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썸머 : 훼손된 계절
탐나 지음 / 다향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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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키워드 >
: 현대물, 첫사랑, 재회물, 절륜남, 연하남, 수영선수, 직진남, 존댓말남, 철벽녀

< 주인공 소개 >

★ 고해찬(21-28) : 수영선수
- 전 세계를 재패한 국가대표 수영선수이자 전속 모델. 어머니의 유전자를 타고나 훤칠한 외모와 운동쪽에 재능이 뛰어나다. 아버지의 회사가 망하면서부터 아버지의 폭력이 시작된다. 불행함 속에서도 어머니와 있다면 좋았고,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거면 만족스러웠다. 좋아하는 운동을 찾았고 더 열심히 노력했지만 췌장암으로 어머니를 떠나보낸다.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던 도희를 눈여겨 보게 되고, 점차 그녀와 가까워지지만 갑자기 잠적해버린 그녀를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 백도희(24-31) : 대리
- 아웃도어 기업 < 익스페디션 > 마케팅 부서 대리. 그녀의 부모님은 도희가 중학생일 때 이혼. 6살 때 발레에 두각을 드러냈던 여동생은 집안에 웃음을 가져다주는 존재였으나 15살 때 갑작스레 여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병상에 누워있은지 5년, 엄마를 도와 보탬이 되고자 했지만 그 마저도 힘겹다. 누구보다 유일한 쉼터가 되어주었던 해찬이를 태준이로 부터 지키기 위해 그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7년 후 모델과 담당자로서 재회한다.

★ 기태준 : 삼진그룹 상무
- 도희의 대학교 3년 같은 과 선배이자 삼진그룹의 셋째아들. 그의 어머니는 현재 조현병을 앓고 있으며 새 어머니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도희를 이용하려 들고, 점차 그녀에게 진심이 되어 간다.

< 감상평 >

도희에게 해찬의 존재는 싫어했던 계절을 좋아하게 만들고, 잃었던 열정을 바라게 하고, 원한 적 없는 꿈을 꾸게 만들었던 존재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뜨거운 사랑을 했던 두 사람이였지만 그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해찬을 지키기 위해서 했던 잠적이였지만, 그 잠적은 해찬과 도희에게 상처가 되는 시간이였고, 두 사람의 오랜 이별을 뜻함이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영선수로서 이름을 알리던 해찬. 도희와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던 그는 도희에게 조금씩 빠져들지만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되어가던 도희가 갑자기 잠적하게 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자신이 여기 있음을 알리려고 애쓰는 해찬이가 대단했고, 서로에게 태양이자 세상이였던 만큼 그녀가 없던 해찬이의 세상은 지옥같이 힘겨운 나날이 아니였을까.

서로의 상처에 대한 동질감을 잘 알기에 누구보다 더욱 깊은 인연으로 묶일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 동생만큼이나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고, 받고 싶었던 도희였지만 너는 멀쩡하잖아. 너는 건강하잖아. 넌 내 아픈 손이 아니잖아 하며 번번히 뒤로 밀리기 바빴던 도희. 한 번쯤 그녀에게도 다정한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었더라면 엄마의 품에서 응석도 부리고,애교도 부리는 도희의 모습도. 좋지 못한 환경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행복하게 지내는 도희의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모든 걸 외면하고, 버리고 싶을 만큼 괴로우면서도 놓지 못하고 아등바등 견뎌내며 버티려는 도희가 대견하면서도 또 사람들에 의해 상처를 받고, 짓밟힐까봐 사람들의 바란 적 없는 친절과 호의에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그녀가 안타까웠다. 얼마나 많은 상처를 겪었기에 사람들의 친절 마저도 반기지 않게 되었을까 싶어서 더욱 해찬이의 다가옴과 그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였으면 했고, 그의 곁에서 조금씩이라도 웃으면서 힘든 일상을 잠시 잊고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도희의 행복한 시간도 얼마가지 못했고, 태준이의 계략으로 인해 자신의 세상이자 태양이었던 해찬이를 자신의 손으로 놓아버리고,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자신으로 인해 그의 앞길이 막히는 건 싫었고, 짐이 되고 싶지도 않았던. 좋은 기회를 그가 손에 잡아 그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를 위해 그의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감췄던 도희. 그녀가 어떤 생각, 어떠한 심정으로 해찬이의 곁을 떠난지를 알기에 두 사람의 짧은 행복이자 긴 이별이 너무나도 먹먹했다.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도희에게 같은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어렸을 적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는 부분에서. 나도 가족들과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낯선 사람에 의해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적이 있었다. 난데없이 내 머리를 물 속에 쳐박았을 때 나는 너무 무서웠고 두려웠다.  그 사람에게 사과는 듣지 못했고, 고의가 아닌 자신의 지인인줄 알고 하려는 장난이였다는 뿐이였다지만 나는 그 시간이 너무 끔찍했고,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상처였다.
그 사람은 기억하고 있을까?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취했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겐 잊을 수 없는 공포라는 걸.

문득 상처에 대한 부분을 거론하다보니 태준이가 떠올랐다. 도희에겐 태준이가 그러한 존재이지 않을까 하는, 자신이 이루고 싶은 바를 위해 그녀를 자신의 손에 쥐고 이기적이게 행동하던 그. 도희의 감정과 생각은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볼일만 보면 끝이라는 듯 그녀를 몰아붙였던 그. 실컷 도희를 괴롭히고, 상처주기 바빴으면서 나중에서야 도희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태준이의 말에 실소가 터지면서도 그 말로 자신이 해왔던 행동에 정당성이 부여되고, 용서가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싶었다.

태준이가 해왔던 옳은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가 살아온 인생이 평탄한 인생이 아니였기에, 그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의 현실이. 모든 것이 서투를 수밖에 없던 그의 마음도 이해가 되어서 태준이만을 탓할 수가 없었다. 그가 얻고자 하는 바에 얽혀있는 사람이 그녀였기에 그녀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솔직하게 말을 하고 그녀를 도와주며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악역을 자처하며 잘못된 형식으로 그녀를 도와주고 자신의 복수도 하려했던 태준이가 눈에 밟혔다.

7년이라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오기에 수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잃어가며 많은 고생들을 감내하며 버텨와야 했을지를 생각하면 안쓰러우면서도 그들의 지나왔을 시간이 너무 기특했고, 먼 길을 돌아 가까워졌음에도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간직해온 그들의 마음이 어여뻤다. 자신을 버리고 가버렸던 도희를 원망하면서도 오랜 시간 그리워하고, 어떠한 이유가 있을거라며 그녀를 묵묵히 기다리며 믿었던 해찬. 누구보다 그가 잘되길 바라며 자신 혼자 모든 걸 감당하려 했던 도희. 그들의 사랑은 깊고, 무척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보다도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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