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산 - 똑같은 산, 똑같은 사람
최태영 지음 / 좋은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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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읽다 보니 영화를 볼 때를 볼만하고 긴장감이 쭉 차올라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 몰입하는 느낌이 정말 많이 들었다. 찰나도 지루할 틈 없는 빠른 속도의 이야기 전개와 '다른 시간대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판타지적 소재를 이용해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는 '판타지 소설'이 어떤 재미로 보는 것인지 제대로 보여준다고 느껴졌다. 단지 '다른 시간의 타인'을 만난다면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순 없었을 텐데 다른 시간대의 자신들을 자신도 모르는 새에 만나고, 시간대가 얽히고설키며 생긴 이야기는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해서 글을 읽어나가게 했다.



사고로 죽은 아내를 살려내기 위해 과거와 미래의 자신들을 만나며 온갖 설득과 협박 등을 하고, 다른 시간대의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그런 행동을 추리해 내는 과정들이 정말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살려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이 오히려 사람을 망가뜨리고, 그 빛 이외엔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만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판타지적 요소를 통해 만든 '재미있는 소설'을 넘어 이런 인문학적인 이야기, 삶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들도 잘 녹아들어 있어 그런 부분도 소설의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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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마틴의 14가지 경영 키워드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담긴 새로운 사고 방식
로저 마틴 지음, 이종민 옮김 / 플랜비디자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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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회사 경영은 아주 많은 데이터를 통해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매출과 순이익, 시장의 성장도는 물론 소비자들의 취향(트렌드)과 재구매율, 현재 제품의 점유율 등등 디테일한 정보들까지 빅데이터를 통해 정리된다. 하지만, 이렇게 데이터를 읽는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사람들은 경영에 있어 많은 오류와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렇게 숫자와 데이터에만 의존한 경영은 결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이 책은 '경영'에 있어서 어떤 부분들을 중요시해야 하는지 매우 상세하게 짚어낸다. 실제로 P&G라는 기업을 오랜 기간 동안 컨설팅해온 사례가 있어 이를 근거이자 예시로 들어 그야말로 '어떻게 경영을 해야 하는가?'를 아주 상세한 프로세스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이 프로세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작하고 설계하는 과정에서부터 어디에 초점을 두고, 어떤 방식으로 제작해야 하는 지대에서 시작해 어떤 사람들을 타겟으로,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까지 하나하나 짚어준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경영에 대한 책은 전문 경영인들이나 읽어볼 만한 책이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환경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자신이라는 1인 브랜드를 경영할 수 있는 세상이기에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모을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바이블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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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국제질서 맥락으로 이해하기 - 패권 전환기 속 대한민국의 미래
정하늘 지음 / 국제법질서연구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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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반에 나는 우리나라가 전쟁을 단지 쉬고 있을 뿐인 휴전국이라는 사실이 와닿지 않았다. 사람들은 어디서도 전쟁의 경각심을 갖지 않고 평화로이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가는 데에만 악착같이 노력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평화로운 삶은 북한의 온갖 도발 행위와 코로나 19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더이상은 여러 국가들이 핵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로는 전쟁이 억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얼마든지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죽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닿았다. 아마 이 즈음부터 내가 주식 투자를 위해 매일 경제 뉴스를 매일같이 둘러보며 시장 상황에 조금이라도 영향이 갈 소식들을 파헤쳤기 때문에 평화에 대한 환상이 더 쉽게 깨어질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그렇게 완벽하게 갖춰진 것 처럼 보이던 평화가 어찌 그리 허무하게 무너져내리게 되었는지, 전 세계의 교류와 협력은 어찌 이렇게까지 약해진 것인지 그 이유를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모아 설명한다. 어떤 경제적 요인들에 대공황이 왔는지, 이런 경제 위기가 세계 평화를 어떻게 조금씩 흔들게 되었는지 충분한 근거를 통해 설명한다. 마치 완벽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매끄러운 흐름이었다.
여태까지의 세계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지만, 그것의 깊은 근원적 이유는 과거의 흐름을 읽는 연습을 통해 지금의 정보들을 모아 앞으로의 흐름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춰주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큰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경제 용어나 세계 정치, 각종 기구들에 대한 기반 지식이 전무하다면 글이 조금 피로하게 느껴질수도 있다는 점 하나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감수하고도 이 책은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이기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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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대물림을 치유하는 법 - 얽히고설킨 아픔을 풀기 위한 가족세우기 수업
유명화 지음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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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인간관계들을 만들며 그 속에서 불화와 행복을 오간다. 어떤 때에는 불가항력이라 느껴질 정도로 어찌 하지도 못하고 관계가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지켜보고 그 흐름을 묵묵히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고, 어떤 때엔 특별한 노력도 기울이지도 않았는데 코드가 잘 맞고, 생각도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관계도 겪어본다. 이 책은 여기서 무력하게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 확신하는, 혹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고 생각하는 관계를 복구하고 이런 관계가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인 트라우마, 그것도 부모님, 조부모님, 나아가 조상에게서부터 계승되는 트라우마를 밝혀내고 이를 치료하는 '가족세우기' 심리 치료를 소개한다.

