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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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아치는 결말을 따라가며 책을 덮었지만,
남는 건 찜찜함.

사체의 정체, 최후 악인의 의도(스포 방지를 위해 이름은 생략)는 결국 설명되지 않고, 여러 미스터리는 열린 채로 남아 있다. 이 산만한 듯 겹겹이 쌓인 이야기의 진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잊혀졌던 창경궁 온실을 기억하자는 뜻?
(일본인이 지은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였다.)

창경궁이 창경원이던 시절엔, 원숭이도 살고 케이블카도 있었고, 온실도 있어단걸 기억하자?
(나약하다는 순종도 국민들을 위해 창경원 개방을 호령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그래서 뭐 어쩌라구? 국민들이 원숭이 보러 창경원 오던 시절은 해피한 과거였다고 말하고 싶은거임?)

꽁꽁 묻어둔 십대 시절의 상처도, 대온실처럼 바닥까지 파헤쳐야 치유된다는 은유?

(바닥을 파헤치고 할머니의 유언이 뒤짚힐수도 있게됐다?)

악인은 결국 벌받는다는 교훈? (리사처럼? 근데 십대 시절 그상처가 그렇게까지 꽁해있을 일인가 싶기도 하고?;;-쓰고도 이거 나 너무 아줌마스럽다-)

잔류 일본인의 비극을 기억하자는 제안?
그렇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불편했던 건,

온실을 지은 일본인의 일대기를 굳이 기록하는 것이었고, 하숙집 할머니의 비극이 '잔류 일본인' 때문이라는 설정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해방 후 ‘잔류 일본인’의 비극까지 품을 만큼 아량이 넓어진 걸까?

아직도 식민지 시대의 상처를 다 헤아리지 못한 마당에, 일본인의 비극까지 어루만져줘야 하나?
거기에 한국인이 일본인을 괴롭히는 설정까지 나오니, 순간 “저자는 혹시 친일파인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

(아니아니, 근데 그 뼈의 정체는 모야?

파헸쳤으면 답을 줘야지, 뭐 얘기하다 말어?

원숭이 소녀이야기는 대체 왜 나온거야?

친구딸의 친구 이야기는 굳이 왜 했어야했나?

첫사랑 로맨스까지 넣은 건 과욕이지 않았나?

동생은 어떻게 살아남은건가?

그래서 일본인 건축가를 기억하자건가?(대체 왜?))

이거 속편 나오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여 페이지를 단숨에 넘길 만큼 가독성은 좋았고, 재미도 있었다.창경궁의 옛 건축물 구조를 하나하나 설명한 글들을 보며 저자가 참 공부를 많이 했겠구나 라는 감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진 평론가가 이 책을 2024년 최고의 소설이라 극찬한 건… 정말로 이해가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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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는 안 될 것 같을 때마다 책을 읽는다. 엄청 자주 읽는다는 얘기다. 그러고 나면 나는 미세하게 새로워진다. 긴 산책을 갔다가 돌아왔을 때처럼, 현미경에 처음 눈을 댔을 때처럼,
낯선 나라의 결혼식을 구경했을 때처럼, 어제의 철새와 오늘의 철새가 어떻게 다르게 울며 지나갔는지 알아차릴 때처럼,
커다란 창피를 당했을 때처럼,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처럼, 나는 사랑을 배우고 책을 읽으며 매일 조금씩 다시 태어난다. 내일도 모레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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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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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거나 ( 잘림을 당하거나)

싸우거나

버텨야만하는..

현재 한국 노동사회의 그늘진 풍경들을 르포식으로 써내려간 그의 작품들은..

어쩌면 기자 출신으로서의 그의 경험들이 최고 발휘된 책이지 않나싶게 리얼하고도 입체적이다.


잘리는 알바생은 무조건 순진하거나 착해빠진 희생양이 아니라 오히려 뒷목잡게도 한다. 그러니 비정규직 알바생들은 무조건 약자이고 무조건 보호받아야 한다는이분법적 논리는 사실 권선징악 주제의 동화처럼 현실과는 거리가 멀수도 있다. 이건 겪어본 이들만 알 수있는 체험형 현실인지라 이걸 능수능란하게 글로 녹여낸 작가의 경력과 연륜에 박수를 보내고싶다.

사실 이런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다루는 소설들은 많지만, 이 책이 그런 다른 책들과의 차이점이자, ( 내가 느끼는) 장강명 작가의 장점이라면

울컥하지도 않고 감정적이지도 않게,

거리를 둔 채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며 담담함을 유지하는 문체 스타일이다.

같은 글이라도 문체에 따라 그 작품의 풍경은 질질짜는 신파가 되기도 하고,
품위있는 리얼 다큐가 되기도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작가가 자신의 감상으로 독자를 끌어오는게 아니라, 독자 스스로 감상의 판단을 내릴 여유를 허락하는 것, 이 진짜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기에, 신문 칼럼같이 건조하고도 지적인 글, 그리고 좀 '덜 감성적'인 남성 작가의 글들이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문체 스타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이 분의 르포 형식의 글에서 느껴지는 기자의 향기?를 좋아하나보다.


다 읽고나니 '산 자'들이라는 제목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하루하루 피말리는 전쟁터 속, 싸우고 버티고 자르기에서 살아낸 이들. 삶은 정말 이렇게 치열한가. 작가의 촌철살인 문구들이 더 리얼해서 가슴이 빡빡해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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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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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거나 ( 잘림을 당하거나)

싸우거나

버텨야만하는..

현재 한국 노동사회의 그늘진 풍경들을 르포식으로 써내려간 그의 작품들은..

어쩌면 기자 출신으로서의 그의 경험들이 최고 발휘된 책이지 않나싶게 리얼하고도 입체적이다.


잘리는 알바생은 무조건 순진하거나 착해빠진 희생양이 아니라 오히려 뒷목잡게도 한다. 그러니 비정규직 알바생들은 무조건 약자이고 무조건 보호받아야 한다는이분법적 논리는 사실 권선징악 주제의 동화처럼 현실과는 거리가 멀수도 있다. 이건 겪어본 이들만 알 수있는 체험형 현실인지라 이걸 능수능란하게 글로 녹여낸 작가의 경력과 연륜에 박수를 보내고싶다.

사실 이런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다루는 소설들은 많지만, 이 책이 그런 다른 책들과의 차이점이자, ( 내가 느끼는) 장강명 작가의 장점이라면

울컥하지도 않고 감정적이지도 않게,

거리를 둔 채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며 담담함을 유지하는 문체 스타일이다.

같은 글이라도 문체에 따라 그 작품의 풍경은 질질짜는 신파가 되기도 하고,
품위있는 리얼 다큐가 되기도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작가가 자신의 감상으로 독자를 끌어오는게 아니라, 독자 스스로 감상의 판단을 내릴 여유를 허락하는 것, 이 진짜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기에, 신문 칼럼같이 건조하고도 지적인 글, 그리고 좀 '덜 감성적'인 남성 작가의 글들이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문체 스타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이 분의 르포 형식의 글에서 느껴지는 기자의 향기?를 좋아하나보다.


다 읽고나니 '산 자'들이라는 제목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하루하루 피말리는 전쟁터 속, 싸우고 버티고 자르기에서 살아낸 이들. 삶은 정말 이렇게 치열한가. 작가의 촌철살인 문구들이 더 리얼해서 가슴이 빡빡해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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