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인의 종합병원 - 환자와 보호자는 무엇으로 고통받는가
신재규 지음 / 생각의힘 / 2021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외국에서 약사로 일하는 아들이 췌장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의 투병생활을 돕기 위해 국내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병원생활을 하며 겪었던 외국과는 다른 국내 병원, 그중에서도 대학병원의 진료 시스템에 대해 좋은 점과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들을 제시해 놓은 책이다.
쉽게 읽힐만도 한 분량이건만 진도가 더디 나갔던 건 나 또한 부모님의 암 진단에서부터 수술, 현재 치료과정까지가 그리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았기에 계속해서 많은 생각이 들수밖에 없었고 그런 와중에도 저자가 느꼈던 국내 병원 시스템의 답답함을 공감하느라 였기도 하다.
건강검진을 통해 의심 소견을 받은 후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의사의 권유로 동네에서는 그래도 인지도가 높은 종합병원에 갔는데 자기네 병원에서도 병리검사는 외부기관에 의뢰하기 때문에 같은 소견일 것이니 대학병원에 가라고 했다.
헛걸음 후 대학병원이 집근처에 있을 경우는 많지 않은만큼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한 마음에 검진센터의 소견서를 준 의사에게 물어보고자 전화를 하니 소견서도 새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사용한건 다시 제출이 안된다고. 그걸 재교부 받으려면 지역간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이 많은 노인이 그걸 받아서 대학병원을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대부분의 연세 많은 분들이 그걸 혼자 잘해낼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애초에 대학병원으로 또는 진단이 가능한 병원으로 가라고 보호자에게라도 정확하게 안내해 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탕친 종합병원에서 진료소견서를 새로 발급받고 다음은 어느 대학병원으로 가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후 치료과정동안의 편의성 때문에 근처의 가장 가깝고도 여러가지 면에서 우수하다 판단된 대학병원으로 가기까지 암이 의심된다는 청천벽력같은 말만으로도 벅찬데 고민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메이저급 병원 몇군데는 대기하는 시간만 두달이라니 안될 것 같았고 또 너무 멀었다.
이 또한 암카페의 정보가 아니었다면 정말 막막했을 부분인데 여러날 카페에서 정보를 얻어 겨우 나아갈 방향을 정할수 있었다.
진단 전까지의 과정만도 저런데 만약 환자의 상태와 맞지 않는 그저 자식된 욕심과 불안으로 유명한 실력 좋은 의사나 시설만을 찾아 가려 했다면 아마 몸과 마음이 더 지치지 않았을까.
증상이 있어서 전문 외과에 다니고 계셨는데도 1년간 암이 발현하기까지 몰랐고 대학병원의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에게 물어보니 초기라 그럴수 있다는 답변에 이해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그때 병원들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고도 남았다.
그래서 앞으로의 치료 과정에서 환자를 가장 위하는 것이 무엇일지가 목표였고 의술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스트레스 받지 않을만한 병원, 의사를 찾았다.
다행히 진단, 수술을 받고 현재 치료중인 병원에 만족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더 지금의 병원이 참 괜찮은 정도구나를 느꼈다.
고가의 장비를 쉬지 않고 돌게 하기 위해 통증으로 겨우 잠든 환자를 새벽에 깨워 촬영하게 한다든가 의사 얼굴 한번 못보고 진단이나 처방을 받아야 한다든가 하는 일들을 겪지 않았기에.
책을 읽으며 국내 병원 시스템의 좋은 점들도 새삼 느낄수 있었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빠른 진료, 저렴한 진료비, 중증 혜택 적용 등. 그러나 저자의 지적대로 분명한 잘못된 부분들은 앞으로 꼭 개선되기를 그래서 국민들이 어떠한 병을 진단 받게 되더라도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 시스템을 갖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