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글쓰기 -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이고은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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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성의 글쓰기는 읽는데 무던히도 오래 걸린 책이었다. 거진 매일 읽은 듯 나에게 적용되는 부분을 찾으며 내 삶에 대해 다시 생각했고, 내 삶을 어떻게 글로 적고 싶은가가 자꾸 떠올라 다음 단락을 읽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에세이처럼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니라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짧게 요약하자면

첫 번째 장글쓴이와 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고

두 번째 장기자로서 글쓴이의 삶이었고

세 번째 장여자로서 글쓴이의 감정이었고

네 번째 장사회에서 글을 쓰는 이로서의 위치였다.

나에게 이 책이 무엇이었는가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사회의 소수자인 여자로서

내가 어떻게 나의 입장을

설명하는 글을 쓸 것인가

이다.

나는 이때까지 나를 '성비차별주의자'로 나를 정의해 왔다. 속히 말하는 페미니스트 일 수도 있지만, 나를 페미니스트로 규명하기에는 망설여진다.

분명한 사실은 나는 여자이며 사회적 소수자라는 것이다. 바로 어제도 나는 신랑과 내가 얼마나 사회적 소수자, 비기득권층으로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했다.

여자의 성별로,

어려 보이는 얼굴로,

앳된 목소리로,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외지인으로,

왜소한 사람으로,

우울증이 있는 사람으로,

몸이 약한 사람으로,

아이의 엄마로,

소수자로 살아왔는가.

이것들이 왜 '소수'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기득권층이 될 이유는 하등 없지만

그리고 마지막에 결국 이 기득권층은 기득권층을 설명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기득권층에 살아왔는지도 살펴보아야 했다.

이성애자로,

평범한 얼굴로,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영어 사용자로,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건강한 사람으로,

장애가 없는 사람으로,

건강한 아이의 엄마로,

평범한 가정의 자녀로,

얼마나 평범하게 살아왔는가.

나는 이 기득권층으로 기득권에게 나를 설명해야 하며

글을 쓸 때 나의 위치가 아닌 비기득권 측도 이해하고 싶다. 그리고 어떻게 나를 표현하며 상대를 설득할 것인가에 대해서, 여자의 입장에서 알려주는 감사한 책이었다.



끝으로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란,

나를 오롯이 갈아서 글 속에 쏟아붓는,

괴롭고도 기쁜 지적 노동.

이다.

나도 그 기쁜 노동을

조금씩 시작해 보려 한다.



https://blog.naver.com/joyceim/221756809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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