뭐, 조상에게서부터 수십, 수백 년간 대대로 물려져 내려오는 트라우마라니. 처음엔 그 생소함에 '이게 뭔 개소린가?' 싶을 수 있다. 내가 그랬으니까. 다만 글을 읽다 보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이해가 된다. 단편적인 예시로 계속해서 성과를 내고 이전보다 더 많은 재산을 소유해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감, 나아가 남들보다 뛰어나지 못하고 평범한 게 잘못이라 느껴지는 죄책감과 우울감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사람들(특히 나와 같은 20~30대)은 조상님들의 트라우마를 물려받은 것이다. 주변 국가들에 계속해서 침략을 당하고, 심지어 한 국가 안에서도 분열이 일어나 전쟁과 분단까지 치달은 지금의 노인 세대들과 그보다도 위 세대 조상님들은 항상 '일상'을 언제 침략당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몇 안 되는 재산을 만들고 미리 지킬 수 있는 시기로 여겼다. 이러한 생각은 일상의 행동을 통해 아들 세대에게, 그리고 손자 세대에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와 지금의 세대에게도 한시도 안주하고 여유를 부려서는 안된다는 불안감으로 침략과 전쟁의 트라우마가 심어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인간관계에서, 특히 가족관계 내에서 일어나는 관계의 문제들을 파악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데에 유용하다. 다양한 불화의 사례들을 자세하게 제시하여 그러한 감정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한 것인지, 그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풀어내야 하는지 섬세히 알려주기 때문에 가정 문제의 해결을 위한 컨설팅 북으로써도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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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비 순트Ubi Sunt, 삶의 방향타를 잃고 - 우리 앞에 있던 그들은 어디에 있나
정연진 지음 / 북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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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음'이라는 개념을 잊은 채 삶을 살아간다. 죽음은 생명체로 태어난 이상 반드시 맞이할 확정적인 사실이고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매우 가까이에 도사리는 개념임에도 그것을 잊고 단지 활기, 열정, 자극만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다가, 어느 날 재앙처럼 가까운 이에게 죽음이 닥치게 된다면 그 순간 커다란 충격을 받아버린다. 죽음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었으니 갑작스레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맞은 것처럼 충격이 큰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서 항상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삶을 너무도 우중충하고, 비관적으로 만든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길어지면 대부분 '어차피 죽어 잊힐 삶인데,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봐야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으로 이어지게 되니까. 물론 굳건하고 빛나는 사람들은 그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잊힐 삶 속에서도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다져나가기 위한 삶으로 방향을 잡지만, 이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버거운 현대인들에겐 너무나 어려운 과제다.

책에서는 작가가 딱 이런 일을, 그것도 5대 연속으로 뒤통수를 후려맞은 일을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읽어보면 '어떻게 삶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그럼에도 작가는 어떤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다시 눈물을 닦고 일어나 삶을 걸어 나가는 인간의 끈질긴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미 떠난 이들을 계속해서 슬퍼하기만 하는 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이전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성숙한 일상의 궤도로 다시 올라오는 모습을 통해 독자도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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