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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카페, 江
낡은키보드 지음 / 마루&마야 / 2016년 11월
평점 :
< 책 소개 >
당신의 기억을 삽니다.
아파서 잊고 싶은 순간의 기억.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
지금 당신을 힘들게 하는 모든 기억을 삽니다.
감정이 허락되지 않은 선택받은 존재, 임령.
의무만으로 채워진 일상에 균열이 생긴 건 한 여자와 시선이 맞닿은 순간.
작은 틈은 커다란 파장을 일으켜 경계를 허문다.
- 규율을 어겼으니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지.
서로를 잊은 채 맞이해야 하는 새로운 인연.
기억은 희석되고 존재는 소멸된다.
"나를 아끼는 마음 그대로 영혼 깊숙이 심어 둘게요."
공허한 약속, 지킬 수 없는 맹세.
'슬픔'의 기억을 모으며 끝까지 그녀를 기다리는 남자.
시공간을 뛰어넘고 운명을 거스르는 사랑 이야기.
"내가 뭐라고 그런 선택을 했어요.
"…너여서."
< 나만의 키워드 >
# 사신, 순정남, 소멸, 기억의 강, 카페, 순애보
< 등장인물 >
# 임령 : 사신, 기억의 카페 주인
-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예원이의 영혼을 회수하기 위해 예원이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지만 예원이와 눈을 마주치면서 그녀의 영혼을 회수하는 대신 그녀의 삶을 더 연장시켜준다.
- 두 세계의 균형을 무너트리고 규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령은 예원이와 함께 했던 날들의 기억을 잃게 되는 벌을 받게 된다.
# 예원 : 령이가 사랑한 여인.
-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으나 령이를 만남으로써 건강이 기적적으로 회복됨.
- 령이를 만날 때 마다 늘 알 수 없는 느낌을 받았던 예원은 그와 비슷한 기운을 가진 겸을 마주하게 되고, 그를 통해서 령이가 어떤 존재인지, 그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된다.
- 자신으로 인해 그가 소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예원은 령이에 대해서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낀다.
< 줄거리 >
한적한 시골 마을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카페 江, 이 카페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짙은 안개와 울창한 나무들에 가려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카페의 찾아오는 손님들 대부분 무언가에 이끌려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억의 카페 강(江) 선반에는 색색깔 이쁜 유리병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유리병은 그 사람의 아프고 슬펐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크면 클수록 그 색깔은 더 짙은 색깔을 나타내고, 행복한 기억일 수록 그 색깔은 아주 옅은 색깔을 나타내었다.
산 속 오두막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령은 사람들의 기억을 사서 조그마한 유리병에 그들의 기억들을 모으고 있었다.
(사람들의 기억을 모으면 모을수록 예원이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또렷하게나마 추억할 수가 있다.)
대게 그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잊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거나, 소중한 사람을 잃은 가슴 아픈 기억들을 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령이에게 말했던 그 사람들의 기억들은 미세한 구슬이 되어 령이가 가지고 있던 유리병에 담기기 시작하고, 그 사람들은 령이에게 말함으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죄책감과 슬픔을 덜어낸 채 편안한 마음으로 카페를 나서곤 하였다.
< 령과 예원이의 이야기 >
생이 얼마남지 않은 예원이의 영혼을 회수하고자 예원이가 입원한 병원에 방문하지만 모든것을 포기한 채 죽을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예원이와 눈을 마주한 령은 그녀의 영혼을 회수하긴 커녕 그녀의 생을 연장시켜 준다. (그녀의 생을 연장시켜줌으로써 령은 규율을 어기게 된다.) 령과 예원이의 모습을 지켜보던 운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령에게 '소멸'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령은 예원이에게 전시회가 끝나면 여행을 가자 말하면서 많이 놀라진 말아야 할텐데. 하며 혼잣말을 내뱉는다. 예원은 자신의 폰에 걸려온 태헌이의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되고, 다급하게 그가 실려간 병원으로 향한다.
예원은 자신이 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있는 장소에 찾아온 령을 보며 놀라고, 령은 다급하게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며 예원이의 손을 잡아끌고 자신의 차로 이동하여 서둘러 출발하려고 했지만 령과 예원이 탄 차 앞으로 겸이 앞을 가로막으면서 다른 누구보다 규율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냐, 어쩐지 운이에게 물어보면 운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쩔쩔맨 이유가 이거였군. 이라고 말하자 령은 운은 아무 잘못도 없다, 어떻게 하고 싶은거냐고 묻자 겸은 내가 어떻게 할지는 두고보면 알게 되겠지, 기대해. 라고 대답한 채 서둘러 사라졌다.
예원은 령과 겸의 모습을 바라본 후 무슨일이냐고 묻지만 령은 여행가서 말해줄테니 지금은 묻지 말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예원은 내려달라,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오빠랑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이 날 죽일 것처럼 으르렁 거리며 쳐다봤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기던지 감당할 자신이 있다. 날 온실 속 화초처럼 여기지 말아라. 그리고 시간이 필요한 이유가 나 때문이 아니라 오빠 때문이라는 결론이 생기면 자신을 찾아오라 한다.
