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 (양장)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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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악마를 이겨먹은 한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정인이는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산다. 제주도 수학여행비 354,260원이 없는 정인에게 영원을 사는 검은 고양이 헬렐이 찾아온다. 헬렐 벤 샤하르는 타락 천사, 검은 남자, 루시퍼로 불린다. 정인과 눈이 마주친 검은고양이 헬렐, 정인은 그를 일주일간 거두기로 한다. 헬렐은 “만약에, 그 한마디면 신세계를 맛볼 수 있다."라는 만능 주문으로 가난한 정인을 유혹한다. 100만 원을 모으는 게 꿈인 정인에게 헬렐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찬란한 신세계가 열린다는 헬렐의 주문, 정인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왜 정인일까. 정인의 무엇이 휴가 중인 헬렐을 일하도록 이끌었을까? 안타깝게도 헬렐이 정인을 택한 이유를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인의 외로움과 가난은 헬렐에게 늘 승전보를 안겨주었던 인간의 공통적인 약점이었을 테다. 인류의 흥망성쇠와 함께 한 경험이 그를 정인에게 본능적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인은 열외다. 인간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자만했던 악마, 정인은 그에게 굴욕이다. 욕망은 가난한 이의 전유물이 아니며 물욕으로 전속되지도 않는다. 재아라면, 태주라면 더 쉬웠을 것이다. 부모의 욕망을 대신하며 제 욕망을 버려두는 재아라면, 주어진 욕망에 감사하지 못하고 그것을 악용하는 태주가 더 쉬운 상대였을 것이다.

불안하고 위태롭지만 상상으로 만들어진 세상이 아니라 현실에 단단히 두 발을 딛고 선 정인이는 “응달에서 피는 꽃” 클로버다. 계획적이며 달콤한 악마의 속사임은 할머니의 한 마디를 이기지 못한다. “불평하면 지옥이 된다.” 정작 정인에게 필요한 말이다. 정인의 선택은 우리가 욕망을 다스리고 해결하는 방식에 대한 무거운 질문이다. 정인은 악마와의 치열한 공방전에서 할렐의 상식을 뒤집는 반전을 선사하면서 악마마저 웃게 한다. 다음은 우리다. 끝없는 욕망의 트랙에서 비교하고 절망하고 전력질주하는 모습은 악마의 손쉬운 표적일 수밖에 없다.

정인을 유혹하는 악마의 현란한 말솜씨는 오히려 독자를 현혹한다. 괴테의 <파우스트>, 모파상의 <목걸이>를 비롯해 나이키 에어 맥스키, 그리고 ‘정직한 에이브’ 의 이야기까지. 인간의 마음을 사기 위한 헬렐의 노력은 가상하나 정인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그럼에도 풍부하고 수준 높은 인용은 악마의 유혹에 진정성을 더하며 작품의 깊이와 재미를 배가시킨다.

영 어덜트 문학으로도 손색이 없다. 판타지 문학임에도 판타지적 요소가 거부당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녹록지 않은 삶에 지지 않는, 극복하는 유기농 영혼의 통쾌한 승부사가 펼쳐진다. 악마를 들었다 놨다, 애를 태우는 밀당 고수 정인의 맑음에 물드는 건 덤이다. 악마를 이겨먹는 클로버의 삶이 모두의 삶이 되기를 바라본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므로 습관처럼 믿고 본 책이다.


*창비 서평 이벤트로 받은 책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 고양이는 밤처럼 검어서, 해가 지면 밤과 분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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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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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다가, 웃다가 울기를 반복했다. 그 놈의 이데올로기가 뭔지, 끝장을 덮으니 쓸쓸함으로 가슴이 저려 왔다. 수십년의 살아온 날을 압축하는 만 가지 감정들이 휘몰아친다. 수작이다. 최근 몇 년 간 읽은 소설 중 단연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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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능력주의 - 한국형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김동춘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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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으세요. 아니, 읽으셔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병리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통쾌하게 풀어주는 역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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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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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을 남기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몇년간 읽은 소설 중에 최고다. 탄탄한 서사, 매혹적이고 아련한 인물과 그 모든 배경이 되는 전쟁의 상흔들. 사랑이 얼마나 고결하고 숭고한지 이 책을 보고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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