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대물림을 치유하는 법 - 얽히고설킨 아픔을 풀기 위한 가족세우기 수업
유명화 지음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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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인간관계들을 만들며 그 속에서 불화와 행복을 오간다. 어떤 때에는 불가항력이라 느껴질 정도로 어찌 하지도 못하고 관계가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지켜보고 그 흐름을 묵묵히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고, 어떤 때엔 특별한 노력도 기울이지도 않았는데 코드가 잘 맞고, 생각도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관계도 겪어본다. 이 책은 여기서 무력하게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 확신하는, 혹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고 생각하는 관계를 복구하고 이런 관계가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인 트라우마, 그것도 부모님, 조부모님, 나아가 조상에게서부터 계승되는 트라우마를 밝혀내고 이를 치료하는 '가족세우기' 심리 치료를 소개한다.

뭐, 조상에게서부터 수십, 수백 년간 대대로 물려져 내려오는 트라우마라니. 처음엔 그 생소함에 '이게 뭔 개소린가?' 싶을 수 있다. 내가 그랬으니까. 다만 글을 읽다 보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이해가 된다. 단편적인 예시로 계속해서 성과를 내고 이전보다 더 많은 재산을 소유해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감, 나아가 남들보다 뛰어나지 못하고 평범한 게 잘못이라 느껴지는 죄책감과 우울감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사람들(특히 나와 같은 20~30대)은 조상님들의 트라우마를 물려받은 것이다. 주변 국가들에 계속해서 침략을 당하고, 심지어 한 국가 안에서도 분열이 일어나 전쟁과 분단까지 치달은 지금의 노인 세대들과 그보다도 위 세대 조상님들은 항상 '일상'을 언제 침략당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몇 안 되는 재산을 만들고 미리 지킬 수 있는 시기로 여겼다. 이러한 생각은 일상의 행동을 통해 아들 세대에게, 그리고 손자 세대에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와 지금의 세대에게도 한시도 안주하고 여유를 부려서는 안된다는 불안감으로 침략과 전쟁의 트라우마가 심어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인간관계에서, 특히 가족관계 내에서 일어나는 관계의 문제들을 파악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데에 유용하다. 다양한 불화의 사례들을 자세하게 제시하여 그러한 감정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한 것인지, 그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풀어내야 하는지 섬세히 알려주기 때문에 가정 문제의 해결을 위한 컨설팅 북으로써도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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