예원은 령이에게 느꼈던 기운이 느껴진 곳으로 돌아보자 그 곳엔 겸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겸은 예원이에게 령이에 대해 알고있는 것이 있냐고 묻지만 예원은 령이에 대해 아는것이 없어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겸은 령이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너희들에게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고 말한다. 겸은 예원이에게 령이가 하는 짓이 무엇인지, 그의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알려주고, 예원이에게 너는 원래 죽었어야 했던 존재인데 령이로 인해 삶을 연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겸과 함께 있는 예원이의 존재를 본 록은 그녀의 육체에서 그녀의 영혼을 빼내어 그녀를 기억의 강으로 데리고 간다.
겸은 령이에게 너가 나에게 했던 짓을 고스란히 돌려주었을 뿐이다. 지금 가도 어차피 늦었다. 록이 이미 그녀를 데리고 갔다. 라고 말하자 령은 예원이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록과 예원이 기억의 강으로 건너기 직전 운이 나타나 예원이를 령이에게 보내주며, 령과 만난 예원은 오빠가 아니었으면 난 살아있을 수 없었다. 자신을 사랑해줘서 고맙다. 나를 아끼는 마음 그대로 영혼 깊숙이 심어두겠다.라며 고마움을 표현하며 조금씩 사라져갔다. 또한 령이 규율을 어기는 것을 알고있으면서도 알리지 않고 침묵하고 있던 운은 사신의 직책을 박탈되고 그 벌로 인간으로 환생하게 된다. 겸은 규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소멸을 하게 되고, 겸과 마찬가지로 규율을 범한 령은 소멸 당하는 대신 예원이와 함께했던 날들을 차츰 차츰 잊게 되는 벌을 받게 된다.
< 이야기의 포인트 >
# - 생이 얼마남지 않은 예원이의 영혼을 회수해야 하지만 예원이의 영혼을 회수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생을 연장시킴으로써 두 세계의 균형을 무너트리는 규율을 저지르게 됨.
# - 규율을 어긴대가로 하루하루 예원이와 함께했던 날들에 대한 기억을 잃고 있던 령은 아프고, 잊고 싶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의 기억을 유리병에 모음으로써 예원이와 함께 했던 날들을 조금이나마 추억할 수 있게 됨.
# - '사신'이란 감정을 가져서도, 느껴서도 안되는 직책이건만 령은 예원이에게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자신의 소멸을 담보로 그녀의 삶을 하루하루 연장을 시키게 됨.
# - 예원은 겸을 통하여 자신이 어떻게 삶을 이어올 수 있었는지 깨닫게 되며, 예원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록이라는 남자에게 이끌려 기억의 강을 건너게 됨.
< 감상평 >
여태껏 많은 소설들을 읽어봤지만 사람들의 슬프고 괴로웠던 기억을 유리병에 수집하여 사랑하는 여자와의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본다는게 굉장히 신선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 읽을 수록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쓰실 생각을 하셨을까 싶었고, 다 읽고 난 후에는 후기를 읽으면서 사람이란 주어진 삶, 환경에 맞춰 기계적으로 살아가는게 아니라 살아가는 때때로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작가님은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령이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고 예원이의 생을 연장시키는 선택을 했듯, 자신이 령이의 도움으로 인해 생을 연장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기억의 강으로 들어가는 선택을 예원이가 했듯, 령이가 규율을 어기는 것을 알면서도 묵묵히 지켜보며 말하지 않고 령이의 선택을 존중하며 지켜주었던 운이가 방관했다는 대가로 인간으로 환생하는 벌이 내려졌음에도 그 벌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였듯 사람이란 존재는 기쁘던 슬프던 어떠한 순간에도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시련이 온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서 많은 독자분들에게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다른 삶을 살고, 자신을 잊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그리워하며, 그녀의 삶을 흔들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령이를 보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라던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게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면서 령이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슴 속에 잠자고 있던 령이의 향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 후에는 령이를 떠올리는 예원이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이 뭔지, 깊이 사랑을 하면 어떠한 난관이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배울수가 있었다.
또한 낡은키보드 작가님의 소설은 접할때마다 그 분위기가 자주 바뀐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어쩔땐 달달한 로코물인 것 같다가도 가끔은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분위기의 소설이 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진지하면서도 교훈을 주고자 하는 소설이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작가님은 매번 소설을 통해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계시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 소설마다 새로운 변신을 한다는게 쉽지만은 않은데 작가님은 어떤 식의 어떤 방법으로 늘 새롭게 시도하고 계신걸까. 싶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존경심이 들었고, 나도 나중에는 작가님처럼 여러가지를 도전해보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쓰는 소설마다 새로운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그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작가님들의 소설을 접해보고 한다면 나도 나중에는 작가님처럼 훌륭한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 또 이번 소설을 통해서 앞으로 작가님의 작품을 더 많이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이후에 출간될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이 소설은 낡은키보드 작가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