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아빠, 어떤 일들은 너무 복잡하게 엉망이어서 벌어져요. 아빠바꿀 수 없었어요."
연모도 말했다. 부드러운 손바닥을 진곤의 손등에 얹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안다고 생각하는 어린 얼굴로, 그래도 진곤은 연모가 계속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했다.

연모의 손이 계속 굳은살 없이 부드러웠으면 했다. 사과나 깎으면서, 엉망인 세계를 살아가지 않았으면 했다. 아이인 채로 계속 있게 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 바람에 춤추는 풍선을 손목에 감고 유원지를 걷듯이 살아가게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

분명 어딘가에는 그렇게 해줄 수 있는 능력있는 부모도 있을 텐데, 진곤은 자신이 그런 부모가 아닌 게 속상했다. 멍든 곳, 긁힌 곳, 금이 간 곳, 고름 나는 곳이 속상할 때마다 아 파왔다.

결혼은 그 나름대로의 노력이 계속 들어가지만, 매일 안도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마음을 다 맡길 수있는 사람과 더이상 얕은 계산 없이 팀을 이루어 살아갈 수 있다는점에서 말이다. 어둡고 어색했던 소개팅의 나날을 지나왔다는 점이무엇보다 가장 큰 안도였다. 지혜도 그런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으면 좋겠다고 우섭은 잠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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