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 - 뇌과학과 심리 실험으로 알아보는 남녀의 근본적 차이
바다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남녀 탐구생활에서 다룬 소재 중 인기가 특히 좋았다는 게 ‘남녀가 방귀를 트는 순간’이었다죠. 방귀를 언제 트느냐도 중요하겠습니다만, 더 궁금한 건 방귀를 트는 문제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인데요. ‘왜’의 문제를 파고들려면 겉으로 보이는 현상만 핥고 있을 순 없겠지요. 만날 그 맛이 그 맛일 테니까요.

남녀의 뇌 구조 차이는 남녀의 맛 차이를 뿌리부터 캐고 드는 유력한 출발점일 수 있지요.

영화 허트로커에 나오는 폭탄 제거 전문가는 지금까지 873개의 폭탄을 해체했다는 건 기억하지만, 자기 아들까지 낳은 여자랑 자기는 이젠 끝났는데 그 여자는 왜 우리가 지금도 하나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지요. 폭탄을 다룰 때는 동료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이 남자는 인간들보다 폭탄과 더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지요. 폭탄은 남자가 매력을 느끼기 충분한 시스템이지요. 이 남자가 소속된 군대도 물론 시스템이고요.

남자의 뇌는 체계화systemizing에 더 능하고, 여자의 뇌는 공감empathizing에 더 적합하다는 게 이 책의 논지입니다. 이런 차이는 태어날 때부터, 아니 엄마 뱃속에서부터 생긴다는군요. 사내아이에게 총이며 로보트를 사 주고, 계집아이에게 인형을 사 주는 등 문화적인 요소는 이러한 근원적인 차이로 인한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여자애한테 총을 쥐어 주어도 대부분의 여자애들은 총을 버리고 인형을 껴안는다고 하니까요.] 과학자, 수학자들이 대개 남자인 이유, 여자가 통역사를 많이 하는 이유, 연쇄살인범 중에 여자가 거의 없는 이유가 딱딱 맞아 떨어지지요. [CSI 같은 범죄수사극에 여자 serial killer가 종종 등장하는 건 남자 살인마가 너무 식상하니까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냈을 뿐,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입니다. 그리섬 반장도 인정했지요.]

매춘부를 사는 남자에 비해 매춘부[夫]를 사는 여자가 적은 이유도 체계와 공감의 이분법으로 설명 가능할 듯합니다. 사랑 없이 오로지 몸뚱이만 탐하는 것은 인체의 시스템과 얽힌 행위이지요. 남자는 sexual intercourse 자체에 집착하지만, 여자는 전희와 후희를 중시하는 건 그녀들이 공감의 동물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자폐증이 극단적인 남성 뇌의 현상이라는군요. 자폐 스펙트럼 지수 테스트를 해 보니 저는 자폐아까지는 아니고 평균 이상으로 나오네요. 저 자신이 생각했던 저의 성향과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자폐증이면서도 자신의 장기에 집중한 일류 수학자처럼 한 분야를 특화하는 게 나을지, 지금부터라도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익히는 게 나을지요. 이 책의 결론으로는 둘 다 하는 게 가장 좋다는군요.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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