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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얘, 내 옆에 앉아
연필시 동인 / 푸른책들 / 2023년 5월
평점 :
얘, 내 옆에 앉아! / 연필시 동시집 - 푸른책들

전 아이들이랑 책읽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고르거나, 제가 읽어주고싶은 책을 골라 함께 읽고 있습니다.
둘째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림책 위주로 읽고 있는데 가끔 한결이가 동시가 읽고싶다고 할 때가 있어요.
저희집 첫째는 동시를 참 좋아합니다.
글이 많으면 일단 부담을 느끼는 한결이에게 동시를 자주 보여주고 들려주고하다보니 동시를 좋아하게 됐죠.
제일 처음 동시를 읽어줬을 때 반응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이게 끝이야? 이 다음은? 왜 이렇게 이야기가 짧아요?"
스토리가 있는 책을 늘상 읽다가 짧은 내용의 동시가 낯설었던 거죠.
주인공이 누구인지, 이 내용은 뭘 말하고 싶은지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으니 이해하기가 힘들었나봐요.
그래서 아 동시는 조금 이른가.. 싶었는데 몇일 지나니 갑자기
"하마 같이 읽고싶어요!" 하면서 동시가 들어있는 책을 가지고 왔어요.
그날부터 가끔 동시를 읽게 됐는데 처음과는 다르게 한결이가 이제 동시의 즐거움을 알아서
동시가 말하고 있는 의미를 찾아내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부분에서는 같이 한바탕 웃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같이 동시를 읽다보니 어른인 제가 읽어도 어린감성이 묻어나와 기분이 참 좋더라구요.

1부 기분 좋은 덧셈
2부 망설이는 빗방울
3부 웃는 아이의 앞니를 노래함
4부 행복한 일
이렇게 4부로 나뉘어 총 5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연필시 동인은 아이들을 위한 종은 동시를 쓰자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라고 해요.
첫째아이는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올 초에 한글을 뗐습니다.
처음에는 더듬더듬하더니 이제는 문장을 술술 곧잘 읽어 내려가요.
처음에 동시집의 목록을 찬찬히 보라고 한 후에, 읽고 싶은 동시를 물어봤습니다.
이 맘 때 아이들은 원래 떡볶이에 관심이 많을까요?
이상하게 저희집 아이들은 떡볶이에 그렇게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거 무조건 읽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제 예상대로 3부의 <떡볶이>를 제일 먼저 고르는 아이.
아직 글을 모르는 둘째를 위해 제가 읽어주었죠.
아이들은 동시를 들은 후에 쫑알쫑알 이야기를 꺼냈어요.
"나는 빨개서 싫어. 이거 호떡인가봐 난 이거 좋아해"
"아니야. 이건 얘가 다 먹은 그릇이야. 조금 있으면 초등학생 형님이 되니까 난 이런거 다 먹을 수 있어"
아이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에 저의 옛 추억도 갑자기 떠올랐어요.
중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옹기종기 분식집 앞에 서서 떡볶이를 먹었던 기억.
물떡을 먼저 먹고 나서 떡볶이를 먹었는데, 맵다맵다하면서 서로 물을 찾아가며 맛나게 먹었던 그 시간.
그 때는 일상처럼 가볍게 보내던 시간들이 지금은 너무나 그리운 추억이 되어 있습니다.
저희집에 있는 이 작은 아이들도 언젠가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겠죠.
행복한 추억으로 남게 될 시간을 많이많이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낙서해도 돼!>라는 동시는 제가 마음에 들어서 아이들에게 읽어줬어요.
담벼락에 낙서를 하다가 어른에게 잡혀버린 아이.
그림 속의 아이가 외롭지않게 이것저것 그려준거래요.
괜찮다며 아이를 보듬어주는 어른의 모습.
짧은 문장 속에서 아이의 마음을 진정 이해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른들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면 사실 아이들의 동심을 깊이 이해해내기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낙서'라고 하는 포인트에만 치우치게 되면 호되게 나무랄텐데
그 내면에 있는 아이의 따스한 마음을 깨닫게 되면 어른들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아이는 분명 지금은 느끼지못하지만, 커갈수록 할아버지의 따뜻한 배려를 떠올리게 되겠죠?
어쩌면 이런 배려가 또 다른 아이에게 전달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돌다리, 코, 웃는 아이의 앞니를 노래함.. 등등
<얘, 내 옆에 앉아!> 연필시 동시집은 다양한 주제를 아이들 시선에서 생각하고, 또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동시를 즐기며 짧은 문장 안에 내포하고 있는 수많은 의미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시에 내포된 의미를 해석할 때 모두가 똑같을 수가 없기 때문에
타인의 생각을 들어가며 그 의견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연습도 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이 동시집은 20여 년의 세월 속에서 스테디셀러가 되었다니, 아주 유명한 시집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시, 마음껏 즐기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푸른책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