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 어느 포로수용소에서의 프루스트 강의
유제프 차프스키 지음, 류재화 옮김 / 밤의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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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문을 읽으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꼭 완독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극한의 상황에서 저자는 수많은 책 중에 특별히 이 책을 떠올렸으며, 어떻게 기억에만 의존한 채 이토록 수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모국어로 된 훌륭한 책들도 있었을텐데...

저자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내용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프루스트와 그 시대의 예술적 배경에 대해서도 충실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 지식의 깊이와 '정신의 힘'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번역본을 정성들여 출판해 준 풍월당에 감사드리고싶다.

------인상깊은 구절

<서문> 중에서

프루스트에 관한 이 에세이는 1940~1941년 겨울 그랴조베츠 포로수용소에서, 우리가 식당으로 쓰던 어느 수도원의 차가운 방에서 구술된 것이다.
.....
내가 프루스트의 책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1939년 9월 이전이었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프루스트의 작품에 대한 기억뿐이어서 어떻게든 그것을 정확하게 떠올려 보려고 정말로 많은 애를 썼다. 사실 이것은 문학 에세이가 아니다. 내 인생에 언제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싶은 책, 내가 정말 많은 빚을 진 어느 작품에 대한 추억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
이를 통해 우리는 당시 우리의 현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던 ‘정신’의 세계를 생각하고 그것에 반응할 수 있었다.
그 큰 옛 수도원의 식당에서 보낸 시간들은 온통 장밋빛이었다. 이 기묘한 ‘교외수업’은, 영영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느끼던 우리에게 다시금 세상 사는 기쁨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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