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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쉼 - 쥐고 놓는 연습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평점 :
나는 같은 나잇대의 여느 대학생들처럼 전공 지식을 쌓고, 자격증과 학점 등을 잘 챙겨서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는 걸 원치 않는다. 요새 대학 입학에 있어서도 나처럼 기존의 길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지극히 소수에 불과한 이레귤러인 것은 틀림없다.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삶의 자율성'과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는가' 두 가지가 가장 크다. 기업이라는 거대한 조직에 소속되어 일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나는 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가 지시해서 해야만 하는 일이 반드시 생길 것이고, 옛날부터 공부는 물론 즐기는 일에 있어서도 내가 끌리는 게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으려 하고 억지로 하더라도 영혼은 가출해있는 상태가 부지기수인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위치에 오르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자유로운 환경을 지키고자 했다. 그렇게 나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다만 자유라는 큰 가치를 얻은 만큼 함께 따라온 책임도 있다. 내가 일을 '잘' 해야만 돈을 벌 수 있고, 내가 돈을 '잘' 벌어야만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처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의 존재감은 선명해지는 것을 넘어 강렬해져갔고 어느새 쉬는 날 하루도 없이 주 7일, 365일 내내 깨어만 있다면 책을 붙들고 글을 쓰는 일상이 되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내 생각을 글로 담아내는 하고 싶었던 일들이라 '일'이라는 피곤함, 스트레스, 압박감 따위를 느낄 일도 없이 쉬지않고 달려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최근에는 원인 모를 편두통과 복통, 그리고 무기력함이 퍼져 독서와 글쓰기가 진짜 '일'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예전에도 비슷하게 겪어봤듯 취미를 업으로 삼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억지로 나아가니 얼마 안가 몸상태가 극도로 안좋아져 이틀을 내리 누워만 있게 되어버렸다.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서 아무것도 못 먹고 초코우유만으로 간신히 배를 채우는 지경에 가서야 깨달았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달리고 싶어서 달리는 게 아니라 멈추는 법을 몰라서 계속 달리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말한다 '프로는 적절한 휴식을 통해 컨디션까지 스스로 케어할 수 있어야 진정한 프로다.'라고. 휴식 또한 시간 낭비가 아니라, 다음 난관을 헤쳐나가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숨고르기인 것이다. 나아가 이 휴식이 적절히 자리잡혀야 다른 좋은 습관들이 생기고 일에서도, 나아가 삶에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휴식'이라는 가치에서 출발해 현대인들이 무의식중에 느끼는 휴식에 대한 문제점과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보는 단계를 거쳐, 휴식, 습관, 일, 일상, 삶까지 아울러 생각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가르쳐준다. 쉬는 날에 정말로 가만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불안감과 압박감이 느껴지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