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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산들의 꼭대기
츠쯔졘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중국의 가상의 소도시 룽잔진이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쓴 [뭇 산들의 꼭대기]. 그 마을 속에는 언뜻 보면 평범한, 하지만 좀 더 알고 보면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인생 이야기들이 잔뜩 숨겨져 있었다. 사형을 집행하는 사법경찰 안핑, 룽잔진 보건소에서 일을 하면서 또 동시에 몸이 아픈 대학 동기를 돌보는 탕메이, 도축업자 신치짜, 수명을 예견하고 비석을 만드는 난쟁이 안쉐얼 등, [뭇 산들의 꼭대기] 속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나하나 빛이 났다.
총 열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된 [뭇 산들의 꼭대기]는 같은 마을 속에서, 또 비슷한 배경으로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또 인물이 중복돼 나오기는 하더라도 각 장마다 다루고 있는 주 이야기는 내용이 다르다. 꼭 기억해 두어야 하는 주요 인물만 해도 스무 명 정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각 장의 분량이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 다 다른 배경에서 자라왔고, 다른 연고로 룽잔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이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는 바는 하나같이 무겁다. 탈영병, 불임 수술, 살인, 사형 방식, 환경 파괴, 신으로 추대하다가 순식간에 악마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선동 등, 어떻게 보면 중국의 과거와 현재에 벌어졌던, 혹은 일어나고 있는 큼직큼직한 사건을 룽잔진 사람들의 삶 속에 대입하고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건진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룽잔진 사람들의 일상에서 한 걸음 멀어져 살펴보았을 때 작가가 [뭇 산들의 꼭대기]를 장장 2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집필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중국이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돌파구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암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내비쳤다. 그럼에도 [뭇 산들의 꼭대기]가 매력적인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은 이유는 현실의 문제를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왔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또 룽잔진 사람들과 더불어 호흡할 수 있도록 한 작품 [뭇 산들의 꼭대기]. ‘역사와 현실의 굴곡을 관통하는 중국 현대사회의 만화경’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