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리온, 날다 - 158년 동안의 그리움
공지희 지음, 신진호 그림 / 한림출판사 / 2023년 4월
평점 :

마리온, 날다
저자 - 공지희
출판 - 한림출판사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다보면 생각치못한 감동을 선사받을 때가 있어요.
행복한 장면을 보면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저절로 저도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아이들 그림책이라고해서 늘 행복한 스토리만 있는 건 아니예요.
슬픈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다보면 가끔 어른들이 읽는 책보다도 더 깊은 슬픔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최근 아이들과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나도 아파왔던 책.
< 마리온, 날다 >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어요.
< 마리온, 날다 >는 1918년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진 세이셸 코끼리거북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그림책이라그런지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어요.

세이셸 공화국에 살고 있는 코끼리거북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거북은 다른 여느 가족과 다름없이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어요.
청년이 되었을 즈음, 사람들이 세이셸 섬을 덮쳐 많은 거북을 괴롭히죠.
이 주인공 마리온은 배에 실려 어딘가로 향하게 됩니다.
군인들의 애완동물이 되어 '마리온'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코끼리거북.
너무도 외로웠죠. 정말 기나긴 시간을 홀로 보내야 했어요.
많은 사람이 자신 곁을 떠나 죽어가는동안 마리온은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합니다.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거북목 코끼리거북과 셰이셸 코끼리거북'
150살은 훌쩍 넘은 마리온을 사람들은 이렇게 설명했어요.
150살이라니.
둘째는 150이라는 수의 개념을 아직 잘 몰라서 반응이 없었는데
첫째아이는 마리온의 나이를 알고서
"완전완전완전 할아버지 거북이네. 사람도 이렇게 오래 살 수도 있어요?"라고 질문을 해왔어요.
"아니, 사람은 이렇게 오래 못살아. 그래서 마리온도 곁에 있는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낸거래. 거북이는 오래 살 수 있지" 대답해줬더니
"마리온 가족은 전부 거북이니까 아직 다 살아있겠네. 빨리 만나면 좋겠어요 죽기전에 "
아이들도 가족의 품안이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아요.
죽기 전에 얼른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하는거보니 울타리에 갇혀만 있는 마리온이 가여웠나봐요.

이백 살을 축하하는 기념파티도 열립니다. 하지만 마리온을 이런 걸 원한 게 아닐거예요.
오로지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마리온은 계속해서 울타리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잡혀버리고 맙니다.
무려 32번이나 탈출을 시도하는 마리온.
33번째의 시도 끝에 울타리를 벗어나 벅찬 마음으로 바다 쪽으로 걸음을 움직여요.
한참을 걷습니다. 느린 걸음으로 열심히 뛰기도 하면서요.
바다 끝을 향했더니 마리온의 고향, 작은 섬 세이셸을 보고서 마리온은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기어코 사람들과 헬기가 마리온을 잡으려고 쫓아옵니다.
마리온은 자신의 고향 세이셸을 바라보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책을 다 읽고나니 무거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평화로움 속에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멸종 동물들은 희귀하기에 더욱 더 사람들이 욕심을 내기도 합니다.
코끼리거북 마리온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158년동안의 그리움. 그 깊은 슬픔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화려한 사람들 그림에 비해 코끼리거북은 계속 늙어가는게 보여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끊임없이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갈망하는 마리온.
그리고 그 갈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소유물로 생각하고 대하는 사람들.
생명은 모두 존엄하기에 함부로 대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이기심에 많은 생명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마리온도 그렇지만 갑자기 사라진 마리온을 그리워하는 가족을 생각해도 마찬가지예요.
자식을 그리워하는 부모와 부모를 그리워하는 자식.
책을 읽어가는 동안 아이들도 제 감정을 느꼈는지
아이들이 "엄마, 슬퍼요? 거북이가 가족을 못 만나서요?"라고 하는데
맞아요, 가족을 못 만나 그리워만 하는 그 긴 세월,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구요.
사람들의 이기심에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 < 마리온, 날다 >
아이들과 꼭 같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동물들을 소중하게 대해야겠다는 마음을 함께 느끼실 수 있을거예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