 사람 마음 살피는 것에 소홀해지고, 그래서 관계에 문제가 오면 자신이 더 크게 상처를 받는 그이가 참 안타깝다.

그러나 그이의 그 진정함, 사심없이 진실함은 누구보다 강한 장점이니까, 성실과 진실함보다 큰 힘은 없으니까 그이의 그 큰 힘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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