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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동문학 미스터리 판타지 도서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미래가 불안정하고 궁금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나 역시
평범하게도 보장된 미래, 적어도 내 앞날이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조금은 알고 싶었다.
이번에 처음 접해본 중동문학 이스라엘 작가 요아브 블룸의 베스트셀러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는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인데
읽기 전 예언서와 관련된 신비로운 이야기려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설정 자체는 미스터리한건 분명하지만
따뜻하고 힐링이 되는 철학서에 가까워서
마음이 불안하거나 인생의 변화를 원하지만 용기 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세상에서 오로지 나만을 위해 책 한권이 쓰여졌다고 상상을 해본다.
평범하게만 살아온 내가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 된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영화나 드라마속 주인공이 되어 대단한 일을 해낼 것 같은 에너지로 가득 찬다.
요아브 블룸의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는 주인공 벤을 위해 써졌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 써졌을지도 모른다.
평범함을 넘어 살짝 찌질하게 살고 있던 주변인에 불과한 벤은 뜬금없이
어느 날 들른 서점에서 집어든 책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고
마치 말을 거는듯한 문체로 써져있는것에 놀라게 되며
그와 동시에 자신에게 울프 라는 요양원 노인이 남긴 위스키 한 병이 위대한 유산이 되어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한 위험이 도사린 경험을 하게 되는데
벤, 오스나트, 벤처부인 이렇게 세 명의 주인공이 함께 하는 미스터리한 모험은
결국 세 명 모두의 내면을 성장시키고
모험 이전과 이후의 삶을 확실하게 변화시켜준다.
울프 라는 노인은 비밀스러운 기술을 배우게 됐는데, 인간이 한 경험을 물을 제외한 다른 물질
술, 음료수 등등에 녹아들게 해서 그 술이나 음료수를 마시게 되면 다른 사람이 한 경험을
마치 내가 직접한 것처럼 생생하게 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여행, 익스트림 스포츠, 전쟁터에서의 죽음의 공포, 뜨거운 사랑의 설렘,
오랜 시간 수련해서 익히는 쿵푸,
심지어 임사체험까지 수천수만가지의 경험은 위스키병에 담겨
진귀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려가고
울프의 사업은 엄청나게 번성한다.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하는 귀한 자양분임은 확실한데,
다른 사람이 한 경험을 사서 느낀다고 그것이 과연 진정한 내 경험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에는 두고두고 생각해볼만한 멋진 문장들이 많이 있어서
천천히 읽을 것을 추천한다.
"우리가 '나' 라고 말할 때의 '나'가 무엇인지,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건
그 무엇보다도 우리 내면의 변화 입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오직 우리가 인식하는 자신과 달라질 기회를
스스로에게 허락할 때, 우리가 정말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히 믿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 정체성 내면의 한 부분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당신은, 어쨌거나 변화를 무척 바라고 있지요."
"머잖아 저 문이 열리면 당신은 떠날 수 있게 될 겁니다. 널빤지 한두 개만 바뀐 채 귀가해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변화에 몸을 던질지 결정해야만 하는 순간이 되겠지요.
청하지는 않았지만, 충고 하나 하겠습니다.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들을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끝내지 마십시오. 당신이 찾는 게 변화라면, 여기 그대로 머무르세요."
"벤 또한 자신만의 주파수로 방송을 하며, 다른 어떤 고래도 쓰지 않는 언어로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우리는 모두 외로운 고래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주파수가 있다."
"행복해지려면 꼭 알아야 할 네 가지가 있어.
......
너를 사랑해야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네가 사랑해야만 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
너는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 네게는 사랑할 능력이 있다는 것."
내가 얻고 싶은 경험, 내가 남기고 싶은 경험들을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경험이 전달된다는 단순한 명제만을 놓고 보면 영화 <더 기버> 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결이 다른 방식으로 내면의 성장을 이끌어주는 힐링도서이기에
잔잔한 울림을 받으며 편안하게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