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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 개정신판
파커 J. 파머 지음, 홍윤주 옮김 / 한문화 / 2019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 라고 책 표지에 적혀 있다.
이 책 소개글을 읽고 내가 찾던 답이 있을 것만 같아 서평단을 신청하게 되고,
당첨이 되어 책을 받아들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 파커J.파머가 본인이 겪고 느끼고 변한 이야기를 적어 놓은 책이다.
'한밤중에 깨어나 '지금 내 삶이 정말 내가 원하던 것일까?'를 물으며 잠을 설쳐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목차 앞 페이지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지금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는걸까..?
결혼해서 아이를 원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고 있지만 변해가는 계절에
아이의 빠른 성장 속도에 끌려가듯 삶을 살아온 건 아닐까.
다시 한번 내게 질문을 해 보았다.
저자는 30대 초반의 어느날 자신의 '소명(vocation)'에 대한 의문에 눈을 떴다고 한다.
'네 인생의 목소리를 들어 보아라(Let your life speak).' _15p
이 말을 알게 된 저자는 최고의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살아갔으나 언제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 이유는 '최고의 목표'란 내부에서가 아닌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온 삶의 목표였기 때문.
소명은 내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의미하지 않는다. 소명은 내가 들어야 할 내면의 부름의 소리이다.
... 타고난 그릇으로서의 '나'로 살아가고자 하는 인생 말이다. _19p
모든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참자아, 이것이 바로 진정한 소명의 씨앗이자 우리 자신의 참된 정체성이다. _31p
내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 건 20대 초반, 너무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였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앞으로 될 것인가를 고민하다 결국 '나는 무엇인가'를 쉴 새 없이 고민하던 시기.
그 때의 고민을 끝낸 후 내가 만들어낸, 내게 주어진 삶을 잘 살아오고 있다 생각 했는데
엄마가 된 지금 또 '육아'라는 벽에 부딪히게 되어 여러 책을 읽으며 고민하고 있다.
저자가 할아버지가 되어 손녀를 보니 아버지일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사실이 보였다고 한다.
나의 손녀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런'존재로 이 땅에 온 것이었다. 아이는 장차 세상이 부여할 어떤 이미지로 만들어질 재료로 태어난 게 아니었다. 아이는 이미 자기만의 형상을 선물받았으며 자기만의 숭고한 영혼을 지니고 있었다._33P
맞아.. 그렇지. 이 아이를 너무 '내 자식'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에 눈이 번쩍 띄였다.
내 아이도 이미 자신만의 숭고한 영혼이 있을텐데 나만의 기준으로 아이를 맞춰가려고 하니 '어떻게 키워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아이랑 자꾸 부딪히는게 아닐까.
좀 더 있는 그대로 기다려 주는게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면 자신의 타고난 재능과 소명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가 쉽다며 비행기에 관한 책을 만드는데 푹 빠졌던 어린 시절을 얘기했다.
나의 어린 시절 장래희망을 떠올려 보았다.
첫 장래희망은 간호사였고 그 후에 좀 더 선망의 대상이 된 의사.. 그 후로도 여러번 장래희망이 바뀌었지만
결국 내가 되고 싶었던 건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었던거 같다.
아이를 키우는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차후에 어떤 일을 하던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직업이었으면 좋겠다.
특히 마음에 물을 줄 수 있는 직업이면 더 좋겠고.
나는 훌륭한 커뮤니티 조직자가 되기에는 너무나 민감했다. 소명으로의 발돋움은 내게 너무도 힘에 부쳤다. 나는 참자아에 대한 자각보다는 도시 위기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의무'에 쫒기는 생활을 해 왔던 것이다. 나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에고와 도덕관념에 나를 맡겨 내 영혼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끌려 간 것이다._50p
내가 도망친 진짜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나는 학자로 성공하지 못할까봐 두려웠고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연구와 저술 활동을 충족시키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옳았다. 나 스스로 그렇다고 인정하는 데에는 오랜 세월이 걸리긴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또 아무리 노력했더라도 나는 훌륭한 학자가 될 재능을 타고나지는 못했다. 그러니 대학에 남아 있는 것은 그 사실을 왜곡하고 부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_57p
저자는 자신이 처한 위치, 맡은 직책에 힘들어하고 고민하고 두려워 하다 결국 40대에는 우울증까지 겪게 되었고 후에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꽤 시일이 걸렸다.
감사하게도, 치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내 곁에 함께 있어 줄 용기를 가진 가족과 친구들이 몇 명 있었다._124p
빌은 거의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쩌다 말을 할 때도 충고 따위는 절대 하지 않고 그저 자기가 느끼는 내 상태를 말해 주었다. "오늘 네가 얼마나 힘든지 느껴진다."라거나, "네가 더 강해지는 것 같은데."라고 말하곤 했다._125p
그러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저자는 우울증을 받아들이게 된다.
우울증은 나를 안전한 땅, 한계와 재능, 약점과 강점, 어둠과 빛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나의 진실, 나의 본성의 땅 위로 내려서게 하는 친구의 손이었다._130p
나의 힘듦과 마주보고 함께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을 보냈을지.. 저자는 우울증을 맞이함으로 참자아도 맞이하게 되었다.
저자는 책에서 '애닐 딜라드'의 말을 전한다.
어둠의 여행은 인생의 가장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향해 우리를 안으로, 아래로 이끌고 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적이고 긍적적인 세계와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여행이다. 왜 우리는 아래로 내려가야만 하는 걸까?
...적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우리는 누군가 '저 바깥에' 있는 사람을 적으로 만들 방법을 수천 가지나 찾아낸다. 그래서 사람들을 해방시키기보다는 억압하는 리더가 되고 만다._154p
나도 저 아래까지 내려 간 적이 있다.
나의 어둠을 마주치고 그 속에서 계속 가다 보면 언젠가는 동굴의 끝에 빛을 만나게 되고 답을 찾게 되지만..
또 다른 어둠을 마주치고 또 다른 답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있다.
즉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의 것인가?'와 같은 결코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의 주위를 나선형으로 돌면서 따라 내려간다. 하지만 시인 릴케는 우리의 삶 전체가 '질문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_181p
역설 속에서 상반되는 둘은 각각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 둘은 현실의 심장부에서 신비스러운 결합체로 하나가 된다. 나아가, 그 둘은 같이 있어야 건강하다. 우리 몸에 들숨과 날숨이 모두 있어야 하듯 말이다._188p
이 책을 왜 그리도 읽고 싶었던건지.
내 삶이 이 책으로 내게 말을 걸어온 이유를 어렴풋이 알것도 같다.
좀 더 힘을 빼고, 가시를 거두고 내게 주어진 이 길을 걸어가야겠다.
그러다 발이 무겁고 힘이 들 땐 이 책을 다시 한번 깨내서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