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의 털 사계절 1318 문고 50
김해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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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면서 과연 어떤 털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은밀한 털을 상상하며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가 가끔 미용실에서 컷을 잘못하는 미용사를 만났을 때 다시 미용실에 가기까지 내내 불만을 토로했었던 그 머리털이었다. 그렇다. 연세가 되신 어머니도 머리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면 온갖 짜증을 내신다. 그런데 한참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에게 앉으나 서나 공부생각만 하라며 채찍질한다고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을 공부로 머릿속을 채우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나또한 그랬다. 소위 모범생으로 주인공 일호만큼 선생님의 신임이 두터웠지만 나 역시 여고생시절 방학기간에는 살짝 웨이브 펌을 하고 다녔다. 그때는 그게 예쁘다고 생각 했다. 그 후 방학이 끝나면 펌 부분을 다 잘라내지만 약간 남아 있던 곱슬거림은 여지없이 교문 앞 선도부에게 걸렸던 기억이 있다. 그럴 때 내 대답은 ‘원래 곱슬머리예요’였다. 그러면 그 선도부는 물을 뿌려보자고 한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여고시절 여름 방학 때 내가 내 머리털에 저질렀던 일이 떠올랐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두발자유라는 것이 머리에 온갖 짓을 다 해도 무방하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온갖 짓을 하는 것도 할 수 있는 나이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한다. 나이 오십 줄에 머리 뒤를 별모양으로 하고 다니기에는 본인 자신이 민망할 테니까 말이다.

학업과 진학 스트레스로 점점 숨통이 막혀가는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나마 이 책이 위안과 위로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며 두발 규제는 완화 및 자유롭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글쓴이의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필력에 감탄하며 단숨에 글을 읽어 내려갔다. 청소년의 우정, 학교생활, 가정사 등에서의 모든 관계를 잘 그려낸 청소년 소설이다.

이발에 대한 역사도 중간 중간 들어가서 재미있었으며 읽는 동안 그 다음 장면에 대해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사람들과의 관계와 사건의 해결점에 대해서 궁금증을 유발하였고 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그 궁금증을 해결해줘 읽는 맛이 절로 났던 작품이었다.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 표지를 보면서 표지가 너무 단순하지 않은가? 어쩌면 유치하기까지 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표지에 그려진 열일곱 살의 청소년은 정겹고 다정해보였다. 왜 열과 일과 의라는 단어에 별모양을 그렸을까? 정말 유치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학생들 뒷머리를 별모양으로 만든 부분을 표현한 것으로 보여 참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끝으로 작가가 자주 쓰는 문장 중에 빙긋이 웃었다는 문장을 떠올리며 나도 빙긋이 웃으며 마지막 장을 덮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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