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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울
쉬사사 지음, 박미진 옮김 / SISO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그 대목에서 깨달았다. 인생 역시 그렇게 시시하고 견디기 힘들지만 어쨌든 살아가야하고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좋고 싫음과 관계없이 해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138).
중시시는 남자 친구 샤오싱을 만난 이후로 이유 모를 육체적인 고통과 기분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고 있다. 그렇게 시간 보내기를 벌써 1년 정도. 자신의 아픔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샤오싱에 대한 원망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시시는 남자 친구 샤오싱으로부터 “너는 우울증이야!”는 갑작스런 선고를 받게 된다.
병원에 찾아가 보았지만 현대 의학에서는 아무 문제도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의학에 기대 보기도 하고, 찾아가지도 않던 교회는 친구의 추천으로 방문해 보기도 했다. 신에게 맡기면 더 나으려나. 명상도 해 보고, 달리기도 해 보면서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왜 항상 중시시는 괜찮아지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제 몸이 영원히 좋아지지 못하겠지만, 저는 더 이상 그렇게 힘들게 살고 싶지 않아요’(195).
자신을 얽매는 베이징에서의 삶을 뒤로 하고, 몸이 아픈 원인이라 생각되는 샤오싱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그녀는 자신의 의사에게 이 한 통의 메시지만 남기고는 훌쩍 떠난다. 잃어버린 원래의 나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 중시시는,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칭다오라는 곳에 정착한다.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현실적이라 더욱 더 깊이 다가왔던 소설 [안녕, 우울]을 통해, 중시시의 삶을 통해 짧지만 강렬한 ‘우울’과의 만남을 가졌다. 모두들 한 번쯤은 ‘우울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제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이름이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별로 아는 것 없는 그 녀석이 문학적으로 풀이되는 것은 정말 놀라웠다.
책 속의 주인공 중시시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남자 친구의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아픈 몸과 마음을 낫게 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한다. 하지만 그 무엇도 중시시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지는 못했다. 어린 시절의 아픔, 대인관계 속의 상처 등이 모두 합쳐져 만들어 낸 중시시의 마음속의 상처는 결국 평생 끌어안고 살아가야 할 아이가 된 것을 볼 때, 어떻게 보면 책 속의 제목 [안녕, 우울]이 작별인사 안녕이 아닌, 새로운 환영의 의미 안녕으로도 풀이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음이라는 방 한 구석에 함께 살고 있는 우울이라는 아이를 새로운 행복과 기쁨으로, 또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꾸면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시시의 모습을 통해 우울에게도 ‘안녕?’ 하고 밝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게 되었다. [안녕, 우울]을 통해 우울증에 대해, 감정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보람찬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