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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평점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이 책의 부제다.
어떠한 현상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먼저 구조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구조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그 기원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선출된 권력'인 반면,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어서 그 정당성이 늘 문제다. 우리나라엣는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에 대한 시민 일반의 전통적인 존중이 사법부뿐만 아니라 법조계 전체의 정당성 확보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_프롤로그 29p
이 책은 그러한 '권력'의 탄생과, 그 과정에서 비롯된 필연적 구멍에 대해 조명하며 시작한다. 애국와 친일의 혼재, 독립과 탄압의 혼란,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시대'에 대한 서술.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 김두식이 '학자라기보다는 탐정에 가까운' 자세로 집필한 신간 <법률가들>은 그러한 지식을 방대하게, 그러나 결코 어렵지 않게 전달한다.
'진보'로 불리는 이들도 결국은 자유주의자 수준의 보수세력에 불과한 사회. 저자는 이 사회의 모습을 '좌익과 중도가 사라진 상황이 만들어낸 일종의 착시현상'이라 일컫는다. 법조계도 다르지 않다. 그 근본적인 한계는 과연 어떻게 작용하게 되는가. 그것은 사회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대한민국 법조계를 뒤흔들어놓았던 큼지막한 사건들과 독자들에게는 비교적 생경할, 그러나 빼놓고서는 이야기를 진행할 수 없는 수많은 '법률가들'의 이름. 저자의 집요한 시선 끝에서 그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지금 이 시대'로 모여든다.
잊혀진 이름들과 그 누구도 들춰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다시 쓰이고 덧붙여져 역사 저편 뒤로 밀려나 있었던 진실된 이야기들을 저자 김두식은 망설이지 않고 수면 위로 올려놓는다.
1부에서 3부에서는 부제에 충실한 이야기, 즉 대한민국 법조계의 탄생과 기원에 대해 이야기 한다. 4부와 5부에서는 그 세계를 뒤흔들어놓았던 사건들을 면밀히 살피며 이후 6부와 7부에 이르러서는 다시 그들 '법률가들'의 이야기와 '이법회' 이면의 이야기로 대장정을 막을 내린다.
대단한 사명감이 아니라면 결코 완성할 수 없는 책이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 읽고 함께 공부했던 『불편해도 괜찮아』에서 저자 김두식이 보여주었던 한 가지 현상에 대한 끈질긴 시선은 『법률가들』에서도 계속된다. 단순히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기원의 기원의 기원을 파고들며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놓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책 한 권으로 이렇듯 방대한 전문 지식을 만나는 일은 영광 그 자체다. 그것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매력 아닐까. 강의를 듣는 자세로, 영화를 보는 심정으로 읽었다. 모두에게 필요한, 특히 이 시점에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